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서비스 중인 수많은 OTT 중 왓챠를 보면 좀 기특하다는 생각도 든다. 거대기업의 새로운 사업으로 시작한 다른 국산 OTT에 비하면 왓챠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대기업과 싸우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매달 왓챠에 7500원씩 헌납하고 있다. 지금의 OTT 이용 패턴이라면 해지를 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수년째 왓챠를 해지하지 않고 있다.
왓챠를 해지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왓챠는 영화팬의 요구를 꽤 충족시켜주는 편이다. 다양한 영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알려지지 않은 고전영화나 제3세계 영화도 많이 있다. 넷플릭스만큼 왓챠에서도 찾기 어려웠던 영화를 발견하는 건 큰 재미다.
그런 왓챠가 최근 ‘왓챠2.0’을 내놨다. 주요 내용은 기존 영화와 드라마 외에 웹툰과 음악까지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과의 자본경쟁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기에 왓챠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자본력으로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대신 아이디어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모습이 ‘스타트업 정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왓챠를 이용하는 ‘덕후’로서 기존의 서비스가 개성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왓챠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왓챠에는 없을 영화가 있고, 있을 영화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 때문에 숨겨진 고전영화를 찾는 것은 왓챠의 큰 재미다. 그런데 ‘있을 영화가 없는’ 대목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다양한 고전영화를 확보한 것은 다른 OTT가 갖추지 못한 왓챠만의 개성이다. ‘왓챠2.0’ 플랫폼이 자칫 영화팬으로서 느껴온 왓챠의 개성을 퇴색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들의 ‘스타트업 정신’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왓챠가 가진 고유의 개성도 그대로 유지되길 바란다. 그래야 매달 내는 7500원이 아깝지 않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