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위기설 대해부③]'부메랑된 혁신' 딜레마…'코드커팅' 혁명 이어질까
등록 2022.05.30 07:30:00수정 2022.05.30 07:38:43
기사내용 요약
넷플, 쉬운 가입 해지·계정 공유·일괄 공개 등으로 폭풍 성장
이후 '장점→단점' 전락…기존 장점이 발목잡아
코드 커팅 혁신 지속, 넷플 자기 한계 극복 여부에 달려
[뉴욕=AP/뉴시스] 지난해 10월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스마트폰에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콘(왼쪽)이 떠 있는 모습. 2020.01.22.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케이블TV를 비롯한 전통 미디어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으로 옮기는 이른바 '코드 커팅(Cord-cutting)' 혁명을 주도해왔다.
▲손쉬운 가입과 해지절차 ▲이용자 시청패턴을 파악해 맞춤형 콘텐츠를 배열하는 추천 알고리즘 ▲지인들끼리 함께 쓸 수 있는 계정 공유 ▲'다음화에 계속'에 지친 시청자들의 니즈를 채워준 시리즈 일괄 공개 등 넷플릭스가 차례로 선보인 서비스 혁신은 기존 전통 매체 위주의 시장 질서를 해체하고 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빅뱅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OTT 시장이 절정기에 접어들면서 넷플릭스식 서비스 혁신이 오히려 더 이상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쉽게 가입, 쉽게 해지"…'양날의 검'된 넷플릭스式 혁신
케이블TV 대표되는 전통적 미디어와 넷플릭스는 모두 '구독 모델'이다. 월정액 서비스 요금을 지불한다. 하지만 본질은 확연히 달랐다.
케이블TV 등 전통 미디어들은 '설치비' '모뎀비', 여기에 2~3년간의 이용 약정을 걸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해지절차도 복잡하다. 잔여 약정 기간별로 위약금도 내야 한다. 서비스를 바꾸기도 해지하기도 쉽지 않다.
넷플릭스가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전통 미디어 서비스 구조를 파고든 덕분이다. 서비스 초기 넷플릭스가 내세운 모토는 '손쉬운 가입과 해지'다. 언제든 쉽게 가입하고 쉽게 해지할 수 있다. 해지 절차가 너무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언제든 바로 가입하고, 볼 게 없으면 구독을 끊어 버릴 수 있다는 장점이 기존 복잡한 서비스 해지절차에 지친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 HBO 맥스 등 후발 주자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날의 검이 됐다.
기존의 넷플릭스 독주 체제에서는 잠시 구독을 끊었던 사용자들도 신작이 나오면 다시 돌아와 그대로 정착하는 경우가 비교적 잦았다. 하지만 이젠 넷플릭스에 크게 뒤지지 않는 콘텐츠를 가진 다른 OTT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1분기 넷플릭스 이탈자 중 장기 이용자 비중이 13%에 달했다. '충성 이용자'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방증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12일 0시부터 국내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들은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어플을 통해 디즈니+를 이용할 수 있으며, 컨텐츠는 순차적으로 업로드된다. 디즈니+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보유한 영화와 오리지널 TV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대형 전광판에 디즈니플러스(디즈니+) 광고가 상영되고 있는 모습. 2021.11.12. jhope@newsis.com
◆케이블 왕국 무너뜨린 '계정공유' 정책…애물단지 된 사연
'계정 공유'도 마찬가지다. 가족이나 친구와 계정 하나로 콘텐츠를 함께 나눠 볼 수 있는 계정 공유 정책은 한때 넷플릭스가 단기간에 충성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무기였다. 거대 케이블 방송사들과 맞서기 위해선 유료든 무료든 무조건 열혈 시청자 수가 많아야 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한 지금 입장은 다르다. 유료 가입자 확대를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넷플릭스측은 세계적으로 계정 공유를 통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1억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1분기 실적 부진 타개를 이유로 계정 공유 정책에 메스를 가하려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현재 칠레·코스타리카·페루 등 남미 3개국에서 시행 중인 계정 공유 제한 조치를 다른 국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자들도 벌써부터 "계정공유를 막으면 즉시 탈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넷플 오리지널, '정주행' 안됩니다"…에피소드 인질로 가입자 이탈 막는다
넷플릭스의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인 '종이의집'.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에 도입한 '시리즈 일괄 공개' 방식도 마찬가지다.
기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공개 첫날부터 1화부터 마지막화까지 한번에 볼 수 있어 '정주행'이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해 9월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연휴 기간 '오겜 정주행' 릴레이로 많은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기존에 TV 드라마 등과 달리 모든 회차를 한번에 선보이면서 '다음회에 계속'에 질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이같은 '일괄 공개' 기조도 깨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인 '종이의집 시즌5'가 지난해 9월과 12월 파트 1·2로 나뉘어 공개된 데 이어 이달 27일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4'도 1~7화만 선공개된 상태다. 8~9화는 오는 7월1일 후속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이같은 전략을 선택한 이유 또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시리즈 하나를 정주행한 뒤 그대로 이탈하는 이들을 막기 위해 일부 회차를 일종의 '인질'로 삼은 셈이다. 첫회와 마지막회 사이에 수개월가량의 시차를 둔 것 또한 이용자들이 그 사이 또다른 오리지널 콘텐츠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인책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물론 TV 드라마처럼 매주 한회씩 공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순차 공개를 두고 "정주행이라는 넷플릭스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코드 커팅' 혁신 이어질까…넷플릭스 자기 한계 극복해야
OTT 시장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넷플릭스 돌풍을 낳은 서비스 혁신 모델이 OTT 시장 위기를 부르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가 어떻게 위기를 타개하느냐에 따라 코드 커팅 혁명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차별화 전략으로 전통 미디어와의 경쟁을 극복했다면 이로 인한 자기 한계를 극복해야 할 때가 됐다는 분석이다.
미디어 업계의 한 전문가는 "넷플릭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방식에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시대적 환경이 겹쳐지면서 넷플릭스가 폭풍 성장을 이룬 게 사실"이라며 "다만 넷플릭스가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그동안의 서비스 혁신을 스스로 거둬들인다면 전례없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OTT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결국은 충성 이용자들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용자들을 계속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 투자는 기본, 서비스 차별화 경쟁을 선도하는 새로운 혁신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