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내가 나를 찾아왔다… 인류 구원을 위해
넷플릭스 영화 '애덤 프로젝트'
입력
2022.03.25 10:00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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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바로 보기 | 1부작 | 12세 이상
미래에서 현재로 누군가 찾아온다. 시간여행을 통해 인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다. 익숙한 설정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오래도록 우려 왔던 소재다. 넷플릭스 영화 ‘애덤 프로젝트’는 미래에서 온 내가 나와 함께 인류를 구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선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감독이 숀 레비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소재로 재미를 빚어내 온 실력자이니까.
①외톨이 소년 앞에 나타난 ‘미래의 나’
12세 소년 애덤(워커 스코벨)은 외톨이다. 양자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 루이스(마크 러팔로)는 1년여 전 교통사고로 숨졌다. 형제자매는 없다. 천식에 시달리는 약골로 학교에선 애들에게 따돌림 당한다. 주로 얻어맞지만 싸움 때문에 정학 맞기 일쑤다. 그런 애덤 앞에 수상쩍은 한 남자(라이언 레이놀즈)가 나타난다. 건장한 그는 애덤 집안 내력을 잘 알고 있다. 정체는 금방 밝혀진다. 비행사인 남자는 2050년에서 2022년으로 온 애덤 자신이다. 소년은 믿지 않는다. 자신의 미래 모습이 현재와 전혀 달라서다.
②과거로 돌아가서 미래 구하기
미래사회는 웜홀을 활용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했으나 디스토피아다. 시간여행을 상업화한 마야(캐서린 키너)라는 악덕사업가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무슨 사연인지 애덤의 아내 로라(조이 살다나)는 시간여행 중 실종됐다. 애덤은 아내를 찾기 위해 비행물체를 훔쳐 과거로 왔다.
애덤이 가고자 했던 때는 2018년이다. 아버지 루이스가 시간여행 장치를 막 개발한 직후다. 마야는 루이스의 재정적 후원자였다. 기계고장으로 2022년에 ‘불시착’한 애덤은 어린 애덤과 함께 4년 전으로 여행하려 한다. 미래에서 온 마야와 군인들이 두 애덤을 쫓는다. 두 사람은 2018년으로 가서 아버지와 해후한다.
③액션에 담아낸 가족애
SF이나 신기한 볼거리는 그리 많지 않다. 시간여행이 가능한 비행물체나 미래 군인들의 모습이 신비하다 여겨질 정도는 아니다. 어른 애덤과 로라가 군인들과 펼치는 액션이 그나마 볼 만하다. 어린 애덤이 드론을 활용해 적들을 해치우는 장면 역시 시선을 끈다.
영화는 동공 대신 마음을 자극한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소원한 사이가 된 소년이 미래의 자신과 함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일찍 세상을 뜬 아버지에 대한 애덤의 원망, 일에 파묻혀 가족에 소홀했던 루이스의 회한이 교차한다. 어른 애덤이 술집에서 어머니를 위로하거나 어린 애덤에게 고언을 하는 장면, 각기 다른 시간대에 속한 세 사람이 서로 껴안는 모습 등이 마음을 흔든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와 ‘리얼 스틸’(2011)에서도 판타지를 재료로 가족애를 전한 레비 감독의 장기는 여전하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10여 년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제작이 추진됐던 영화다. 기획 초기 단계엔 톰 크루즈가 애덤을 연기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제작이 오래 미뤄지다 숀 레비 감독과 라이언 레이놀즈 조합으로 영화화됐다. 레비 감독은 ‘프리 가이’(2021)에 이어 레이놀즈와 호흡을 맞췄다. 레비 감독은 레이놀즈 대표작 중 하나인 ‘데드풀’ 시리즈의 후속편도 연출할 예정이다. 떠버리 캐릭터로 웃음을 안겨주곤 했던 레이놀즈가 시종 진지하다. 레이놀즈표 코미디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