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허덕이는 토종 OTT ... 정책 지원 필요 한 목소리
입력 2022.04.20 06:00
OTT 대전이 치열한 가운데 토종 OTT(온라인 영상 서비스) 기업이 적자 늪에 허덕이고 있다. 웨이브·티빙·왓챠 등은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OTT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는 영업이익이 2배로 뛰었다. 국내 OTT 기업의 영업손실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토종OTT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왼쪽부터 웨이브, 티빙, 왓챠 로고 / IT조선DB
엇갈린 실적…넷플릭스는 늘고 토종 OTT는 줄고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전년 대비 52% 늘어난 63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OTT 시장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인 5166억원이 미국 본사로 송금됐음에도 영업이익은 171억원을 기록해 흑자다.
반면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기업은 일제히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의 적자를 봤다.왓챠의 손실액도 248억원이다. 3사의 영업손실을 모두 합치면 1568억원에 달한다. 손실폭도 전년도에 비해 크게 뛰었다. 웨이브는 전년 대비 229%, 왓챠는 60% 넘게 손실폭이 증가했다.
이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금액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은 자사의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웨이브의 경우 공동제작에 참여하거나 콘텐츠를 수급하면서 지불하는 CP(콘텐츠프로바이더) 정산료 항목이 1452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티빙도 비슷하다. 티빙의 영업비용은 약 2077억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약 850% 늘어난 액수다. 콘텐츠 사용 원가에 706억원, 지급수수료에 405억원를 썼다. 왓챠 역시 OTT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인 콘텐츠수수료가 268억원, 지급수수료가 193억원 등 총 46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적자 탈출 모색하는 토종 OTT "정책적 지원 필요하다" 목소리도
국내 OTT 기업의 적자 행보는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중단하면 1위인 넷플릭스와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OTT 기업들은 투자 비용을 늘려가고 있다.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그럴 여력도 아직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자가 두려워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 시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대안도 강구하고 있다. 우선 국내 기업 간 협업에 나섰다.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티빙은 KT 시즌과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왓챠는 이르면 연내 IPO를 진행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인다. 업계에는 웨이브가 내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공 가능성에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에서 넷플릭스가 핵심 OTT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도 아닌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낼지는 의문이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25~35%를 세액공제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제율이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같은 공제 정책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이어서 3~10%의 세금지원까지 끊길 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일몰 시항을 2025년으로 연장하고 공제율을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OTT업체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때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미국 내 투자를 단행하면 그 비용의 25%를 공제받는다. 반면 국내 토종 OTT는 법적 성격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제작비 세액공제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종수 한국세무학회장은 "K콘텐츠 열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안정적 제작비 투자가 가능한 제도적 기틀이 필요하다"며 "조세특례제한법 제작비 세액공제 관련 조항의 일몰 연장과 공제율 상향은 콘텐츠 업계에 꼭 필요한 제도다"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전년 대비 52% 늘어난 63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OTT 시장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인 5166억원이 미국 본사로 송금됐음에도 영업이익은 171억원을 기록해 흑자다.
반면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기업은 일제히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의 적자를 봤다.왓챠의 손실액도 248억원이다. 3사의 영업손실을 모두 합치면 1568억원에 달한다. 손실폭도 전년도에 비해 크게 뛰었다. 웨이브는 전년 대비 229%, 왓챠는 60% 넘게 손실폭이 증가했다.
이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금액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은 자사의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웨이브의 경우 공동제작에 참여하거나 콘텐츠를 수급하면서 지불하는 CP(콘텐츠프로바이더) 정산료 항목이 1452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티빙도 비슷하다. 티빙의 영업비용은 약 2077억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약 850% 늘어난 액수다. 콘텐츠 사용 원가에 706억원, 지급수수료에 405억원를 썼다. 왓챠 역시 OTT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인 콘텐츠수수료가 268억원, 지급수수료가 193억원 등 총 46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적자 탈출 모색하는 토종 OTT "정책적 지원 필요하다" 목소리도
국내 OTT 기업의 적자 행보는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중단하면 1위인 넷플릭스와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OTT 기업들은 투자 비용을 늘려가고 있다.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그럴 여력도 아직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자가 두려워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 시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대안도 강구하고 있다. 우선 국내 기업 간 협업에 나섰다.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티빙은 KT 시즌과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왓챠는 이르면 연내 IPO를 진행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인다. 업계에는 웨이브가 내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공 가능성에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에서 넷플릭스가 핵심 OTT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도 아닌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낼지는 의문이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25~35%를 세액공제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제율이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같은 공제 정책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이어서 3~10%의 세금지원까지 끊길 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일몰 시항을 2025년으로 연장하고 공제율을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OTT업체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때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미국 내 투자를 단행하면 그 비용의 25%를 공제받는다. 반면 국내 토종 OTT는 법적 성격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제작비 세액공제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종수 한국세무학회장은 "K콘텐츠 열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안정적 제작비 투자가 가능한 제도적 기틀이 필요하다"며 "조세특례제한법 제작비 세액공제 관련 조항의 일몰 연장과 공제율 상향은 콘텐츠 업계에 꼭 필요한 제도다"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