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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아무튼, 주말] 사우디 사막은 인천, 브라질 밀림은 제주! 코로나 덕에 확 달라진 촬영 기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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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2.10.08 06:20 5,54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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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사우디 사막은 인천, 브라질 밀림은 제주! 코로나 덕에 확 달라진 촬영 기술

코로나로 막힌 해외 로케
최고의 대안 찾아낸 영화계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총격전이 발생하는 브라질 국경 지역으로 등장한 밀림 지대. 알고 보니 제주도였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총격전이 발생하는 브라질 국경 지역으로 등장한 밀림 지대. 알고 보니 제주도였다. /넷플릭스

‘1988년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자막이 깔리고, “부우웅!” 소리를 내며 모래사막 위로 자동차가 질주한다. 도착한 곳은 주유소. 차 문이 열리고 전통 의상인 흰색 토브를 입고 머리에 체크무늬 슈마그(두건)와 검은색 이칼(띠)을 쓴 박동욱(유아인)과 준기(옹성우)가 내린다. 주유소에서 공놀이하던 사우디 남자아이의 이름은 만수르. 무기 거래를 마친 동욱과 준기는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사막 위를 달린다.

이 장면은 지난 8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서울대작전’의 도입부다. 사우디 현지인가 싶지만, 이곳은 인천 을왕산이다. 넓게 펼쳐진 황무지, 곳곳에 솟은 모래 언덕, 침엽수 등이 따로 세트장을 만들지 않아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작비 200억원이 들어간 영화 ‘서울대작전’은 2020년 제작 당시엔 사우디 현지 로케이션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고, 차선으로 생각한 몽골마저 갈 방법이 없어지면서, 대안으로 생각한 곳이 인천 을왕산이었다. 유형석 앤드마크스튜디오 대표는 “처음에는 코로나 끝나면 현지 가서 촬영하려고 미뤘는데, 코로나 사태가 길어져 을왕산에 주유소 세트만 지어 촬영하게 됐다”며 “인천공항 주변이라 드론 촬영이 불가능한 것만 빼면 가성비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영화 ‘서울대작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으로 나오는 곳은 인천 을왕산이다.
 
영화 ‘서울대작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으로 나오는 곳은 인천 을왕산이다.

◇사우디는 인천, 남미는 제주

인간의 창의성은 주어진 공간이 제한될 때 발전한다. 요즘 이 말은 국내 영상 촬영계에 딱 들어맞는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 로케이션이 쉽지 않으면서 국내 촬영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 을왕산은 코로나 기간 해외 촬영이 필요했던 많은 작품들의 대안이었다. 지난해 공개돼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지옥’에서 정진수(유아인)가 목숨을 끊기 위해 갔다가 깨달음을 얻은 티베트 고원 역시 을왕산이다. 유아인은 같은 장소를 드라마 ‘지옥’에서는 티베트로, 영화 ‘서울대작전’에서는 사우디로 방문한 셈이다. 그해 발표된 그룹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 곡 ‘퍼미션 투 댄스’의 미국 서부 배경 같은 뮤직비디오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일부 촬영을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길게 있지 못하고 대부분을 전주, 제주, 무주, 용인에서 촬영했다. 그중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의 저택으로 나온 건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카페 ‘허니문하우스’다. 윤종빈 감독은 “코로나로 해외 촬영이 막힌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내를 따라간 제주의 유명 카페가 딱 남미 같은 분위기였다”며 “야자수 나무도 컴퓨터그래픽으로 추가로 심고, 뒤에 산도 만들고, 저택 정문은 세트를 만들어서 지었다”고 했다. 전요환이 강인구(하정우)와 골프를 치는 코카인 왕국 역시 미술팀이 나무를 심고 오두막을 지어 만든 것이다.

사실 해외 현지 촬영을 간다고 원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윤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브라질 국경의 총격전 장면은 제주도 야자수 농장에 몇 달 동안 야자수를 심고 길러 상상 속 국경 모습을 만든 것이다. 윤 감독은 “남미 사전 답사를 가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남미 국경의 모습과 달랐다”며 “이럴 거면 우리가 생각하는 남미를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극 중 첸진(장첸)의 구역인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 윤 감독은 “실제 남미 차이나타운은 건물도 신식이고, 중국말로 쓰여 있는 것 빼고는 차이나타운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래서 1960~70년대 쿠바 차이나타운을 모티브로 더욱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려 전주에 세트장을 지었다”고 했다. 

영화 ‘헌트’에서 마지막 총격전이 발생한 태국 묘역은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했다./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헌트’에서 마지막 총격전이 발생한 태국 묘역은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했다./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도쿄는 부산, 베트남은 용산

영화 ‘헌트’도 원래는 해외 촬영을 계획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막혀 출국할 수 없었다. 배우 겸 감독 이정재는 “스파이 액션물이라 멋지게 해외 촬영을 넣고 싶었고, 특히 워싱턴 장면은 미국 가본 사람들이 많아 꼭 현지 촬영을 하려고 기다렸는데 코로나 사태가 길어져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대안으로 찾은 곳은 서울 여의도의 켄싱턴 호텔. 여의도에 들어선 최초의 특급호텔로 1978년 개관한 뉴맨하탄호텔이 전신이다. 외관과 인테리어 모두 고풍스러운 멋이 있어 세련된 이국미가 풍긴다.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한 태국의 묘역 장면도 강원도 고성 화암사 인근 유휴지에 태국풍 건물을 짓고 야자수를 대거 심어 촬영했다. 태국 묘역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찍힌 봉우리는 설악산 울산바위다.

영화 ‘서울대작전’과 ‘헌트’의 공통점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서울대작전은 1980년대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 추격전을 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VP) 기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세트장 배경을 LED 패널로 만들어, 실제로 구현될 배경 영상을 틀어놓고 촬영하는 기법이다. 배우들은 세트장 내 자동차에 앉아 움직임만 연기하며, 뒷배경이 움직이면서 운전하는 듯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앞서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나 디즈니플러스의 ‘만달로리안’에서 우주 배경 촬영에 사용한 방법이 과거를 재현하는 데도 도입된 것이다.

반면, 영화 ‘헌트’에서 차량 추격전이 발생하는 1980년대 일본 도쿄 거리는 부산 동구 초량동 골목이다. 미술팀은 한 달 동안 이 거리의 모든 간판을 일본식으로 바꾸고, 우체통, 공중전화부스, 교통 표지판, 자동차 번호판 등을 일본풍으로 바꾸는 세팅을 했다. 1983년 개봉한 ‘나라야마 부시코’의 포스터를 크게 내걸기도 했다. 총격전 중 보이는 일본식 벽돌 건물은 부산 베스트전기학원이다.

코로나 이후 첫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범죄도시2′ 역시 베트남 현지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했다. 배우 마동석은 CGV 공식 인터뷰에서 “베트남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기간이라 못 가 국내(광주, 경기 평택, 대전)에 세트를 짓고 외경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극 중 전일만(최귀화)이 등장한 베트남 쌀국수집도 서울 용산에 있는 식당 ‘효뜨’다. 신용산역에서 걸어서 5분이면, 1000만 영화의 베트남 촬영지를 가볼 수 있는 셈이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는 소품을 구하는 것도 과제다. 옛날 소품을 빌려주는 업체들도 있지만, 가장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것이 옛날 자동차다. 일단 작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헌트’는 도쿄 분위기를 내려고 일본 현지에서 자동차를 공수했다. 국내 올드카라고 구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올드카들이 대량으로 등장하는 영화 ‘서울대작전’은 국내 동호회와 자동차 문화공간 피치스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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