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입력 2022.11.02 08:00 수정 2022.11.02 08:32
티빙·시즌 합병 공정위 승인…국내 OTT 시장에 가져올 변화는 [토종 OTT 시장 격변①]
티빙, 토종 OTT 1위 자리에 올라…넷플릭스와는 여전히 격차 커
합병의 효과…오리지널 콘텐츠 늘어나고, 글로벌 시장 개척 가능성 높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31일 티빙과 시즌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티빙과 시즌의 합병은 예정대로 오는 12월 1일 진행될 전망이다. 시즌을 흡수합병 하게 된 티빙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토종 OTT로 거듭나게 됐다.
공정위는 티빙의 시즌 흡수합병과 관련해, 해당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는 OTT 서비스 시장, OTT에 공급되는 각종 콘텐츠들의 공급시장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 이를 승인했다.
공정위, 구독료 인상 우려 등 가능성 낮아
이번 합병을 통해 티빙은 단숨애 국내 토종 OTT 1위 자리를 꿰차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기준 올해 1~9월 티빙과 시즌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각각 13.07%, 4.98%다. 단순히 두 곳의 점유율을 합치면 18.05%로 웨이브(14.37%)를 넘어서게 된다. 다만 전체 1위인 넷플릭스(38.22%)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격차가 큰 상황이다.
공정위는 특히 ▶OTT 서비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독료 인상 우려 ▶합병 OTT 계열사들이 콘텐츠를 합병OTT에만 공급해 경쟁 OTT가 콘텐츠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우려 ▶반대로 합병 OTT가 자신의 계열사로부터만 콘텐츠를 배타적으로 공급받아, 다른 콘텐츠 공급사들의 판매 경로가 차단될 우려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먼저 구독료 인상 우려의 경우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의 유료 구독 시장 점유율 합계가 약 18%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양 사가 합병하더라도 1위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합병 OTT가 단독으로 구독료를 인상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OTT 구독료 10% 인상 시 49%에 달하는구독자들이 해당 OTT의 구독을 취소할 것으로 답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합병 OTT가 단독으로 구독료를 인상하기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합병 OTT 계열사의 배타적 콘텐츠 공급 이슈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CJ계열사들은 여러 OTT를 상대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배타적 공급은 기존에 경쟁 OTT에 공급하던 콘텐츠 공급을 중단함을 의미한다. 중단에 따른 매출 포기 규모가 CJ 계열사들이 OTT들에 공급해 왔던 전체 매출액 가운데 약 3분의2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만일 CJ 콘텐츠를 공급받지 못한 경쟁 OTT의 구독자들이 대거 합병 OTT로 이전한다면, 합병 OTT의 이익이 크게 증가해 매출포기분이 상쇄될 가능성도 있겠으나, 경제분석 결과 그러한 대거 이전이 발생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합병 OTT의 배타적 콘텐츠 구매 역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콘텐츠 다양성은 OTT의 지속이용 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며 “합병 OTT가 CJ계열사들의 콘텐츠만 쓰는 것은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타 OTT 대비 스스로를 불리하게만드는 것이므로, 그러한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토종 OTT 1위 자리 차지했지만…시즌과 시너지는?
앞서 티빙과 시즌은 지난 7월 두 서비스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합병 비율은 티빙 대 시즌이 1대 1.5737519다. 새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CJ ENM이고, KT스튜디오지니는 3대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이번 합병은 지난 3월 맺은 두 회사의 콘텐츠 사업 협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양지을 티빙 대표는 “이번 합병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양사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K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두 서비스의 합병으로 국내 OTT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나머지 점유율을 두고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시즌,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여 왔다. 특히 토종 OTT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웨이브는 이번 티빙·시즌 합병을 통해 ‘토종 OTT 1위’ 타이틀을 티빙에게 내주게 됐다.
OTT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합병 법인은 스튜디오드래곤과 CJ ENM 스튜디오스, 피프스시즌 등 CJ ENM 국내외 스튜디오 자회사와 더불어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기획한 KT스튜디오지니까지 4개 스튜디오의 제작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개척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은 SF 드라마 ‘욘더’를 시작으로 글로벌 파트너 파라마운트와 협업해 향후 2년간 7개 작품을 공동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공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티빙은 오는 12월 공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를 글로벌 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해외 주요 지역에 공개하기로 했다. 제주도 설화를 재해석한 아일랜드는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과 싸워야 하는 운명을 가진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다. 만화가 윤인완, 양경일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조작된 도시’ 등을 만든 배종 감독이 연출했다. 티빙은 콘텐츠를 해외에서 방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일본과 대만에서, 2024년부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KT와의 제휴를 통한 티빙 가입자 확대 전략도 점쳐진다. 현재 KT는 1800만명의 통신 가입자와 1300만명에 달하는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유료 가입자 수는 OTT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유료 가입자가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사를 상대할 때의 협상력도 강해진다.
다만 국내 OTT 시장 1위인 넷플릭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징어게임’ 등의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넷플릭스의 투자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직은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