“볼 만한 게 없어서?” 여전히 썰렁한 극장가, 더 결정적인 이유는...
2023-05-25 10:49
국내 극장가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여전히 침체를 벗지 못하고 있다.
요인은 여러가지다.
영화를 보기 위해 서울 시내 극장가를 찾은 사람들. / 이하 뉴스1
영화 제작 환경이 녹록지 않아 최근 한국 영화 상영작 수가 형편 없이 줄었다.
넷플릭스 등 OTT가 영화시장을 크게 잠식한 것도 크다. 거기다 결정적인 이유는 티켓 값이 치솟은 점이다.
이젠 "영화나 보러 갈까"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가 돼버렸다.
2018년 1만 2000원(주말 기준) 하던 영화 티켓 값은 코로나 이후 세 차례 올라 1만 5000원이 됐다. 주말 아이맥스 등 특수상영관은 2만원을 훌쩍 넘는다.
영화를 보기위해 안내판에서 좌석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 관람객.
이런 연유로 영화 관람객 수는 예전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 4월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697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월 대비 52% 수준에 그쳤다. 한국 영화 관객 수는 173만명으로 3개월 연속 100만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설문 요지는 티켓 값을 내리면 영화관에 다시 오겠느냐다.
조선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20대부터 50대까지 총 403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 76.2%가 "그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티켓값이 비싸 보고 싶은 영화도 못보고 있다"는 답변도 52.7%에 달했다.
영화 티켓값이 성인 15000원으로 표시돼 있다. / 영화 예매 화면 캡쳐
국민 10명 중 8명은 현재 영화 티켓 값이 비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4%는 “비싼 편이다”라고 했고, 25.6%는 “매우 비싸다”고 했다.
"티켓 값은 1만원 이내가 적정선이라 본다"고 답한 응답자는 78.8%로 나타났다. 1만~1만2000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5.5%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은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4.4회로 세계 1위였다. 그러던 것이 티켓 값 상승 등의 탓에 국내 극장가는 여전히 관객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티켓 값 상승은 전 세계적인 추세였다.
하지만 이처럼 급격한 상승은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3년간 국가별 영화티켓 인상률은 인도 28%, 멕시코 22.1%, 한국 21.8%, 미국 15%, 중국 13.5%, 독일 8.7%, 일본 5.2% 순이다.
다행인 건 티켓 값이 비싸도 볼만한 영화가 있다면 보러 가겠다는 응답자도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다.
작품만 좋다면 가서 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38.8%가 “그런 편이다”, 11.7%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올여름에 극장가엔 국내외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달말 개봉하는 ‘범죄도시3′를 시작으로 류승완 감독·김혜수 주연의 ‘밀수’, 김용화 감독의 SF 영화 ‘더 문’ 등이 흥행몰이에 도전한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등 해외 대작들도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여름철 흥행몰이의 성패는 국내 극장가의 운신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병수 기자 jbs728@wikitree.co.kr
https://www.wikitree.co.kr/articles/856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