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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싸구려 재방이 아닙니다”…무료 OTT가 태풍으로 [류현정의 아하! 스토리](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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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3.02.23 08:17 8,08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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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재방이 아닙니다”…무료 OTT가 태풍으로 [류현정의 아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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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정말 마십니다.”

2016년 강연장에서 만난 신창연 여행박사 창업자의 이 한마디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OTT·동영상 서비스) ‘플루토TV(Pluto TV)’의 무서운 돌풍 때문입니다. 플루토TV는 미국 전체 TV 시청 시간 점유율 경쟁에서 ‘마의 1%’ 벽을 넘어섰습니다 (2022년 9월 닐슨 조사).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 등을 모두 합친 전체 미국 TV 시장에서 1%는 결코 작지 않은 수치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유튜브 8%, 넷플릭스 7.3%, 훌루 3.8% 였고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디즈니플러스도 각각 2.9%와 1.9%로 나타났습니다.

여행박사는 ‘9만9000원 일본 여행’ ‘도쿄 올빼미 여행’ 등 잇따라 내놓은 대한민국 관광업계의 히트 상품 제조기였습니다. 창업자가 현장에서 부딪히며 체득한 인간이란 최근 행동경제학자들이 연구에서 밝힌 대로 손실을 극도로 회피하는 나약한 존재였고 무료는 언제나 잘 먹히는 마케팅이었습니다. 이 만고의 진리는 이제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재확인되며 시장의 물줄기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 역발상이 황금알을 낳았다

플루토TV
 
플루토TV

플루토TV는 2013년 설립된 미디어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스트리밍 혁명을 활짝 열어젖힌 그때, 톰 라이언(Tom Ryan) 플루토TV 창업자 겸 당시 CEO는 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긴장을 풀고 소파에 기대어(린백·lean-back), TV를 보고 싶은 사람들도 계속 있을 거야.’

톰 라이언은 유료 OTT가 아니라 무료 OTT를 만들었습니다. 수 억 달러의 돈을 쏟아부으며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고 한물간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을 틀었습니다. 그게 플루토TV였습니다. 플루토TV는 ‘No credit card’ ‘No email or No password’를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신용카드도 필요 없고 회원으로 가입할 필요도 없는 ‘무료’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플루토TV에서 선호하는 채널을 선택하면 옛날 TV처럼 온종일 방송이 나옵니다. 때로는 콘텐츠를 검색하고 ‘클릭’하는 것조차 귀찮습니다. 중단 없이 흘러나오는 옛날 방송 스타일도 저관여 시청자들한테 잘 맞았습니다. 플루토TV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2019년, 미국 4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글로벌(옛 비아콤CBS)이 플루토TV를 3억 4000만 달러(약 4427억원)에 인수했습니다. 파라마운트와 플루토TV는 ‘찰떡궁합’이었습니다. 파라마운트 산하 CBS의 방송 프로그램 ‘60 Minutes’ ‘CSI’ 채널 등을 개설하자, 플루토TV 월간활성자수가 3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22년 월간활성자 수가 7900만 명을 돌파했고 내년이면 1억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플루토TV의 수익 모델은 광고입니다. 드라마, 뉴스, 코미디, 드라마 등 100개가 넘는 채널을 보려면 중간중간 광고를 봐야 합니다. 하지만, 회원 가입조차 필요없는 무료 서비스여서 사용자들의 광고 저항이 심하지 않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2022년 플루토TV는 무려 11억 달러(약 1조 4580억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플루토TV와 같은 무료 OTT는 기존 유료 구독 서비스에 비해 해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장점입니다. 광고 시청 완료율도 높은 편입니다. 모바일·PC 등에서 온라인 동영상 시청할 때 많은 사람들이 ‘광고 건너뛰기’를 합니다. 무료 OTT 광고는 건너뛰기가 불가능합니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과 달리 무료 OTT 광고는 1~3개만의 광고를 노출해 시청자의 피로감도 적습니다.

◇ 유료에서 무료로…스트리밍 전장이 바뀌었다

미국 1위 스트리밍 기기 업체 로쿠의 무료 OTT 서비스 로쿠 채널은 오리지널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미국 1위 스트리밍 기기 업체 로쿠의 무료 OTT 서비스 로쿠 채널은 오리지널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스트리밍 전쟁의 전장터는 유료에서 무료로 확실히 옮겨가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 단가 상승으로 ‘돈 먹는 하마’가 된 유료 OTT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사업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무료 OTT 시장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미디어 대기업들은 무료 OTT 서비스를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를 비롯해 폭스의 투비(Tubi), 컴캐스트(Comcast)의 슈모(Xumo) 등이 있습니다. 내노라는 IT 기업들도 무료 OTT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마존은 프리비(Freevee)를, 미국 1위 셋톱박스 판매업체 로쿠(Roku)의 로쿠 채널을 운영 중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 TV를 파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삼성TV플러스와 LG채널을 출시해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전문 콘텐츠 제작사(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드라마나 영화를 무료로 스트리밍해주는 서비스를 ‘무료, 광고 지원 스트리밍 TV(Free, Ad-supported Streaming Television·FAST)’라고 따로 구분해서 분석하기도 합니다. 시장 분석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미국에는 줄잡아 20개가 넘는 FAST 사업자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이들이 제공하는 채널수도 1500개에 달합니다. FAST 사업자의 수익은 2019년에서 2022년 사이 거의 20배 증가했고 향후 5년 다시 3배 가량 증가해 2027년이면 120억 달러(15조 6340억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오래된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을 재방영하며 ‘2류’ 취급받았던 무료 OTT가 광고 수익 확대 등으로 콘텐츠에도 제대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로쿠는 ‘로쿠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 ‘파이트 투 서바이벌’ ‘렙타일 로얄티’ ‘UFO 카우보이’ 등을 발표했습니다. 플루토TV는 NBC 인기 시트콤 프레이저(Frasier), 치어스(Cheers) 채널을 곧 추가할 예정입니다. 프레이저와 치어스는 90년대를 장식한 미국의 대표 시트콤으로 두 시리즈 모두 11시즌 방영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오리지널’ ‘빈지워칭(binge watching·몰아보기 시청)’ 등이 더이상 넷플릭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습니다.

김종원 미디어 컨설턴트는 “미국 사용자들이 주중에는 무료 OTT를, 주말에는 유료 OTT를 많이 이용한다는 통계 자료가 흥미로웠다”면서 무료 OTT와 유료 OTT가 한동안 보완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유튜브도 참전하나…백년 전쟁과 같은 OTT 전쟁

2022년 12월 22일 뉴 아이디가 'LG 채널' 국내 서비스에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TV) 플랫폼 채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2022년 12월 22일 뉴 아이디가 'LG 채널' 국내 서비스에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TV) 플랫폼 채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영화 배급 등으로 유명한 미디어 그룹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첫 사내 벤처인 뉴아이디(New ID)는 복잡다단한 미국 무료 OTT 흐름을 가장 잘 아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뉴아이디는 플루토TV, 로쿠채널, 프리비TV,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등 전 세계 20여 개 무료 OTT 사업자에 콘텐츠를 공급하며 80여 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였던 지난해 6월 70억원을 추가 자금을 유치, 총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해 화제에 올랐습니다.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는 ‘무료 = 싸구려’라는 시각으로 보면, 태풍으로 진화하는 무료 OTT 흐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무료 OTT는 싼 값에 구매한 콘텐츠를 재방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제 넘어서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무료 OTT는 시청자 대신 광고주가 좋은 콘텐츠에 대한 합당한 댓가를 지불하는 모델”이라면서 “시청자에게는 좋은 콘텐츠를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주고, 콘텐츠 사업자에는 수익을 다변화하는 창구를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엔 세계 최대 디지털 광고 회사인 구글의 유튜브가 무료 OTT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가 드라마와 영화를 제공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3분기 유튜브 광고 수익이 처음으로 역성장한 탓에 유튜브가 무료 OTT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수익을 45 대 55로 나누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콘텐츠 기업에 빅 테크, 가전 업체까지 뛰어든 OTT 전쟁 전개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이 전쟁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싶습니다. 중세 영국(잉글랜드)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처럼 OTT 전쟁도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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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레터 구독자에게는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와의 인터뷰 메모도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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