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상 가장 비싼 영화... ‘그레이 맨’ 뜨자마자 세계 1위
넷플릭스 역대 최고 제작비 영화의 역대급 데뷔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많은 약 2억달러(약 26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그레이 맨’이 22일 공개됐다. 바로 콘텐츠 순위가 집계되는 89국 중 87국서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가 됐다. 당연히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1위다.
이 영화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 선두 주자면서도 가입자 감소와 주가 폭락 등 악재에 시달려온 넷플릭스가 위기 돌파를 위해 꺼내든 일종의 승부수다. 역대 박스오피스 매출 순위 2위 ‘어벤져스: 엔드게임’(27억9750만달러)과 5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억4835만달러)를 만든 루소 형제에게 감독을 맡겼다.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과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번스 두 배우가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골고루 때려 부수며 총칼과 맨주먹을 부딪쳐간다.
비밀에 싸인 미 중앙정보국(CIA)의 최강 암살자, 그 암살자가 지키려 하는 병약한 소녀, 효율에 눈이 먼 CIA 관료와 사이코패스 악당, 배신, 우정, 복수까지…. 그동안 이런 유의 영화에서 봤던 소재는 대부분 쓸어담았다. 어쩌면 재미있지만 새롭지는 않은 이야기. 시작한 지 10분쯤 지나면, 평론가들은 마뜩잖아 하지만 대부분 관객은 팝콘 먹으며 손뼉 칠 작품이라는 게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지수 50%, 관객 지수 90%를 기록 중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얼굴에 철철 피가 흐를 때도 쓸쓸하고 먹먹한 느낌을 주고, 얄밉고 잔혹한 악당을 연기한 크리스 에번스의 악역 변신도 성공적이다. 기본적으로 이 두 배우가 주도하는 ‘쌍끌이 액션’. 루소 형제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석조 벤치에 수갑으로 묶인 채 총격전을 벌이는 체코 프라하 공원 장면에만 4000만달러를 썼다”고 말했다. 액션의 완성도만큼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준이다.
그럼에도 어디서 본 듯한 설정과 장면이 많은 건 약점이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하는 주인공, CIA의 비밀 암살 요원 ‘식스(Six)’가 방탄 방패를 들고 트램 안에서 벌이는 총격전을 보면 자연스럽게 캡틴 아메리카가 떠오른다.
주인공 ‘식스’는 경호하던 상관의 조카딸이 ‘이름이 이상하다’고 하자 말한다. “맞아. 007은 누가 벌써 쓰길래.” 어쩌면 이 대사는 처음부터 첩보 액션물의 새로운 ‘오리지널’이 되는 건 이 영화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참살당할(annihilate)’을 ‘참사할’로, ‘초월적인(preternatural)’을 ‘초륜한’으로 표시하는 등 자막 제작 과정의 오류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