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오리지널] 통신강국 코리아, K콘텐츠 전성시대 기반 닦았다
허준 편집장
2022.04.13
#제2의 반도체 K콘텐츠#
1화 CDMA부터 5G까지, 세계 최강 ICT 인프라가 밑거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2022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해외출장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동안 출장이든, 여행이든 해외를 간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랜만의 해외 방문, 모든 것이 처음인듯 새로웠다.
오랜만의 해외 방문. 한동안 해외를 나가지 않다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해외만 나가면 답답해지는 인터넷 속도. 그랬다. 예전에도 해외 출장을 가면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에 열심히 찍은 사진을 제대로 송고하지 못했다. 한국으로 사진을 보내기 위해 모뎀 수준(?)의 속도를 감수해야만 했다. 밤새 파일을 보내다가 중간에 오류가 나서 처음부터 다시 보내야 했던 그 답답함.
나가 보면 안다...한국은 통신강국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유튜브 영상도 촬영했다. 편집자에게 영상을 보내기 위해 노트북만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 그래, 이게 해외 출장이지...
해외를 다녀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통신 속도 만큼은 한국이 진짜 제일이라고. 굳이 OECD에서 발행한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 보고서나 메릴린치 보고서, 일본 총무성 자료 등을 꺼내서 보여줄 필요가 없다. 그냥 해외만 나가면 모두가 체감할 수 있다. 한국은 통신강국이다.
물론 처음부터 한국이 통신강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옛날,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부터 3년전 일궈낸 세계 최초 5G 상용화까지...수많은 연구원들과 정부의 지원, 통신사들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해외에서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의 통신 속도를 주목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인구 수 5000만밖에 안되는 한국 시장을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통신 속도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아시아권 공략의 테스트베드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통신기술이 적용되는 시장이기에, 통신장비 연구도 한국 통신사와 손잡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ICT 인프라가 만들어준 기회...K콘테츠로 꽃피우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탄탄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대표적인 산업이 온라인게임과 웹툰같은 인터넷 콘텐츠 산업이다. 전국 어디서나 빠르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던 덕분에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 빠르게 성장했다. 만화는 책으로 본다는 개념을 뒤바꾼 웹툰은 빠르게 다음페이지로 넘길 수 있는 인터넷 속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산업이다. 페이스북보다 한참은 빨랐던 싸이월드와 같은 SNS도 마찬가지다.
영상 콘텐츠 산업도 ICT 인프라의 수혜를 톡톡히 본 분야다. 빠른 인터넷 속도가 없었다면, 일찌감치 아프리카TV와 같은 양방향 영상 콘텐츠가 자리잡기 어려웠을테다. 전국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LTE 시대가 되면서 TV로만 영상을 시청하는 시대는 끝났다. 웹드라마, 숏폼, 오리지널 콘텐츠 등 여러 이름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다를까. 물론 음원 불법유통 등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ICT 인프라를 타고 성장했다. 지금 전세계를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인기 비결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팬들과의 소통이다. 그 소통을 가능케했던 것 중 하나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다.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 그 중심에 ICT 인프라가 깔려 있다.
글로벌 무대 향하는 K콘텐츠...제2의 반도체를 향해
훌륭한 ICT 인프라 위에서 갈고 닦은 콘텐츠 달인들은 이제 글로벌 무대로 향한다. 당장 전세계가 열광하는 BTS의 하이브를 글로벌 대표 엔터테인먼트 업체라고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이브는 이번 BTS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서도 라스베이거스 전체를 BTS로 물들이는 'BTS시티' 프로젝트를 완벽히 구현했다. 그리고 그 든든한 지원군은 역시 '위버스'였다.
다양한 시도로 내공을 쌓은 한국의 영상콘텐츠들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영상 플랫폼과 만나면서 시너지를 제대로 내고 있다. '옥자' '킹덤' 등으로 예열을 마치더니 '오징어게임'으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이후 나오는 한국의 영상 콘텐츠는 줄줄이 넷플릭스 시청순위 상위권을 독차지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상 콘텐츠의 원천 소스로는 웹툰이 부상하고 있다. 웹툰 원작의 영상물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웹툰을 바라보는 시선도 완전히 바뀌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이라는 미국과 일본도 한국에서 시작된 웹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게임은 또 어떤가. 이미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라는 생존게임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손꼽히는 게임 개발사가 됐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영상만으로 전세계 게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로스트아크도 한국의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게임이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빠르게 접목한 위메이드의 미르4는 전세계 동시 접속자 수 130만명을 기록하며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도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적어도 콘텐츠 분야에서는 전세계가 인정한 1등국가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은 몰라도 BTS와 오징어게임, 배틀그라운드, 웹툰은 안다. 콘텐츠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한국의 문화와 한국의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살렸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K콘텐츠가 한국을 먹여살리는 제2의 반도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