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넷플릭스의 확신과 ‘불편한’ 요금제
입력 2022-10-26 00:02:30
김기찬 기자
퇴근길에 지하철에 올라타면 어김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유튜브를 켠다. 그날 이슈는 물론 영화 리뷰 등 볼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1시간이 넘는 퇴근길도 무료할 틈이 없다. 언젠가 한번은 기자와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보던 옆자리의 한 중년 시민이 갑작스레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휴대전화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일부러 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의 화면에는 중국산 양산형 게임 광고가 표시되고 있었다.
지난해 기자는 광고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해 1년 가까이 애용하고 있어 콘텐츠 도중 흐름을 끊고 광고가 노출되는 게 얼마나 불편한 상황인지 잠시 잊고 있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기 전에는 잠시 노출되는 광고 중 유쾌한 몇몇 광고도 있다면서 애써 불편함을 감추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말로는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고작 광고 하나 보지 않겠다고 무료 플랫폼에 1만 원 이상을 쓰는 게 망설여졌던 것이 불편함을 감내했던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점은 광고는 ‘불편함’이라는 인식이다. 넷플릭스는 다음달 4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요금제 ‘광고형 베이식’을 출시한다. 시간당 평균 4~5분의 광고가 15초 또는 30초 길이로 콘텐츠 재생 시작 전과 도중에 표시된다. 두 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다 보는데 10분의 광고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광고형 베이식 이용자는 일부 영화 및 시리즈를 시청할 수 없고, 콘텐츠 저장 기능도 이용할 수 없다. 최대 영상 화질도 720p HD 화질로 제한된다. 이에 최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 1080p, 2160p 등 초고화질에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은 월 5500원으로 기존 베이식 요금에 비해 4000원 저렴하다. 콘텐츠에 ‘불편함’을 추가하는 대신 가격을 낮춰 기존 요금제가 비싸 이용하지 못했던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광고가 노출되는 대신 요금을 낮췄다면 요금제 변경까지도 고려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돈을 내고서라도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는 상황에 돈 내고 광고까지 봐야 하나”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다분해 반응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앞서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CEO(최고경영자)는 2019년 “넷플릭스가 광고 사업을 한다는 예측 기사를 보게 되면, 가짜라고 확신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듬해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넷플릭스에 광고는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무(無) 광고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넷플릭스의 강한 확신인 것이다.
하지만 실적 악화 앞에서 넷플릭스의 확신은 흔들리고 있다. 오히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땐 광고요금제를 “매우 낙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유료 이용자 수가 241만 명 추가됐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117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수 감소에 이은 반등인 셈이다.
감소세를 끊어내고 반등한 넷플릭스이지만, 2011년부터 10여년간 이용자가 줄곧 증가해 오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닌 듯하다.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는 광고요금제 역시 국내에서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만큼 진정한 반등을 위해선 가격 추가 인하 등 보다 효율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