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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현대사 배경의 회귀물 판타지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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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2.12.07 14:49 8,54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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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현대사 배경의 회귀물 판타지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2-12-07 11:25:10 수정 2022-12-07 11:05:41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폭발적 상승세, 그 이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JTBC 제공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JTBC 제공

사실 방영 전부터 JTBC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성공작이 될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건 JTBC만이 아니라 콘텐츠업계 사람들에게도 소문이 났다. 이런 사정은 OTT들을 통해 쉽게 확인됐다. 보통 드라마들이 매주 편성되는 방송사와 더불어 하나의 OTT를 선택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방식으로 방영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놀랍게도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이렇게 세 개의 OTT에서 방영권을 사갔다.

넷플릭스와 티빙, 혹은 디즈니+와 티빙 같은 조합으로 방영이 되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모두 방영권을 사가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경쟁하는 글로벌 OTT들은 모두 '오리지널'이나 독점적으로 방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현재 이미 구독자가 포화상태가 되어 신규 구독자를 늘리기보다는 기존 구독자들의 이탈을 막는 방식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는 글로벌 OTT들의 변화된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게 사실이다. 즉, 독점적 콘텐츠만이 아니라 그 플랫폼에서도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필이면 '재벌집 막내아들'이 이처럼 여러 OTT에서 세우고 싶어 하는 드라마라는 건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모두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

JTBC는 이러한 가능성을 거의 확신하고 있다고 말하듯, '금토일드라마'라는 공격적인 편성 전략을 내놨다. 보통 '금토', '토일' 식의 주 2회 방영이 대체적이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금토일'이라는 3일 연속 방송을 내세운 것.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현실의 수치로 나타났다. 첫 회 6%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8%, 10%, 11%, 14%를 거쳐 16%로 단 한 차례도 밀리지 않고 상승세를 이었다. 항간에는 이 드라마가 JTBC에서 방영됐던 'SKY캐슬'(최고 시청률 23.7%)이나 '부부의 세계'(28.3%) 시청률 기록을 깨는 게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지금처럼 매회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고 쌓여나가는 극적 구조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게다.

JTBC는 반색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JTBC 드라마는 시청률에서 부진했다. '괴물'이나 '인간실격', '나의 해방일지' 같은 괜찮은 완성도의 드라마가 몇 편 등장하긴 했지만 시청률에서는 영 고전했다. '나의 해방일지'가 그토록 화제가 되고도 6%대에 머무는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 관계자들은 이에 절치부심해 대중성을 중심으로 한해의 편성 전략을 짜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러한 공언에 딱 부합하는 작품이 됐다. 마치 드라마 속 순양그룹 미래자산관리팀장 윤현우(송중기)가 머슴처럼 부려지다 결국 살해된 후, 1987년으로 회귀해 순양그룹 막내 손자 진도준(송중기)으로 되살아난 뒤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고개 숙였던 JTBC 드라마가 다시 전성기 시절로 회귀한 듯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

◆회귀물의 매력, 현대사와 겹쳐져 시너지

그렇다면 '재벌집 막내아들'의 어떤 매력이 이토록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 걸까. 그 첫 번째는 '회귀물'이라는 신장르가 가진 힘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점에서 다시 살아가는 이른바 '인생 리셋'의 판타지를 담은 회귀물은 주로 웹툰, 웹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더니 대중들의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결국 하나의 장르로 세워졌다. 이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노력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절망감이 만들어낸 것으로, 이른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정서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부모가 누구인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절망적인 현실이 만들어낸 이 판타지는 특히 현 시대의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래서 웹툰과 웹소설의 단골 소재가 됐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

최근 들어 웹툰과 웹소설이 영상 콘텐츠의 원작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래서 리메이크되기 시작하면서 드라마에도 회귀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해당했던 검사가 과거로 회귀해 자신을 죽인 범인들을 추적하고 복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준기 주연의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바로 그 회귀물이었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그 이야기 구성은 '어게인 마이 라이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살해당한 윤현우가 진도준으로 되살아나 자신을 성장시킨 후 복수를 하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이러한 판타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축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사'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회귀해 다시 산다는 건 이미 벌어진 미래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 꿰고 있다는 이야기다. 순양그룹의 막내 손자로 다시 회귀했다는 설정은 바로 이러한 현대사의 사건들과 더 쉽게 접점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보통의 서민이라면 1987년 직선제로 치러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테지만, 재벌가 막내 손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순양그룹의 창업주인 진양철 회장(이성민)으로서는 차기 대권을 차지할 누군가를 예상해 그에게 비자금을 주는 일이 중대한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에서 미래를 알고 있는 진도준은 자신의 존재감을 진양철 회장 앞에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렇게 회장의 눈에 든 진도준은 보상으로 분당에 땅을 원하고 그 땅은 그를 대학시절에 이미 240억 부호로 만들어준다. 이처럼 '재벌집 막내아들'은 회귀물의 판타지에 현대사의 리얼리티를 더해 더욱 강력한 힘을 만들어낸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

◆이 판타지에 숨겨진 공정함에 대한 열망

흥미로운 건 재벌가의 후계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 다툼을 다루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에 어른거리는 '공정함에 대한 열망'이다. 진양철 회장은 순양그룹의 후계를 오로지 장자로 세운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마치 조선시대의 왕위 계승처럼, 후계자 자리는 능력이 아닌 오로지 태생으로 결정되는 것. 그래서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장자인 진영기(윤제문)가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고, 그래서 둘째인 진동기(조한철)는 불만을 갖고 순양그룹에 불이익을 가져오게 하면서까지 진영기를 위기에 빠뜨리는 무리수까지 쓰게 된다. 결국 이 재벌가 안에서도 태생이 그 미래를 결정하는 '이생망' 정서가 그려진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단지 진도준을 지칭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벌가에서 막내아들이라는 위치가 갖는 '태생적인 불리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진도준은 자신과 가족까지 그렇게 비극으로 몰았던 순양그룹을 상대로 복수하려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진영기의 아들 진성준(김남희) 같은 진골과 오로지 능력으로 맞서 싸우는 막내로서 일종의 '공정 판타지'를 더해 넣는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판타지 속에는 재벌가라고 해도 다를 것 없는, 태생으로 결정되는 삶이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진도준은 그래서 이미 한 번 죽었던 윤현우로서 서민들의 달라지지 않는 삶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재벌가 후계 전쟁에서도 태생의 힘을 능력으로 깨는 판타지적 존재가 된다. 이러니 '재벌집 막내아들'이 건드리고 있는 판타지에 지금의 대중들이 열광할 수밖에.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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