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게섰거라, 10조원 쓴 아마존의 추격전 [추적자추기자]
- 입력 : 2022.03.19 20:01
[추적자추기자] 미국의 유통 공룡 아마존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할리우드 거물 MGM을 85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한국 돈 10조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아마존의 결단, 과연 이 승부수는 통할 수 있을까요?
아마존은 지난 17일(현지시간) MGM을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수액 85억달러는 아마존이 지금까지 진행한 80여 건이 넘는 인수합병(M&A)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1위는 어디냐고요? 미국의 유명 유기농식품 취급 매장 홀푸드마켓입니다. 아마존은 2017년 6월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미국판 농협하나로클럽이라 불리는 홀푸드마켓은 가격은 비싸지만 맛있고 질 좋은 상품으로 현재까지도 아마존의 성공적인 대표 M&A 사례로 자리매김하며 미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을 통합 운영하고 강력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실제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한 물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나 쉽고 빠르게 무료로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반품은 상당수 홀푸드마켓 매장을 통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오프라인 홀푸드마켓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한 것이죠.
그랬던 아마존은 2022년, 변곡점의 시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바로 미디어 산업으로의 저변 확대를 택한 것인데요. 올해 빅테크 기업의 미디어 기업에 대한 빅딜, 생각나는 곳이 없으신가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18일 블리자드를 687억달러, 한화 약 82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킵니다. 물론 게임과 영화라는 다소 결이 다른 영역이긴 하지만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미디어 산업군에서 눈에 띄는 인수합병이란 평가입니다.
이번 아마존의 MGM 인수는 정확히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글로벌 1위 기업 넷플릭스와 후발주자이지만 수많은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판을 주도하는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사용이 적어 인지도가 낮지만 아마존은 회원제 서비스 아마존프라임을 통해 여러 오리지널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마존프라임 서비스는 이러한 미디어 콘텐츠에 방점이 찍혔다기보단 쉽고 빠른 배송 및 무료 반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통 서비스가 주력이긴 하지만 아마존프라임 역시 제법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판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 역시 회원제 이용 고객에게 쿠팡플레이라는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마존 전략을 벤치마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죠. 아마존은 한발 더 나아가 영화, 드라마, 전자책까지 서비스하며 콘텐츠 왕국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MGM 인수 역시 MGM이 갖고 있는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저변을 넓히겠다는 포석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MGM은 많은 사람이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대표적 영화 배급사이자 제작사입니다. 20세기 중반까지 영광을 누렸던 MGM은 2010년 파산하기도 했으며 이래저래 매각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랬던 MGM을 애플과 아마존이 인수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눈길을 끌었죠. 결국 이를 품은 곳은 아마존이 됐습니다.
아마존은 이번 인수로 최소 4000개가 넘는 영화와 1만7000여 개의 TV 에피소드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MGM이 보유하고 있는 대표 IP인 로키, 로보캅, 핑크팬더 등도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제임스본드로 대표되는 007 역시 MGM의 것이라니 새로운 007 시리즈는 아마존프라임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 드린 대로 현재 미디어 분야의 경계는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기업이 게임업체를 인수하고 있으며 유통 공룡은 영화제작사를 인수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글로벌 SNS 1위 기업 메타는 메타버스 시장에 올인을 선언했습니다.
앞으로 빅테크 기업의 미래 먹거리가 반드시 미디어산업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 바로 이러한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 트렌드를 보면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는 이러한 인수합병이 연초부터 대박 행진을 치고 있습니다. 과연 아직도 4분의 3이 남은 2022년에 얼마나 더 충격적이고 놀랄 만한 인수합병이 이뤄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추동훈 뉴욕 특파원(chu.newyor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