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도 온다, 글로벌 OTT ‘한국대전’
입력 2022.05.06 00:04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글로벌(구 바이아컴CBS·이하 파라마운트)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파라마운트플러스’가 다음 달 한국에 상륙한다.아시아 국가 중 처음이다. 파라마운트는 CSI, NCSI 등 인기 드라마 지식재산(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로버트 바키시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6월 한국과 영국에서 파라마운트플러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토종 OTT인 티빙과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할 것으로 보인다. 파라마운트는 지난해 12월 티빙 모회사인 CJ ENM과 콘텐트 제작·투자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도 “파라마운트플러스 한국 서비스는 티빙 독점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글로벌 OTT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인기 IP로 무장한 글로벌 OTT들이 줄줄이 승부처로 한국을 택하면서 OTT대전이 국내에서 벌어지게 됐다.
지난해엔 글로벌 OTT 중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가 한국에 상륙했다. 데이터분석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9월부터 1200만 명 대를 유지하다 올해 4월 1153만 명으로 줄었다. 2위인 웨이브도 같은 기간 490만 명에서 433만 명으로 이용자가 줄었다. 이용자가 정체된 가운데, 앞으론 기존 구독자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OTT업계는 넷플릭스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누적 가입자 감소를 밝힌 넷플릭스는 값싼 요금제를 추가해 가입자의 폭을 넓히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광고와 함께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OTT도 분화하고 있다. 그동안 OTT 주력 상품은 회당 60분 이상의 롱폼(long-form) 고품질 콘텐트였다. 하지만 이미 성숙단계인 롱폼 대신 15분 이내의 숏폼(short-form) 콘텐트를 다루는 OTT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업체인 IHQ는 숏폼 OTT 플랫폼인 ‘바바요’를 지난 3일 공개했다. 대부분 10~15분 내외 숏폼 콘텐트로 정보와 예능을 결합한 ‘인포테인먼트’가 주력 분야다. 카카오TV도 30분 내외 드라마 콘텐트를 제작 중이다.
그러나 숏폼 콘텐트라고 해서 무조건 통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미국에서 출시한 숏폼 OTT 플랫폼 ‘퀴비’(Quibi)는 할리우드 유명 감독들이 대거 합류했지만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킬러 콘텐트를 확보하지 못해 차별화에 실패한 게 주원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OTT라 해도 현지에 최적화된 콘텐트를 공급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 진출을 앞둔 글로벌 OTT들은 국내 미디어 기업 손을 잡으려는 추세다. 하반기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HBO MAX도 국내 플랫폼과 제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O는 지난해 7월 웨이브와 1년 동안 콘텐트 공급을 계약하기도 했다.
글로벌 공룡 OTT에 맞서는 토종 OTT들은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시장 파이만 가지고 싸워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티빙은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과 협업해 올해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기존 한국 콘텐트가 인기를 끄는 시장부터 공략한 후 차츰 영토를 확장할 예정이다. 2020년 국내 OTT 중 최초로 일본에 진출한 왓챠도 다른 국가로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
차기 정부도 국내 OTT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OTT 업체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미디어 분야의 코트라(KOTRA) 역할을 하는 K-OTT 전진기지도 구축한다. 토종 OTT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