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드라마 전문가, “한드 성공 비결은 까다로운 시청자 덕분”
- 입력
- 2022.03.08 16:44
- 수정
- 2022.03.08 16:48
‘소년 심판’ ‘기상청 사람들’ ‘서른, 아홉’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랑의 불시착’. 8일 넷플릭스 일본의 인기 콘텐츠 상위 1~5위 제목이다. 모두 한국 드라마다. 6~10위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 ‘결혼 작사 이혼 작곡’ ‘이태원 클라스’ 등 한국 드라마가 3개나 있다. 상위 10위 중 7개가 한국 드라마인 셈이다.
최악의 한일 관계 속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서울에 거주하며 일본 시청자에게 한국 드라마 정보를 알려주는 일본인 작가 ‘Misa(필명)’를 인터뷰해 한국 콘텐츠의 인기 비결을 탐구하는 기사를 8일 게재했다.
작가는 한국에서 세계인에게 인기 있는 작품이 나오는 배경으로 ‘한국 시청자의 매서운 눈’을 지목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제작자를 취재해 보면 해외를 의식하기보다는 자국 내 시청자를 납득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한국의 영상물 시청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눈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구당 영화 관객 동원 수가 일본의 3배에 이르는데다, 인터넷 게시판에 시청자가 올린 드라마 평은 때때로 평론가 뺨칠 정도로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제작자도 읽고 있다면서 “이런 시청자가 있는 환경이 재미있는 작품이 태어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의 드라마 제작상 차이점도 짚었다. 그는 “일본에선 인기 배우를 주역에 기용하겠다고 먼저 정하고 그 후에 이야기를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면서 “반면 한국은 먼저 작가가 초반 각본과 구성을 짜서 그 이야기에 맞는 배우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각본을 보고 출연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시청자가 많은 시간에 방영하는 간판 드라마에도 신인이나 젊은 작가의 기용이 늘어난다. 신인 작가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사는 전문가나 작가를 더 지원해 팀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각본이 좋아서’ 인기 배우가 신인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대로 지명도 높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가차 없는 평가가 나온다”며 “만드는 사람에겐 힘들지만 보람 있고 재미있는 제작 환경”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