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종이의 집’ 원작 아성 이을까… “분단 현실 담아 한국적 재탄생”
입력 : 2022-06-22 16:40
신의주에서 서울까지 기차가 다니고, 남북한 주민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2026년의 대한민국. 평화 통일까지 몇 발자국 남지 않은 어느 날, ‘경제의 심장’인 조폐공사에 빨간 점프슈트를 입고 하회탈을 쓴 강도단이 침입해 사상 초유의 인질극을 벌인다.
오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펼쳐나갈 이야기다. 전세계 히트작인 스페인의 범죄스릴러 ‘종이의 집’을 한국판으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대규모 강도 인질극이란 오리지널리티에 우리의 분단 현실을 더했다.
사건은 비무장 지대 안에 있는 조폐국과 공동경제구역(JEA)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진다. 조폐공사에 침입한 강도단의 목표는 무려 4조원이라는 돈을 훔치는 것. 이를 막기 위해 남북은 사상 최초로 합동 대응팀을 꾸린다. 남한은 위기협상가 선우진(김윤진) 경감을, 북한은 인민보안성의 차무혁(김성오) 대위를 투입한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전세계가 남북한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것 같아서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었고, 남과 북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며 “미래에 대한 우리의 소망, 희망적인 것을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강도단의 구성은 원작과 같다. 역대급 규모의 범죄를 설계한 닉네임 교수(유지태)와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베를린(박해수) 도쿄(전종서) 모스크바(이원종) 덴버(김지훈) 나이로비(장윤주) 리우(이현우) 헬싱키(김지훈) 오슬로(이규호)가 등장한다.
이 작품이 원작의 아성을 이어갈지 안팎의 기대감은 크다.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어 또다시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지금까지 해외 인기 작품을 리메이크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배우 김윤진은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부담이 컸다”면서도 “우리만의 슬픈 현실이고 분단국가인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한국적인 매력을 더했다”고 말했다.
남북한의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하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롭지만 자칫 비현실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극본을 맡은 류용재 작가는 “남북한 강도들이 협업해서 돈을 훔치고, 남북한 경찰이 협력해서 강도를 막는 과정이 향후 몇 년 안에 혹은 몇십 년 안에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그려졌고, 이 부분이 다른 작품과 차별점”이라며 “‘저게 우리에게 앞으로 다가올 현실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극적인 사건을이 몰아치는 것이 시청자에게 새롭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등장인물들의 서사에는 한국 정서에 맞는 스토리를 추가했다. 류 작가는 “원작의 캐릭터들을 따라가면 답습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 한국판 이야기의 틀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주를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쿄는 원작과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다. K팝을 좋아하는 평범한 20대로 북한에서 살던 도쿄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서울에 온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빚에 시달린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그는 교수가 내민 손을 잡고 강도단에 합류한다.
배우들은 가장 한국적인 요소로 하회탈 가면을 꼽았다. 원작에서 강도단은 스페인의 대표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을 썼다. 북한 강제수용소를 탈출해 강도단에 합류한 베를린역의 배우 박해수는 “하회탈의 풍자적 의미나 권력층에 대한 비난이 (달리 가면과) 같은 의미가 있어서 좋았다”며 “배우들이 처음 가면을 다 썼을 땐 위압감까지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