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정상화된 칸영화제, 3대 관전 포인트
화제작 '헤어질 결심' '브로커' '헌트' 한국영화의 저력 과시하나
윤준호(칼럼니스트)
2022.04.19
-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2.04.19 11:17
3년 만에 칸국제영화제가 정상화됐다. 팬데믹이 시작되며 개최를 포기한 2020년과 7월로 개막을 미뤘던 2021년을 지나 ‘5월의 칸’이 부활했다. 3년 만이다.
3년 전 칸은 ‘코리안 인베이전’이 두드러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 기세는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3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간 칸은 다시금 한국 영화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번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한국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헤어질 결심', 사진제공=CJ E&M
#박찬욱, 숙원 풀까?
박찬욱 감독은 신작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벌써 4번째다.
박 감독은 지난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깐느 박’이란 수식어를 얻었고, 2009년에는 영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다. 7년 후인 2016년에는 ‘아가씨’로 다시금 경쟁 부문을 노크했다. 그리고 다시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헤어질 결심’을 들고 칸으로 향한다.
칸국제영화제는 전관예우가 철저한 편이다. 신인 감독들에게는 좀처럼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고, 신인 감독들이 큰 상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오랜 기간 칸을 찾아 기여하고, 집행위원회와 친분을 쌓은 거장들을 우대한다.
이 때문에 박 감독을 둘러싸고 "이제는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의미다. 관건은 ‘헤어질 결심’의 만듦새다. ‘헤어질 결심’은 한국 배우 박해일과 중국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이를 수사하는 형사가 유력한 용의자인 죽은 이의 아내를 만나면서 불거지는 의심과 두 사람이 나누는 미묘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각각 형사, 사망자의 아내 역을 맡았다.
현재까지 박 감독은 경쟁부문 초청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칸영화제의 초청작 발표 이후 ‘헤어질 결심’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을 통해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하는 영화제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면서 "그동안 영화관에서의 집단관람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볼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이번 칸에서는 기회가 닿는 대로 다른 영화들도 많이 보고 누구보다 오래 기립박수를 치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수상 자체보다는 세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정상화되고, 그 곳에 한국 영화가 다시금 초청받은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 한 셈이다.
하지만 ‘기생충’을 통해 최고 영예의 순간을 맛본 국내 영화계는 박 감독의 행보에 적잖은 기대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이 크게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1000만 관객을 동원했듯, ‘헤어질 결심’이 다시금 한국 영화 열풍에 불을 댕기면 ‘집 나간’ 관객이 돌아올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브로커', 사진제공=CJ E&M
#고레에다 감독, 韓 영화 위상 높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이 자랑하는 거장이다. 그동안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횟수만 8회다. 2001년 ‘디스턴스’, 2004년 ‘아무도 모른다’(남우주연상 수상),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심사위원상 수상), 2015년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8년 ‘어느 가족’(황금종려상 수상) 등 경쟁 부문에만 5회 진출했고, 이번에 ‘브로커’로 6번째 경쟁 부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이외에도 2009년 ‘공기인형’, 2016년 ‘태풍이 지나가고’로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게다가 고레에다 감독은 남우주연상, 심사위원상, 황금종려상 등 점차 상의 크기를 키우며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2018년 고로에다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2019년 봉 감독의 ‘기생충’ 등 2년 연속 아시아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건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영화로의 연출자로서 칸의 부름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인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등 쟁쟁한 이들이 참여했다. 배두나의 경우 ‘공기인형’에 이어 재차 고레에다 감독과 손잡게 됐다.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조차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일본 거장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한국 배우 송강호와 함께 매력적인 한국 영화 ‘브로커’로 돌아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브로커’가 수상의 영광을 누린다면, 향후 글로벌 프로젝트가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나 한국의 제작사가 한국의 자본을 바탕으로 만든 엄연한 ‘한국 영화’다. 이는 배우 윤여정, 한예리 등이 주연을 맡은 한국계 감독 정이삭이 연출을 맡은 영화 ‘미나리’가 미국 제작사의 자본을 기반으로 제작돼 ‘미국 영화’로 분류돼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받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버려진 아이를 담은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한 ‘브로커’에서 한국적 인간 관계와 가족의 정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넷플릭스의 여러 한국 오리지널을 비롯해 애플TV ‘파친코’ 등에서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터라 ‘브로커’가 그 연장선상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헌트',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정재, 감독으로도 인정받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배우 이정재는 첫 연출작인 ‘헌트’로 칸에 입성한다. 경쟁부문은 아니지만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이 작품에서 공동 주연을 맡은 배우 정우성과 함께 칸으로 날아간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두 안기부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하녀’의 주연 배우에 이어 이번에는 감독 자격으로 칸을 찾게 된 이 감독은 "데뷔작의 첫 스크리닝을 칸에서 한다는 것이 매우 영광스럽다. 함께 한 제작진의 뜨거운 열정과,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노력이 있기에 오늘의 결과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비경쟁 부문이지만, 칸에 초청된 영화 중 상업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모아놓은 섹션으로 손꼽힌다. 앞서 영화 ‘부산행’, ‘추격자’ 등이 이 부문에 초청받아 공식 상영됐다.
칸국제영화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다. 이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가 감독 데뷔작을 선보인다는 것은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다. 이정재 입장에서는 배우를 넘어 감독으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출처 : 아이즈(ize)(https://www.iz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