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계정 먹튀… `OTT 공유` 부작용 속출
계정 1개당 '4명 동시 시청' 악용
돈 받고 잠적… 700~800명 피해
이용자 42% '구독료 부담' 호소
공유제한 땐 소비자 반발 불보듯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백명에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구독 계정 공유 비용을 받고 잠적한 사건이 벌어졌다. 월 구독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재판매하는 서비스에 이어 '계정 공유'와 관련한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TT 업체들이 제공하는 '제한적 계정 공유'를 악용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업체나 요금제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OTT들은 최대 4인까지 동시 시청 기능을 제공한다. 가족이나 지인과의 OTT 시청 편의를 돕는다는 의도에서 도입된 기능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면 4명까지 접속이 가능한데, 모르는 사람과 '파티'(모임)을 구성해 월 구독 비용을 분담하고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한 커뮤니티에서는 한 사람이 수백개 계정을 만들어 계정 공유를 하다가 돌연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온라인에서 피해 사실을 인증한 인원은 700~800명에 달한다.
OTT 업체의 프리미엄 이용권은 최대 4인까지 동시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00개 계정을 운영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현재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OTT 종류가 많아지면서 구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도리어 피해만 입게 된 것이다.
대중들이 OTT 구독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발간한 '디지털 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OTT 이용 시 불편한 점으로 '경제적 부담'(4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계정 공유를 원하는 수요 때문에 국내에서는 OTT 파티 결성을 중개해주는 스타트업이나 월 구독권을 하루 쪼개 파는 업체도 등장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의 구독권은 국내보다 해외 일부 국가가 저렴하다는 점을 악용한 업체들도 있다.
해외 계정으로 국외에서 결제하고, 국내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나눠 받아 계정을 공유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OTT들은 영리적·상업적 목적의 계정 공유나 재판매 행위를 약관상 금지하는 중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구독자 감소와 수익 저하 등의 이유로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유료회원 2억2100만명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현재 돈을 내지 않고 계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약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국내 기반 OTT들이 계정 공유 기능을 축소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미디어 학계 전문가는 "불법 행위는 근절해야 마땅하지만, 계정 공유 기능 축소가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효용적일 지는 의문"이라며 "타인과의 계정 공유를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소비자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복수 이용자에 따른 OTT 산업 성장 효과가 있는데, 계정 공유를 제한할 경우 자칫 성장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