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스: 발할라', 좀더 대중적으로 돌아온 스핀오프
- 이주영(칼럼니스트) 입력 2022.03.30 10:09
이주영(칼럼니스트)
2022.03.30
사진제공=넷플릭스
북유럽 신화는 전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익히 알고 있는 ‘토르’ 등 말이다. 더욱이 노르웨이,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바이킹 영웅담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적 장면들이기도 하다. 심지어 21세기 들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도 스칸다나비안 문화가 스며들며 주목 받는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그들의 인테리어 스타일에서부터 라곰, 휘게 등에 이르는 삶의 방식까지. 이런 걸 보면 전 세계가 북유럽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탓이라 확신하긴 모호하지만 2013년에 첫 선을 보인 시리즈 ‘바이킹스(Vikings)’가 마니아들의 입담에 오르내리게 된 것 역시 이 같은 컨텍스트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되었던 ‘바이킹스’가 많은 팬을 가지게 된 건 어쩌면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OTT 플랫폼에 노출되면서부터 더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바이킹스’는 라그나 로스브로크라는 역사 속 전설상의 바이킹을 중심으로, 그의 후대에 걸쳐 진행되는 거대한 서사를 다룬다. 그가 잉글랜드 및 인접 유럭 국가를 침략하며 자신의 민족이 척박하지 않은, 비옥한 영토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
그들이 믿는 신들과 유럽의 그리스도 사이의 종교적 갈등.
라그나의 부인들과 2세들에 의해 펼쳐지는 암투와 잔혹의 대서사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 6개의 시즌으로 마무리된 ‘바이킹스’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바이킹스’는 신에 기댄 인간의 운명, 대륙 간 전투, 캐릭터들간의 심리적 갈등 등이 한 데 버무려진 작품이었다.
동시에 이 작품은 수위 높은 선정성과 폭력성을 가진 대표적 역사물이었다.
6개의 시즌으로 로스브로크 가문의 오디세이는 끝난 줄 알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OTT가 시리즈 및 영화 배급망의 대표 플랫폼이 되면서, 이 히트작을 그대로 내버려둘 리 없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라그나 로스브로크 히스토리의 100년 후로 넘어간 ‘바이킹스: 발할라’를 오리지널 시리즈로 내놓았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시즌 1은 로스브로크 가문의 전설적 영웅담에 의해 가교가 놓아진 바이킹 컬쳐와 카톨릭 문화의 접점 속에서 새롭게 서사를 꾸려나간다.
바이킹과 잉글랜드는 그간 서로를 이해하며 잘 지낸 듯 하지만, 그들을 이방인이자 침략자로 여기는 왕에 의해 잉글랜드에 거주하는 바이킹들이 무참히 학살당한다. 바이킹들은 이에 분노하고 다시금 잉글랜드를 향해 방패를 든다. 대신 라그나 로스브로크 이후 100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두긴 했다. 이제 바이킹 내부에도 카톨릭 신자가 존재하고 여전히 맹렬하게 싸우다 전사해야만 발할라(일종의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과거에는 이민족 간의 종교적 신앙이 빚어낸 갈등이 꽤 큰 화두였다면, 새로운 스핀오프 시리즈에선 조금 현재의 유럽처럼 단일 유럽화된 내부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듯한 느낌이다. 여전히 유럽 시선에서 바이킹은 야만인이긴 하지만 말이다.
‘바이킹스: 발할라’는 한 가문의 피로 점철되었던 전작 시리즈에 비해 조금 신화적 측면을 줄이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더 증폭시켰다. 동시에 과거의 ‘바이킹스’가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들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그 외의 국가 아이슬란드에 이르는 광범위한 북유럽 바이킹을 등장시키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간다. 전작 시리즈는 좀 더 오딘, 토르 등에 의존하는 바이킹들의 심리적 비중을 크게 배치했었다. 매 시즌 매 에피소드마다 일정 부분 지루할 정도로, 혹은 굉장히 야만스럽게 느껴질 만큼의 종교 의식들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핀오프로 제작된 ‘바이킹스: 발할라’는 배신, 갈등, 전쟁, 의리 등의 범대중적 내러티브 코드들을 심어 시청자로 하여금 인상을 쓰거나 고개를 돌리게 하지 않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전작 시리즈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줄어든 건 결코 아니다. 다만 조금 더 대중적 서사를 통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변화되었다는 의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대부분 스핀오프 시리즈가 그렇듯, ‘바이킹스: 발할라’ 역시 전작 6개 시즌을 모두 섭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에피소드마다 종종 등장하는 라그나의 후예들, 라그나의 부인이 이끈 여성 전사들, 바이킹 국가에게 중요시되는 공간인 카데카트의 역사적 의미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바이킹스’를 먼저 보는 게 좋다. 새로운 시리즈화를 위해 전작과의 시간차를 100년이 뒀지만, ‘바이킹스’ 시리즈 속에 내포된 전반적 서사의 이해도를 높이고, 이 스핀오프를 더 재미있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전작을 시청하는 게 관람 순서라는 말이다.
각설하고 OTT 플랫폼을 통해 바이킹의 전설은 다시 살아났다. ‘바이킹스: 발할라’는 현재 시즌 1 모두를 공개한 상태고 2023년 시즌 2를 선보일 것이라 한다. 이제 시즌 2를 위해 1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혹시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이 같은 거대한 바이킹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서사시에 흥미가 생겼다면 ‘라스트 킹덤(Last Kingdome)’도 한번 권해본다. ‘바이킹스’ 시리즈가 철저하게 북유럽 바이킹의 시점에서 전개되었던 것에 반해, ‘라스트 킹덤’은 그들의 숱한 침략을 받고 있는 잉글랜드 시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라스트 킹덤’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5개의 시즌으로 막을 내린 상태다.
출처 : 아이즈(ize)(https://www.iz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