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넷플릭스 ‘광고 붙인 저가요금제’ 도입 한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추이. 넷플릭스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사진=이마케터
절대로 광고를 붙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중간광고를 붙인 저렴한 요금제를 처음으로 도입키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구독료에 기반한 현행 요금체계를 계속 밀고나갈 경우 가입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아직은 업계 1위지만 후발업체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의 이같은 움직임은 디즈니 계열의 훌루, 워너브러더스 계열의 HBO맥스 등 후발 OTT들이 먼저 도입한 ‘광고 있는 요금제’를 사실상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향후 글로벌 OTT 업체들 사이에 광고에 기반한 저렴한 요금제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헤이스팅스 “광고 있는 요금제 고려할 때 됐다”
스트리밍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요금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언급은 지금까지 광고라면 펄쩍 뛰었던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의 입에서 나왔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헤이스팅스 CEO는 이날 더그 안무스 JP모건 애널리스트와 1분기 실적발표와 관련해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훌루의 경우에도 HBO의 경우에도 광고 붙인 요금제가 통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면서 “더이상 광고 있는 요금제에 대한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광고 붙인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의 입장을 번복해 중간광고를 붙여 월 구독료를 낮춘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헤이스팅스는 그동안 광고를 게재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해오다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광고를 붙이면 서비스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단순명료한 구독 서비스를 지지해왔다”면서 “그러나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광고를 기피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될만한 일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내년이나 후년까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해 이르면 내년부터 광고 붙인 요금제를 도입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헤이스팅스는 그러나 광고 있는 요금제를 도입하면 수익성이 상당 수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단기간 시행하기보다 장기간 운영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수익성 측면에서 온라인 광고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11년만에 첫 가입자 감소
넷플릭스가 이처럼 요금제를 손대기로 한 이유는 심각한 수준으로 줄고 있는 가입자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이날 공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1분기 가입자는 전년 동기대비 20만명이 순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넷플릭스 경영진도 주주들에 보낸 서한에서 “가입자 증가율이 매우 큰 폭으로 둔화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1분기 매출 역시 78억달러(약 9조600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월가에서 예상한 79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 못미치는 성적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입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분기에는 가입자 감소 규모가 200만명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
헤이스팅스 CEO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스트리밍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OTT 업계의 경쟁이 격화된데다 비밀번호 공유로 인한 수익률 감소,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요인이 가입자가 급감한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넷플릭스 월 구독료는 미국 기준으로 기본형이 9.99달러(약 1만2000원), 스탠더드형이 15.49달러(약 1만9000원), 프리미엄형이 19.99달러(약 2만5000원)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