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외계+인'...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특수효과
국내 VFX 기술력, 할리우드와 비교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
시공간 촬영 제약 없다는 강점에 영화계 주목
입력
2022.08.12 09:53
영화 '승리호'부터 '외계+인' '한산' 등으로 국내 그래픽 기술이 수준급에 올랐다는 것이 입증됐다. 리스크가 많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보다 국내 촬영을 선택하는 이유다. 지금 국내의 콘텐츠 영상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최근 흥행의 중심에 서 있는 '한산: 용의 출현'은 CG를 이용한 시각특수효과 기술, 즉 VFX의 높은 기술력을 여실히 활용한 사례가. 평창동계올림픽 세트장에서 배 모형을 제작했고 배우들이 초록색 스크린을 뒤로 한 채 연기를 이어왔다. 특히 '한산: 용의 출현' 스태프가 자신의 SNS를 통해 왜군 와키자카를 맡은 변요한이 말 없이 말을 타는 연기를 해낸 현장을 공개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한민 감독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그리면서도 물에 배를 띄우지 않고 촬영해냈다. 흔들리는 배에서 촬영하는 것과 변덕스러운 날씨에 따른 일정 차질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특히 '명량' 이후 국내 영상 특수효과 기술력이 크게 달라진 것을 감안, 오롯이 CG만으로 그때의 해전을 고스란히 구현해냈다. 전함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3천 평 세트에서 촬영됐다. VFX 슈퍼바이저 정철민은 한 방송을 통해 "물 없이 찍는 것에 대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자. 촬영할 수 없는 앵글이나 시원시원한 액션을 좀 더 과감하게 연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머리를 맞댄 끝에 '한산: 용의 출현'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한산: 용의 출현'은 각 멀티플렉스 특수관 예매율이 높다. 4DX 혹은 돌비시네마로 대표되는 특수관에서 볼수록 해전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진다는 입소문이 일찍이 돌았기 때문이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 초대형 규모의 실내 세트를 조성하면서 작품의 고증을 더욱 강조했다. 이는 국내 기술적인 측면이 할리우드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판단 덕분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한산: 용의 출현'을 비롯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산: 용의 출현'과 함께 극장가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는 '외계+인'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외계+인' 1부에는 현대와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외계인과 우주선이 등장하기에 최첨단의 시각적 특수효과 기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100% 가까이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완성된 장면도 많은 데다가 후반 그래픽 작업에만 400명 넘는 디자이너들이 투입됐다. 후반 작업에 걸린 시간은 무려 13개월이다. 시공간을 오가고 외계의 존재가 등장하는 순간 보는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업이 필요했던 대목이다. '외계+인'은 모션캡쳐, 광대역 3D스캐너를 사용해 촬영했다. 모션캡쳐 시스템은 별도의 장비 세팅 없이도 디지털 액터가 수트를 입고 움직이기만 하면 관절에 장착된 트래커(추적기)를 통해 움직임을 포착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 '승리호'가 이 기술을 활용한 바 있다.
단순히 VFX 기술이 SF 판타지 장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연출 김홍선)은 산업용 로봇암에 카메라를 장착해 초고속 및 타임랩스 등의 특수촬영에 활용되는 볼트-X 장비를 이용했다. 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앞서 언급한 광대역 3D스캐너를 활용했다고 알려졌다.
고도화된 기술의 끝은 어디일까. 이미 국내의 수준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기술의 성장이 반가운 이유는 너무나 많다. 먼저 다양한 장르에서 널리 차용되면서 비용과 인력 소모가 절감된다. 아울러 이야기적 확장도 가능하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매회 고래가 등장하지만 몰입감을 전혀 와해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장면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방점의 효과를 낸다. 이처럼 국내 콘텐츠 기술 성장이 이끌 효과에 기대감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