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부담감? K콘텐트 기대감이 더 힘들었다”
입력 2022.06.28 00:03
“원작이 큰 히트작이라는 부담감보다 대한민국 콘텐트에 대한 기대감이 더 힘들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27일 화상 인터뷰에서 세계적 인기를 끈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부담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처음 작품을 기획할 때만 해도 부담이 없었는데, 작년에 촬영하던 시기에 ‘오징어 게임’ 등 한국 히트작이 나오면서 오히려 더 기대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스페인에서 제작된 글로벌 흥행작 ‘종이의 집’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시리즈로, ‘교수’라 불리는 천재 지략가가 꾸린 강도단이 조폐국을 점거해 인질강도극을 벌이는 이야기다. 지난 24일 시즌1 6편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넷플릭스TV프로그램 부문 글로벌 순위 3위(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를 기록하며 희망적인 첫발을 디뎠다.
다만 원작을 이미 본 일부 시청자들은 배경이 통일을 앞둔 2026년 한반도로 바뀌었을 뿐, 설정과 전개가 원작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원본보다 못한 복사본’(평점 사이트 ‘IMDb’) 등 혹평을 내놨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저 자신도 원작의 팬인 입장이기 때문에, 원작을 보신 분들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은 분명히 있을 거라 본다”면서도 “원작의 특성을 굳이 우리가 바꿀 필요는 없고, (대폭 바꾼다면) 리메이크라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인 한국의 분단 현실을 반영한 설정에 대해 김 감독은 “리메이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대체 한국의 어느 시간대와 장소를 갖고 와야 할 지였는데, 가까운 미래 통일을 앞둔 한반도에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공간이 생긴다면 모든 것이 불안정하지 않을까 상상했다”며 “(남북한이) 70여 년 동안 떨어져 살다가 다시 모인다고 해서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지진 않을 거고, 자본이 몰릴수록 계층 간 갈등도 더 생겨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남북통일이라는 설정이 생기면서 극의 주축인 ‘도쿄’(전종서) 캐릭터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북한의 MZ세대로 바뀌었고, 이런 서사를 보여주기 위해 1화 첫 장면에는 ‘도쿄’가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담았다. 일각에서 “지나친 설정”이라고 혹평하지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실제로 현재 북한에서 (BTS 노래를) 많이들 듣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가져온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또 원작과의 차별점으로 “속도감 있는 진행”을 꼽으며 “원작의 양을 줄이면서 저희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들어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판은 총 22부작인 원작 시즌1·2 내용을 12부작에 압축했다. 나머지 6편(시즌2)은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김 감독은 시즌2에 대해 “파트1에서 시작된 모든 일이 종합적으로 모여서 더 심한 갈등이 생겨날 거고, 그 부분에서 긴장감이 증폭될 것”이라며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 감독과 별도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교수’ 역의 배우 유지태도 “파트1만 보면 사실 ‘교수’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고,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아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전체 상황을 잘 설명하는 전달자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며 “파트2에서는 ‘교수’가 왜 강도들을 모을 수밖에 없었는지 등 파트1에서 다루지 못한 서사가 나와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