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는 ‘쓰레기’ 라는데... 시간 뛰어 넘는 父子 사랑, 눈이 가네 [왓칭]
3주 연속 주간 시청시간 집계 1위… 넷플릭스 영화 ‘애덤 프로젝트’
(※이 기사에는 영화 ‘애덤 프로젝트’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 인생의 106분을 소모하는 데는 이 영화보다 더 나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SF라고 말 할 수도 없는 수준”, “관객의 사랑을 받던 이 장르 조상 영화들의 예비 부품을 모아 만든 쓰레기”….
지난 한 주 동안 전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는 이 영화를 3170만 시간 봤다.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하는 시청시간 기준 톱10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다. 눈치 빠른 관객은 이미 눈치챘다. 이 영화, 평론가들은 마뜩찮아 하지만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가모라’ 조 샐다나, ‘헐크’ 마크 러팔로가 함께 나오는 넷플릭스의 시간여행 SF(이고 싶어하는) 가족 영화 ‘애덤 프로젝트’다.
미래로부터 도망쳐 2022년 지구에 불시착한 파일럿 애덤 리드(라이언 레이놀즈)가 12살 때의 자신(워커 스코벨)을 만난다. 아버지 루이스(마크 러팔로)는 웜홀의 비밀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애덤이 떠나온 미래는 아들의 이름을 딴 아버지의 시간여행 연구 ‘애덤 프로젝트’를 악용한 악덕 사업가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돼 있다. 악덕 사업가는 미래의 군대를 이끌고 이들을 뒤쫓아 오고, 애덤은 함께 싸우다 목숨을 잃은 용감한 아내 로라(조 샐다나)도 구하고 싶다. 어른과 소년, 두 애덤은 힘을 합쳐 아버지를 설득해 시간여행 연구를 중단시키고 인류의 미래를 구원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 조각들이 이리저리 덧대어져 있다. ‘금단의 열매’ 시간여행의 발견으로 디스토피아가 돼버린 미래,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추정하는 사고 실험 ‘타임 패러독스’ 등 SF적 소재가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 이런 논리적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대신 영화는 시간을 뛰어넘는 아버지와 아들의 공감과 사랑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아버지를 잃은 뒤 비뚤어진 젊은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된 아들과, 착한 심성과 소년다운 모험심을 여전히 간직한 어린 아들. 이 둘이 힘을 합쳐 아버지를 설득하고 각종 장애물과 방해를 이겨내며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려 나서는 것이다. 타임 패러독스의 논리적 정합성 따위는 뒤로 제쳐 놓으며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잃더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저버리지 않는 선한 사람들, 위기를 헤쳐 나가는 가족간의 사랑과 불굴의 의지다. 믿고 기다린다면 언젠가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순진하지만 절실한 확신이다. 아버지와 (나이 들고 어린) 두 아들이 캐치볼을 하는 장면은 아무리 냉철한 시청자라도 가슴 찡할 것이다.
물론 SF영화 다운 볼거리도 빼먹지 않았다. 미래에서 온 군대와의 전투 장면은 시각적 완성도가 높고 흥미진진하며, 거대 입자가속기 연구시설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 싸움 장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라이언 레이놀즈다운 몸 개그도 충분히 재미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언제나처럼 끊임없이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하지만 그 농담 뒤 어딘가에 깊은 그늘이 드리운 듯 하고, 냉소적이지만 서글픈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것이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자주 드러내는 특징. ‘애덤 프로젝트’의 애덤 역시 그렇다. 그의 연기가 영화의 허점을 모두 만회할 수는 없지만, 그의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의 역대급 고품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만든 션 레비 감독작. 감독 션 레비와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최근 제일 잘 나가는 콤비다. OTT 디즈니+의 흥행작 ‘프리가이’에도 공동 제작자이자 감독과 배우로 함께 했고, 마블의 19금 히어로 ‘데드풀’ 3편도 감독과 배우로 합을 맞춘다.
전쟁과 역병에 혼란스러운 정쟁까지, 가슴 답답한 세상사 시름을 잠시 잊고 싶다면, 해피엔딩이 예정된 완전히 다른 세상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개요 미국 l SF·액션·코미디 l 2022 l 1시간46분
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IMDB 6.7/10
⭐로튼 토마토 신선(평론가) 68%, 팝콘(관객) 76%
별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