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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100, 그대들 모두가 승자다…‘피지컬: 100’이 남긴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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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3.02.23 08:01 4,41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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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그대들 모두가 승자다…‘피지컬: 100’이 남긴 것

등록 :2023-02-23 07:00
서정민 기자

 

넷플릭스 K-예능 성공의 비결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1/100, ‘최강의 몸’이 탄생했다.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마지막 9화에서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다. 100명의 참가자 중 우승 상금 3억원을 차지하게 된 1명은 우진용. 한국 최초의 스노보드 크로스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금은 크로스핏 선수다.

아직 마지막 화를 보지 않은 이가 이런 정보를 접하면 ‘스포일링’ 당했다며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결과보다 그 과정이 소중하다는 것, 승자뿐 아니라 패자도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 <피지컬: 100>의 진정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한국 예능 최초로, 게다가 2주 연속으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티브이(TV) 부문 1위에 오른 것도 그래서다.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인간의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쓴 고통의 역사이자 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100>이 첫 화 오프닝에 내건 메시지다. 갖가지 장벽과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김봉석 대중문화 평론가의 말마따나 “다른 사회적 경쟁에 비하면 육체의 경쟁이 그나마 가장 정직하고 공정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피지컬: 100>에 빠져든다.

<피지컬: 100>은 여느 서바이벌 예능과 달랐다. 100명 중 절반을 떨어뜨리는 첫번째 퀘스트는 1:1 데스매치. 사전 경기 ‘오래 매달리기’로 우선권을 얻은 이들이 대적할 상대를 골라 ‘공 뺏기’ 대결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기기 위해선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고르는 게 당연하지만, 의외의 선택이 잇따랐다. 격투기 선수 신동국은 격투기 대선배인 추성훈을 지목해 격투기 룰로 경기를 하고 떨어졌다. 여성 씨름 선수 박민지는 거구의 럭비 국가대표 출신 장성민을 선택했다. 김봉석 평론가는 “박민지는 멋지게 남자를 기술로 넘겼고, 화끈하게 졌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며 “이기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마찬가지로 이기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걸 <피지컬: 100>은 보여줬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체격과 근력에서 뒤지는 참가자들도 빼어난 전략과 협동을 통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것도 의미 있는 지점이다. 여성과 상대적으로 왜소한 참가자들이 많아 최약체로 지목당했던 장은실 팀은 ‘모래 나르기’ 경기에서 반전의 결과를 이끌어내며 감동을 안겼다. 최고령 참가자 추성훈은 팀장으로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과 지시로 팀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경험과 연륜의 가치를 빛냈다.

경기에서 지고도 상대방을 응원하고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은 <피지컬: 100>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 할 수 있다. 100㎏ 공을 언덕 위로 올렸다가 떨어뜨리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하는 ‘시지프스의 형벌’ 경기에서 먼저 탈락한 마선호와 추성훈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극한의 고통을 견뎌내는 윤성빈과 정해민을 곁에서 응원하고 독려했다. 경기가 끝났을 땐 네 참가자 모두가 얼싸안고 서로를 다독였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그들은 모두가 승자였다.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최후의 5명이 겨루는 결승전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5명에서 4명으로, 4명에서 3명으로,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며 단계별로 한명씩 탈락할 때마다 이를 지켜보던 동료 참가자들은 마치 자신이 쓰러진 것처럼 안타까워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승자독식의 정글 같은 현대사회에서도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지, 힌트를 주는 듯했다.

<피지컬: 100>은 문화방송(MBC) 다큐멘터리팀 소속 장호기 피디가 만들었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나 과도한 자막 사용을 배제하고 다큐처럼 우직하고 담백하게 연출한 것이 주효했다. 여느 예능의 필수 요소인 사회자나 연예인 패널을 두지 않은 것도 호평받았다. 김도훈 대중문화 평론가는 “<피지컬: 100>의 가장 훌륭한 점 중 하나는 사회자가 없다는 것이다. 김성주나 전현무가 나와서 ‘아아 탈락입니다!’ 이런 말 외치는 거 없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기존 예능 문법에 우리가 얼마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해 자신들의 플랫폼이 아니라 넷플릭스로 공개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새로운 활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겼다. 김봉석 평론가는 “한국의 콘텐츠 창의력은 세계 최정상급인데, 이를 낡은 시스템이 막고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성공을 마냥 좋아할 것만이 아니라, 이 기획안을 들고 왜 넷플릭스로 가야만 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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