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두나, '브로커'를 이해하는 방법
- 최송희 기자
- 입력 2022-06-26 07:00
일본 영화 '공기 인형' 이후 12년 만이다. 배우 배두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한국 영화 '브로커'로 재회했다. 일본 영화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는 군데군데 이질적인 데가 발견되었지만, 배두나는 달랐다. 그는 '브로커' 안에서 가장 자유롭고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세계와 뉘앙스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12년 만에 만났어요. '공기인형'을 찍고 오랜만에 '브로커'로 다시 만났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변함없으셨어요. 여전히 귀여우시고 날카로우셔서 촬영하면서 '맞아. 이런 분이셨지'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어요."
오랜만에 만났지만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했다. 배두나는 "여전히 테이크(촬영)를 많이 가지 않는다"라며 효율적인 방법으로 영화 현장을 지휘한다고 설명하며 그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오랜만에 표현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많은 분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떻게 현장을 지휘하는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하물며 배우들도요. '공기인형'을 찍을 때 감독님의 방식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어요. 촬영을 정말 금세 마치시거든요. 그동안 한 장면을 오래, 집요하게 찍는 분들과 작업해왔기 때문에 그런 방식이 적응되지 않더라고요. 한두 번 찍고 '오케이(OK)' 하시니까요! 하하하.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브로커'는 금방 적응했죠."
"배우에게 강요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전형적이지 않아서 배우들이 당황했을 거예요. 제가 '공기 인형'을 찍었을 때처럼요. 제게 미리 '감독님은 어떤 분이시냐'고 묻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기인형' 때 촬영 경험을 말씀드리기도 했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12년 만에 만났어요. '공기인형'을 찍고 오랜만에 '브로커'로 다시 만났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변함없으셨어요. 여전히 귀여우시고 날카로우셔서 촬영하면서 '맞아. 이런 분이셨지'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어요."
오랜만에 만났지만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했다. 배두나는 "여전히 테이크(촬영)를 많이 가지 않는다"라며 효율적인 방법으로 영화 현장을 지휘한다고 설명하며 그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오랜만에 표현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많은 분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떻게 현장을 지휘하는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하물며 배우들도요. '공기인형'을 찍을 때 감독님의 방식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어요. 촬영을 정말 금세 마치시거든요. 그동안 한 장면을 오래, 집요하게 찍는 분들과 작업해왔기 때문에 그런 방식이 적응되지 않더라고요. 한두 번 찍고 '오케이(OK)' 하시니까요! 하하하.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브로커'는 금방 적응했죠."
소통 방식이나 연출에 있어서 전형적이지 않은 감독이었기 때문에 배두나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당황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배두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동료를 안심시키곤 했다.
"배우에게 강요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전형적이지 않아서 배우들이 당황했을 거예요. 제가 '공기 인형'을 찍었을 때처럼요. 제게 미리 '감독님은 어떤 분이시냐'고 묻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기인형' 때 촬영 경험을 말씀드리기도 했죠."
"제가 지금 잭 스나이더 감독님의 '리벨 문'을 찍고 있거든요. 할리우드에서 훈련하고 있어서 칸 국제영화제에 '브로커' 팀과 함께하지 못했어요. 정말 아쉽더라고요. 일일이 기사도 다 찾아보고 '브로커' 팀의 행적을 뒤쫓았죠. 하하하. 감독님께서 턱시도 안에 제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시면서 '함께 하고 있다'고 해주셨어요. 감동이었죠."
배두나는 브로커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을 연기했다. 잠복근무 중 '소영'(아이유 분)이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현장과 브로커 일행과 합류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오랫동안 매달려온 사건을 마무리할 기회임을 직감한 '수진'은 확실한 범죄 증거를 잡기 위해 거래 현장 급습을 노린다. 그러나 브로커들의 거래는 생각만큼 쉽게 성사되지 않고 이들의 여정이 길어질수록 '수진'의 마음은 다급해진다.
"시나리오를 보고 '수진' 캐릭터가 알쏭달쏭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대사가 많지 않은 캐릭터라 그의 말 한마디에서 배경 등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말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자신이 없더라고요. 이 역할을 맡는 게 민폐는 아닐까? 솔직히 캐릭터에 확신이 없었어요."
배두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본어 시나리오'를 읽었다. 아무리 보아도 '수진'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없어서였다. 다수의 일본 영화에 출연하며 일본어 실력을 다져놓은 게 이번 작품에도 도움을 주었다. 일본어 대본과 한국어 대본에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제가 생각했을 때 '수진'의 마음을 알고 대사 뱉는 걸 넘어서 '수진'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진'의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대본을 봐도 마음을 모르겠는 거예요. 그녀가 살아온 발자취가 (대사에) 녹아있어야 하는데요. 그래서 일본어 대본을 요청했고 의역된 부분 중 일본어 대사와 뉘앙스가 다른 걸 찾아냈어요. 일본어 대사에는 말 줄임표로 뉘앙스가 느껴지더라고요. 의역 전 대본 속에서 '수진'이 어떤 여자인지 알게 되었고 힌트를 얻었죠."
"'수진'의 말 줄임표에서 (그녀가) 움찔거리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말하는 동안 매끄럽지 않게 중간중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죠. 본인도 모르던 걸 발견하고 깨달아가며 찔리거나 놀라는 감정을 보았어요. 그 덕에 캐릭터에 관한 궁금증이 풀렸어요."
그는 '수진'이 '브로커' 일행을 쫓는 것이 정의감이 아닌 개인의 아픔 때문일 거로 해석했다.
"감독님께서 '수진'에 관해서 말씀해주시기를 애초 경찰을 꿈꾸던 사람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대학 시절에는 연극을 했고 연극 동아리에서 지금의 남편과 만나 결혼했다고요. 일하면서 한 차례 아이를 지운 경험이 있고 그에 대해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 수진은 경찰로서 보다 인간으로서 갈등을 겪고 있구나' 깨닫게 됐죠. '수진'이 제 또래인데요. 저도 그렇거든요. 열심히 살아왔지만, '잘' 살았던 건지 의심될 때도 있고요. 공통점을 찾으면서 감정 이입한 거 같아요."
그는 '수진'이 '소영'을 공감하고 보호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소영'으로 인해 아이와 관련된 아픔이 터져 나왔을 것이란 말이었다.
"눈치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동안 '수진'이 저 밑으로 내려놓았던 감정이 '소영'으로 터졌을 거로 생각해요. 아이에 관한 아픔이요. 자연스레 '소영'에게 공감했을 거고 어느 시점부터는 그를 보호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3월에 미국으로 넘어와서 적응하고 훈련하며 지내고 있어요. 4월부터는 촬영을 시작했고요. 긴 영화기 때문에 장기 작업 중이죠. 아마 올해는 계속 미국에서 지낼 거 같아요."
배두나는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2006), '공기인형'(2010),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 '주피터 어센딩'(2015), 넷플릭스 '센스 8' 등을 통해 일찍부터 해외에서 명성을 떨쳐왔다. 그는 해외 활동에 관해 "스스로 강해지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면 외롭죠. 하지만 제게 어떤 대미지를 줄 정도는 아녜요. (해외로) 나오면 아무래도 제가 조금 더 강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몇 년간 한국에서 행복하게 촬영하고 편안히 즐겼다면 지금은 조금 더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냉정 해지는 거 같아요. 환기하는 시간이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해외 활동으로)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