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입력 2022.09.09 19:26
황정민·하정우…한국형 마약 카르텔 6부작
수리남(Narcos Saint)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형성과 몰락을 그린 ‘나르코스’는 2015년, 미드 역사의 획을 그은 작품 ‘브레이킹 배드’에 이어 시청률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명품 드라마였다. ‘나르코스’의 흥행과 인기를 다시 한번 재현하고픈 넷플릭스가 어제 9일부터 ‘나르코스 세인트(수리남)’ 6부작 방영을 시작했다.
지난 6월 사상 최고의 히트 드라마 중 하나인 스페인 드라마 ‘머니 하이스트(종이의 집)’의 스핀오프 ‘머니 하이스트 코리아’를 방영한 바 있는 넷플릭스는 이제 한국의 드라마 제작팀을 넷플릭스 대표작들의 ‘리메이크 전담팀’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의존하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부터 멀티컬처럴 홍보팀을 새로이 꾸미고 아시아와 남미계의 작품들을 별로도 구분해 홍보하고 있다. 그중 단연 K드라마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K드라마에 쏠리는 팬들의 관심은 어느덧 넷플릭스의 최대 수입원이 돼버렸다.
‘나르코스 세인트’ 역시 ‘나르코스’와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11년 체포된 한국인 마약상 조봉행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윤종빈 감독(범죄와의 전쟁, 공작)의 첫 드라마 연출 작품이다.
남미 수리남에서 마약 대부로 성공(?)한 희대의 사기꾼 전요환 목사(황정민). 신도들을 코카인 유통에 이용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강인구(하정우)는 자신의 홍어 사업을 코카인 운반에 이용하려던 전요환 때문에 인생이 꼬이게 되고, 국정원의 작전대로 코카인 밀수업자로 위장해 전요환에게 접근한다. 그는 중국 조직과 접촉하다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되고 국정원의 작전 역시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코카인에 중독돼 전요환을 신처럼 섬기는 신도들이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고 전요환에 밀려 있지만 다시일인자 자리를 노리는 라이벌 중국 조직의 수장(장첸)이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 등에 이어 다섯 번째 윤종빈 감독과 함께 하는 윤종빈의 ‘페르소나’ 하정우의 15년만의 드라마 컴백 작품이다. 기대하던 황정민의 광기 연기는 그의 이전 작품들의 ‘악랄한 양아치’ 이미지를 재연하는 듯해 실망을 안겨줬다.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그리고 대만 배우 장첸 등 개성 강한 베테랑 배우들의 조연 연기가 극을 살려 나간다.
작품의 실제 모델 조봉행의 조직과 손을 잡았던 칼리 카르텔도 ‘나르코스’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바 있다. 조봉행이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했던 한국 주부들 중 한 명인 장미정 사건을 각색한 영화가 전도연 주연의 2013년작 ‘집으로 가는 길’이다.
김정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