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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넷플릭스에서 우리가 통할까?”…회의를 쇼로 승화한 ‘셀럽파이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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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2.04.14 08:34 5,8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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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우리가 통할까?”…회의를 쇼로 승화한 ‘셀럽파이브’
2022-04-14 02:10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
송은이·김신영·신봉선·안영미 여성 코미디언 맹활약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회의가 즐거운 직장인은 많지 않다. 어떤 날은 입 떼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침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신뢰가 두터운 동료들끼리 한바탕 웃고 떠들며 기운을 북돋는 회의도 있다. 회의록에 정리된 내용이 달랑 세줄뿐일지라도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에너지 충만’ 회의 말이다.

 

지난 1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은 그런 회의를 모큐멘터리(Mock+Documentary·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재연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 재연한다. 넷플릭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제안받은 ‘셀럽파이브’ 멤버들이 모여 회의하는 게 기본 설정이다. 셀럽파이브는 송은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등 걸출한 여성 코미디언 5명이 2018년에 결성한 걸그룹이다. 멤버였던 코미디언 김영희는 ‘명예 졸업’해 현재 4인조로 활동 중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멤버들은 “제일 재미있는 것은 회의 중에 나온다”는 송은이의 의견에 공감하며 쇼를 준비하는 과정을 프로그램에 담았다. 각자 바쁜 스케줄을 쪼개 카페나 대기실에서 하는 회의와 화상회의, 그리고 회식을 빙자한 회의까지 공간과 상황은 다양하다. 코미디언이 모여 하는 회의라도 회의니까 지루하지 않겠냐고? 이들의 회의는 화관을 쓴 청초한 걸그룹 의상을 입은 채 감자탕 뼈를 발라 먹다 춤판을 벌이는 등 역동적이다.

 

몇개의 인격이 숨어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의 디테일한 특징을 잡아내는 상황극 달인 김신영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유형이다. 그 옆에서 실현 가능성을 고민하며 걱정을 사서 하는 관리자 타입 송은이가 있다. 줄곧 ‘가슴’에 품어왔던 아이디어(19금)를 들이밀 찬스를 살피고 기어코 터뜨리는 안영미는 통제 불능이지만 밉지 않다. 멤버들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동작(주로 19금)에 찰떡같은 리액션으로 호응하며 정리에 나서는 신봉선은 사려 깊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들의 회의 주제는 “넷플릭스에서 우리가 통할까?”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에 쇼를 올린다는 것의 의미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시청층과의 만남이며 ‘케이(K)코미디’의 경쟁력에 대한 자문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만 아는 소재나 특수한 맥락이 제대로 전해질까?

 

19금 넷플릭스 콘텐츠를 분석한 안영미가 할리우드 스타일 애정 신을 재연하는 소동을 벌인다. 신봉선은 개그를 업으로 삼은 이들이 장례식장에서 종종 맞닥뜨리는 난처한 상황을 웃음으로 풀어낸다. 다가와 뱃살을 주무르는 등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아주머니 팬의 모습을 재연하며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상황극을 보여준 김신영은 심지어 ‘빠지(수상레저를 즐기는 유원지의 속어) 오빠’의 영업용 멘트를 술술 토해낸다. 한편, 회의의 대장 격인 송은이는 ‘빠지 오빠’의 느끼한 멘트 “1억, 2억, 너를 기억”의 말맛이 번역으로 전해질까 걱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로 만국 공통의 접점을 찾는다. 죽이 잘 맞는 이들이 웃고 떠드는 분위기는 어느새 전염되기 마련.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도울 타이밍에 개그 코드로 귀신같이 응원 화살을 쏘는 그들의 팀워크에 시청자들은 힘을 얻는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코미디 쇼 <셀럽은 회의 중>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지난달 30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송은이는 “춤, 노래, 개그 모두 할 수 있는 코미디 집단은 ‘셀럽파이브’가 유일하다”며 “케이코미디 맛집은 우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의 55분 한편짜리 이야기가 아쉬운 이들을 위해 개그 코드 장착한 또 다른 걸그룹을 소개한다. 그룹명에 ‘파이브’가 들어가지만 멤버는 네명인 점 등 셀럽파이브와 닮은 구석이 많다. 국내 오티티 웨이브에서 서비스하는 <걸스파이브에바>(1시즌·8부작)는 단 하나의 히트곡을 낸 반짝스타 걸그룹이 후속 앨범 실패 후 흩어져 살다 재결성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유명 래퍼가 ‘걸스파이브에바’의 노래를 샘플링해서 쓰는 바람에 20년 만에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 멤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뭉친다. 목표는 ‘징글볼’ 무대에 서는 것. 한데 마흔 줄이 되어 예전 노래들을 다시 불러보니, ‘대략 난감’이다. 가사가 죄다 ‘남자가 다가가기 쉬운 여자’, ‘애인이 바람피우면 남자 대신 상대 여자를 족치는 여자’ 등 여자 혐오로 가득한 내용이다.

 

 

국내 오티티 웨이브에서 서비스하는 <걸스파이브에바>의 한 장면. 웨이브 제공
국내 오티티 웨이브에서 서비스하는 <걸스파이브에바>의 한 장면. 웨이브 제공

 

멤버들은 자신들의 인생과 진실로 원하는 것들을 담아 노래를 새로 만든다. 과거에 그룹을 관리하던 악덕 매니저 없이, 스스로 홍보하고 무대를 찾아 나서는 ‘걸스파이브에바’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셀럽파이브’와 겹쳐진다.

 

송은이는 여성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자,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모색에 나서 그들이 활약할 판을 벌렸다. 넷플릭스 진출도 그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유선주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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