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총든 설경구…7700발 쏘는 中무대 첩보액션, 넷플릭스서 통할까
업데이트 2022.04.05 16:25
한밤중 네온 불빛 화려한 도심 위를 비행하던 카메라가 후미진 주차장에 들어선다. 모종의 밀거래 현장을 덮친 자동차 한 대. 차에서 내린 국정원 요원 지강인(설경구)은 가차 없이 폭탄을 투척하곤 총을 든 채 도망자를 뒤쫓는다.
배우 설경구·박해수 주연의 첩보 액션 대작 ‘야차’ 첫 장면이다. 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출시되는 영화는 중국 대도시 선양을 주 무대로 한국·북한·일본 등이 휘말린 동북아 첩보전을 다국적 출연진, 총격 액션과 함께 펼쳐냈다. 알려진 순제작비만 145억원. 할리우드 전유물로 여겨지던 첩보 액션에 도전장을 낸 작품이다. 한국 첩보 액션물로는 완성도 높은 스펙터클을 빚어냈다. 주연 설경구·박해수를 비롯해 양동근·이엘·송재림·박진영(보이 그룹 GOT7 멤버) 등 출연진과 나현 감독이 5일 화상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데뷔작 ‘프리즌’(2017)에서 교도소 무대 ‘청불’ 액션을 보여준 나현 감독이 이번에는 각본을 겸해 무대를 해외로 넓혔다. “선양은 북한과 가까운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고 지리적 특성상 동북아 주요 국가 영사관이 몰려있어 동북아 첩보 액션 무대론 적격이다 싶어 골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기존 미국‧유럽 배경의 할리우드 첩보물과 차별화를 꾀했다. 중국에서 촬영이 어려워 대만과 한국 각지에 중국 선양, 홍콩 거리를 재현해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촬영했다.
중국 선양에서 현지 여행사로 위장한 채 활동해 온 주인공 지강인은 자신이 이끄는 국정원 비밀요원 ‘블랙팀’, 서울에서 온 특별감찰 검사 한지훈(박해수)과 함께 북한 고위인사가 뒤얽힌 작전에 뛰어든다. ‘야차’는 인도 신화와 불교에 나오는 사람 잡아먹는 귀신이자, 수호신의 이면을 가진 존재. 극 중 지강인의 별명이다.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는 한지훈과 “정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는 무데뽀 지강인의 맞대결에 한국판 ‘본’ 스타일을 표방한 듯 사실감을 강조한 거침없는 액션을 버무려냈다.
사용한 수입 총기가 총 36정, 총알 수만 7700발에 달했다. 설경구가 “이렇게 총기를 많이 다룬 영화가 없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극 중 그는 ‘영웅본색’ ‘다이하드’ 등 1980~1990년대 액션영화를 풍미한 권총 ‘베레타 92시리즈’를 주로 썼다.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이 좀 즐기는 액션이었다면 ‘야차’는 목숨 건 액션이어서 처절했죠. 내가 처단하지 않으면 내 목숨을 내놔야 하는 찐액션이었죠.” 설경구의 말이다.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이국적이고, 한국영화인가 싶기도 했다”는 그는 “근래에 본 시나리오 중 가장 상업적으로 확 다가왔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한국에서 드문 첩보 액션인 데다 지강인의 존재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멋있어서 톤을 죽여달라고 감독에게 주문할 정도”였다고. 양동근은 지강인의 오른팔 ‘홍반장’을 맡아 능청스러운 중국어, 연변 억양까지 구사하며 현지화한 비밀요원다운 실감을 불어넣었다. 홍콩영화 감초 배우로 유명한 오맹달을 참고했다고. 박해수의 한지훈 검사 캐릭터는 이런 지강인과 블랙팀의 일탈 행위를 의심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와 설경구는 중국어·일본어까지 3개 국어를 구사했다. 한국 영화 ‘봉오동 전투’에도 나온 일본 배우 이케우치 히로유키, 대만에서 활동하는 배우 야오이티가 극 중 두 사람과 대부분 호흡을 맞췄다. 외국어 대사 비법은 “무조건 열심히 외우기”(설경구)였다고.
‘야차’는 그간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킹덤’ 등 K 좀비나 사회 고발 주제를 기발하게 버무려 넷플릭스 흥행을 견인해온 K콘텐트의 장르적 지평을 넓힐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나 감독은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자가 동북아에서 펼쳐지는 아시아판 첩보 액션도 재미있다고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