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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극본·연기·연출 3박자 맞았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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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2.07.11 06:20 4,17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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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연기·연출 3박자 맞았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인공 우영우 ‘차별’ 아닌 ‘다름’의 시선으로 바라봐
전문가들 “아스퍼거 증후군, 드물지만 몰입도와 지능 높아”

입력 : 2022-07-10 16:59/수정 : 2022-07-1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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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자폐를 최초로 연구한 사람 중 하나인 한스 아스퍼거는 자폐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이 반드시 열등한 것은 아니다. 자폐아들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험으로 훗날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도 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케이블 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는 이렇게 말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며 지난 주 시청률 5.2%(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돌파했다. 많은 콘텐츠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으로 소비하는 요즘,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달성하기 힘든 시청률이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의 전세계 흥행 순위를 매기는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도 9일 기준 TV 시리즈 부문 8위로 선전하고 있다.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스트리밍 1위를 달성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인 두뇌를 동시에 가진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다. 다양한 사건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간다. 드라마는 우영우에게 편견을 드러내던 사람들에게 매 회 한 방을 날리며 생각할거리를 안겨준다.

평론가들은 자폐 스펙트럼, 법조계에 대한 사전 취재가 반영된 촘촘한 대본, 배우의 뛰어난 연기, 환상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연출 등 ‘3박자’가 잘 맞은 점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영우에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땐 그가 좋아하는 고래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등장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적절히 섞으면서도 과하지 않게 연출된 화면이 따뜻하면서도 신선하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배우 박은빈의 연기가 두드러진다. 박은빈은 자폐 스펙트럼을 숨기려 하거나 주눅들지 않는,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우영우를 그려낸다. 아역 시절부터 공을 다져온 박은빈이 경쾌한 걸음걸이와 독특한 말투, 엉뚱한 성격과 표정 등 캐릭터 연구를 한 결과다. 우영우의 캐릭터에 힘입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톤으로 유지된다.

박은빈은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대본을 읽는데 어떻게 연기를 해야하는 지 감이 안 잡혔다. 섣불리 선입견을 갖고 다가갈 수도 없고 조심스러웠다.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공부했다”고 털어놨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장애를 다루는 방식은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것과 다르다. 드라마는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편견을 깨고 무언가 이뤄내는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다뤄졌다. 이 드라마는 특수한 상황들을 특수하게 그리기보다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다양성이 어우러졌을 때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고 말한다”며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다르게 보려는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공감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내용의 장르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에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선한 드라마라는 점도 대중에 어필한다. 드라마 속 주요 캐릭터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괴롭히거나 편견에 갇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깨고 반성하며 주인공을 도와주는 존재들로 활약한다. 우영우의 멘토로 등장하는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이 대표적이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굉장한 아이디어가 있다기보다 아주 기본에 충실한 드라마, 기본기가 잘 돼 있는 작품이다. 연출에 군더더기가 없으며 박은빈은 현실감을 살리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면서 “선(善)이 이기기엔 극악한 현실을 반영하는 자극적인 드라마가 많은데, 순수하게 선으로 이기는 모습에 대중이 굉장히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과거 서번트 증후군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 ‘굿닥터’를 떠올리게도 한다. 서번트 증후군은 뇌 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굿닥터’는 국내에서 사랑받은 후 해외에서도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우영우와 같은 사례가 현실에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는 대인관계가 힘들고 뇌기능이 들쑥날쑥하지만 기억력이나 시각 기억력이 뛰어나면 우영우처럼 한 번 본 것을 카메라로 찍는 것과 같은 ‘포토그래픽 메모리’가 가능하다”면서 “우영우 사례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볼 수 있고 정도가 더 심한 게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명칭으로 통합됐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드라마는 이러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권 교수는 “이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자기가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영우는 고래에 대해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같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면 고래를 상상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정도다. 밥으론 거의 김밥만 먹는다.

지능이 뛰어나더라도 우영우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영우는 문맥에 숨겨진 뜻이나 뉘앙스, 표정 등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동료 변호사가 우영우에게 “어떻게 왔어요?”라고 물었을 땐 ‘누구세요’라는 뜻이 내포돼 있었지만 우영우는 “지하철 타고 왔어요”라고 답한다.

김남준 광주광역시의사회 사회참여이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경우에도 드문 사례지만 지능과 몰입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고기능 자폐는 사회성이 부족해 대인 관계가 어렵고,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우영우처럼 변호사로 일을 할 경우 법리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뛰어나지만 법을 해석하는 부분, 의뢰인과 정서적 교감이 힘들 수 있다”고 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전문의들은 이같은 드라마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유튜브 채널 ‘뇌부자들’을 운영하는 오동훈 연세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는 게 의사로서 뿌듯하고 반가운 일”이라며 “드라마 통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더 많은 환자들이 사회에서 이해받고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최예슬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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