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슬린레이튼 포브스 시니어 칼럼니스트

넷플릭스가 ‘인터넷 요금을 지불할 의무가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두 기업 간 이해 충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안의 핵심은 ‘가장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사업자(CP)가 아무런 대가 지불 없이 통신사(ISP)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터넷 생태계의 ‘정의(正義)’ 문제와 직결된다.

발단은 폭발하는 데이터 트래픽이다.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SK브로드밴드가 다루는 넷플릭스 트래픽은 26배 폭증했다. 초고화질 동영상 콘텐트를 처리하기 위해 수차례 네트워크 인프라 증설은 물론 전력, 인력, 유지보수 등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인터넷은 무료’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무임승차를 선언한 점이다. 모든 CP가 각자 망 이용에 대한 대가를 ISP에 내지만,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넷플릭스는 기존 룰을 거부한다. 넷플릭스는 현재 미국 내 DVD 대여 사업을 하며 발생하는 모든 배송료를 미 연방우정청에지불하고 있다. ‘인터넷망은 공짜’라면서도 미국 내 구독자를 위해 DVD 배송비를 감당하고 있는 점은 역설적이다.

한국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인터넷망 연결이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CP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가맹점과 소비자를 잇는 신용카드사처럼, ISP가 두 이용자에게 과금하는 건 일반적 거래 행위라고 봤다.

논란은 유럽으로 확산 중이다. 유럽 주요 ISP는 물론,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 부위원장 등 유력 정치인들이 이른바 ‘빅테크’의 인터넷망 비용 분담에 대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것처럼, EU 내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법제 마련도 추진 중이다. 세계가 문제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지금 인터넷은 과거 이메일을 주로 주고받던 그 공간이 아니다. 하루 수백만, 수천만 개의 동영상이 오가며, 거대한 트래픽이 발생한다. 이를 유지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위해 글로벌 거대 CP들이 망 이용대가, 즉 인터넷 요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처럼, 한국의 지역 ISP가 넷플릭스를 이기고 정의를 구현해 주길 기대한다.

로슬린레이튼 포브스 시니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