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이해하려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책은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돈 오버도퍼(1931∼2015)가 쓴 ‘2개의 한국’(The Two Koreas)이다. 미국 외교관 크리스토퍼 힐이 주한 미 대사로 부임할 때 손에 쥐고 왔던 책이자, 2015년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커터칼 테러를 당한 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열독했던 책도 바로 ‘2개의 한국’이다. 리퍼트는 퇴원 후 한국 현대사와 북핵 문제를 미국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조망한 오버도퍼의 공을 기려 ‘돈 오버도퍼 언론상’을 제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97년 초판이 나왔고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이 북핵 협상사를 보완한 공저 형식의 개정판은 2013년 출간됐다.
오버도퍼의 책이 지난 20여 년간 학자와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국 이해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면, ‘미스터 션샤인’(2018)과 애플 TV 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파친코’는 드라마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을 의병의 시각에서 다룬 작품으로, 주한 미군들에겐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로 권장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2018년 11월 주한 미군사령관에 부임할 때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한·일 갈등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미스터 션샤인’은 주한 미군들이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주한 미8군 사령부 작전부사령관은 “귀하들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 ‘미스터 션샤인’을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 넷플릭스에 있다”는 트위트를 올려 화제가 됐다.
‘파친코’는 3월 말 방영을 시작했는데 한류 배우 이민호와 윤여정이 주연을 맡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핍박을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부산 영도 출신 선자와 제주 출신 야쿠자 고한수의 사랑을 중심축으로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재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8부작으로 만든 작품인데 조선인에 대한 일본의 멸시와 차별이 한·일 갈등의 뿌리라는 묵직한 메시지가 전편에 흐른다.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전 세계인에게 굴곡 많은 한·일 현대사를 이해하게 만들 문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