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칭찬 아직은 어색…칸은 말도 안되는 행운"
■가수 아이유 넘어 '브로커'로 칸 무대 밟은 이지은
'미혼모' 캐릭터 걱정 많았지만
복잡한 감정표현 살리려 애써
연기-가수 상호 도움되는 활동
더 잘하고 싶은 원동력 되기도
영화 ‘브로커’의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 사진 제공=이담엔터테인먼트
“연기를 못하는 순간도 여전히 많은데, 칭찬을 받으면 이제 연기를 잘하니까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보다는 ‘이제 칭찬도 받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더 잘해야지 하는 원동력은 되는 것 같아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영화 ‘브로커’가 관심을 끌었던 건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 유명한 주연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달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외신과 현지 평단은 그 중에서도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송강호와 극중 아이 엄마 소영을 역할한 이지은(아이유)의 연기를 많이 언급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특히 이지은이 불안해 보이면서도 힘있는 소영 역할로 강렬한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지은은 생애 처음으로 다녀온 칸 영화제는 물론 현지에서 받은 많은 칭찬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지난 7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자신에게 오는 칭찬에 대해 “(연기로) 칭찬을 받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제 입장에서는 좋은 얘기를 해 주셔서 다행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겨울에 처음 모여서 대본 리딩을 할 때 땀이 나고, 촬영하면서도 함께 한 배우들과 대화도 못 나눌 정도로 긴장했다는 그는 강동원 등 동료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더라는 말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다녀온 소감이 궁금했다. 이지은은 “너무 말도 안 되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이기도 하고 정신도 없어서 즐기지 못하고 온 게 아쉽다. 죽기 전 떠오를 잊지 못할 순간”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출연진 중 자신과 이주영은 긴장한 티가 역력한 반면 강동원은 가장 좋아보였고 여러 번 칸에 갔던 송강호는 정말 즐기는 듯 했다며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관찰하는 재미가 컸다”고 돌아봤다.
영화 ‘브로커’ 속 이지은의 모습. 사진 제공=CJ ENM
고레에다 감독이 보고 팬이 됐다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드라마 ‘호텔 델루나’, 넷플릭스 ‘페르소나’ 등 다양한 연기를 했지만, 이지은에게 소영 역할은 접근부터 까다로웠다. 베이비박스 앞에 갓난아기를 버리고는 뒤늦게 다시 찾으러 간 미혼모 캐릭터는 기본 설정도 많은 데다 특히 임신·출산·육아의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복합적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돼서, 고레에다 감독과 면담하며 세세한 사항까지도 질문했다. 이지은은 “대본과 감독님께 많이 의지하면서 캐릭터의 청사진을 그렸다”며 “엄마, 언니의 이야기도 듣고 처음에 눈빛부터 머리카락까지 모두 지쳐있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형사(이주영)의 입을 통해 아이가 버려지는데 화살이 엄마에게만 돌아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지은은 “소영은 왜 버렸나 스스로 연민할 여지조차 없이 고된 인물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관객 사이에서 회자되는 대관람차 장면에서 동수(강동원)가 소영의 눈물을 가려주면서 일종의 용서를 하려 하는데, 소영은 “아냐, 그래도 버린 건 버린거야”라고 말한다. 이지은은 “연기하면서 소영의 그 태도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영화 ‘브로커’의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 사진 제공=이담엔터테인먼트
이지은은 연기로도 인정 받은 건 물론 가수 아이유로서도 이론의 여지 없는 ‘언터처블’이다. 예전엔 가수와 배우로서 자아를 분리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활동이 서로 도움이 된다. 건드려본 적 없는 설정의 캐릭터를 연기하면 생각해 본 적 없는 게 떠오르기도 한다”고 이지은은 말한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가사를 많이 쓴다”며 “‘브로커’를 준비하면서도 ‘스트로베리 문’을 만들었다. 둘은 완전 다른 분위기인데, 쓴 이유를 물으면 설명은 안 된다”며 웃었다.
이지은은 인터뷰마다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걸로 유명하다. 비록 바빠서 읽지는 못했지만 칸에도 책 세 권을 들고 갈 정도로 독서가인 그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기자들이 쓴 기사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 웃기겠지만, 가끔 저에 대한 기사문을 직접 써보기도 한다”고 말하며 “기자들마다 화법이나 글 구조가 다른데, 한번씩 해 보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