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봉이 김선달? OTT 1일 이용권 판매에 ‘난감’
OTT 서비스를 1일씩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판매하는 업체의 홈페이지 화면 모습.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에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OTT 서비스를 하루씩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재판매하는 사이트가 등장해서다. OTT 업계에서는 별다른 투자 없이 여러 개의 OTT 계정에 가입한 뒤 이를 쪼개 소비자에게 다시 파는 행위는 명백한 ‘약관 위반’이라고 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P사에서 최근 웹 기반 OTT 1일 이용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업체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6개 OTT 서비스의 1일 이용권을 판다. 가격은 400~600원 수준이다. P사 사이트에서 이용권을 구매하면 24시간 이용 가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는다. 업체가 계정을 직접 보유하면서 이용권 구매자들에게 하루씩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용권별로 하루 수량은 정해져 있다. 다만 P사에서 보유한 계정의 총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언뜻 보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보인다. 하지만 P사의 서비스가 OTT 업체들과 협의를 한 뒤 시작된 게 아니라서 논란을 낳고 있다. OTT 업체들은 현재 가족이나 지인과의 계정공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 계정에서 여러 명의 가족이 동시에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OTT 업체들은 이런 공유 방식을 통한 영리 추구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약관에 “서비스와 모든 콘테츠는 개인적, 비상업적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며 가구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OTT 업계는 동시접속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P사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티빙의 경우 한 달 1만3900원짜리 프리미엄 상품으로 4명이 동시접속할 수 있다. P사가 1인당 500원에 1일 이용권을 판매한다면 계정 1개당 하루 2000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한 달이면 약 6만원의 매출이 나온다. 차익만 4만원이 넘는다. OTT 중 가장 고가인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이용권은 600원에 판매되고 있어 한 달 이득은 6만원에 달한다.
OTT 업계는 이런 형태의 재판매가 명백한 약관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티빙 관계자는 “재판매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웨이브 측도 “일반인이 계정을 공유한 뒤 돈을 받는 행위도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데, 비슷한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문제다. 해당 업체가 어떤 법을 어겼는지 등 법리를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한 집에서 여러 명의 가족이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약관을 통해 분명히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계정 공유로 영리를 취했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하는지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당장 P사의 서비스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 이용자들도 공공연하게 하나의 계정을 4명이 나눠 결제하고 있지만, 제재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P사 계정이 무엇인지 찾아내 별도로 제재를 하지 않는 이상 현재 P사의 서비스를 막을 뚜렷한 방안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159318&code=611416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