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은 선택 아닌 필수…OTT가 바꾼 콘텐츠 시청 패턴
[일요신문] “TV의 시대는 갔다.”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단순히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더 이상 가족들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지 않는다. 편성표에 따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따라가며 시청하는 행태는 거의 사라졌다. 과연 요즘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길까.
OTT 플랫폼들은 건너뛰기, 즉 스킵 기능을 제공한다. 손가락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앞뒤 10초씩 오갈 수 있다. 아예 스크롤을 잡고 몇 분을 건너뛰기도 한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장면들은 넘겨버린다. 사진=일요신문DB
#‘빨리 보거나’ 혹은 ‘건너뛰거나’
대중이 TV를 보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답답해서”다. “TV 콘텐츠는 재미없기 때문”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최근에도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과 SBS ‘그 해 우리는’ 등은 큰 성공을 거뒀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나 SBS ‘미운우리새끼’ 등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이런 콘텐츠를 굳이 TV를 통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상파의 경우 웨이브(wavve), 케이블채널과 종편채널의 콘텐츠는 티빙(TVING)이라는 각각의 OTT 플랫폼을 통해 똑같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굳이 TV 편성 시간을 지키거나, 광고를 봐야 하는 수고를 덜고 월정액을 낸 뒤 OTT를 통해 원할 때 콘텐츠를 즐긴다.
이렇듯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60분짜리 드라마를 실시간 60분으로 보는 경우는 드물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새로운 권한을 부여했다. 좋아하는 장면은 몇 번이고 돌려볼 수 있지만, 반대로 원치 않는 장면은 과감히 건너뛸 수도 있다.
OTT 플랫폼들은 건너뛰기, 즉 스킵(Skip) 기능을 제공한다. 손가락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앞뒤 10초씩 오갈 수 있다. 아예 스크롤을 잡고 몇 분을 건너뛰기도 한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장면들은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내용이 이해 안 될 때는 다시 콘텐츠를 돌려 원하는 장면을 찾아본다.
배속으로 러닝타임을 줄이기도 한다.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를 0.5~1.5배속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5배속으로 봐도 출연 배우들이 주고받는 목소리는 충분히 들린다. 그나마도 여의치 않으면 아예 자막 기능을 켠다. 한국 콘텐츠조차 마치 외국 콘텐츠를 보는 것처럼 자막을 읽으며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셈이다. 이 경우 모든 시리즈를 더해 12시간 분량 콘텐츠를 8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이는 어릴 적부터 유튜브에 노출된 MZ세대들의 특징이다. 그들에게 ‘스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유튜브 콘텐츠에 필수적으로 붙는 광고 때문이다. 통상 콘텐츠 앞뒤나 중간에 붙는 광고는 5초 동안의 노출 시간이 지나면 건너뛰는 스킵이 가능하다. 이 광고를 끝까지 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는 과감히 제치고, 원하는 부분에만 몰두하는 소비 패턴이 일반 드라마나 예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 지상파 PD는 “요즘은 소위 말하는 ‘본방사수’를 안 한다. 특히 여러 편으로 구성된 드라마의 경우, 시리즈가 다 끝난 뒤 몰아보는 사례가 많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것을 못 참는 문화가 만연한 세대”라면서 “몰아서 보려니 당연히 분량이 많다. 그러니 건너뛰며 보거나 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보는 행태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사전제작 콘텐츠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청 도구의 만남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려는 이들이 줄어든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대중이 TV를 보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답답해서”다. “TV 콘텐츠는 재미없기 때문”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최근에도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과 SBS ‘그 해 우리는’ 등은 큰 성공을 거뒀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나 SBS ‘미운우리새끼’ 등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이런 콘텐츠를 굳이 TV를 통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상파의 경우 웨이브(wavve), 케이블채널과 종편채널의 콘텐츠는 티빙(TVING)이라는 각각의 OTT 플랫폼을 통해 똑같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굳이 TV 편성 시간을 지키거나, 광고를 봐야 하는 수고를 덜고 월정액을 낸 뒤 OTT를 통해 원할 때 콘텐츠를 즐긴다.
이렇듯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60분짜리 드라마를 실시간 60분으로 보는 경우는 드물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새로운 권한을 부여했다. 좋아하는 장면은 몇 번이고 돌려볼 수 있지만, 반대로 원치 않는 장면은 과감히 건너뛸 수도 있다.
OTT 플랫폼들은 건너뛰기, 즉 스킵(Skip) 기능을 제공한다. 손가락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앞뒤 10초씩 오갈 수 있다. 아예 스크롤을 잡고 몇 분을 건너뛰기도 한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장면들은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내용이 이해 안 될 때는 다시 콘텐츠를 돌려 원하는 장면을 찾아본다.
배속으로 러닝타임을 줄이기도 한다.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를 0.5~1.5배속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5배속으로 봐도 출연 배우들이 주고받는 목소리는 충분히 들린다. 그나마도 여의치 않으면 아예 자막 기능을 켠다. 한국 콘텐츠조차 마치 외국 콘텐츠를 보는 것처럼 자막을 읽으며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셈이다. 이 경우 모든 시리즈를 더해 12시간 분량 콘텐츠를 8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이는 어릴 적부터 유튜브에 노출된 MZ세대들의 특징이다. 그들에게 ‘스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유튜브 콘텐츠에 필수적으로 붙는 광고 때문이다. 통상 콘텐츠 앞뒤나 중간에 붙는 광고는 5초 동안의 노출 시간이 지나면 건너뛰는 스킵이 가능하다. 이 광고를 끝까지 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는 과감히 제치고, 원하는 부분에만 몰두하는 소비 패턴이 일반 드라마나 예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 지상파 PD는 “요즘은 소위 말하는 ‘본방사수’를 안 한다. 특히 여러 편으로 구성된 드라마의 경우, 시리즈가 다 끝난 뒤 몰아보는 사례가 많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것을 못 참는 문화가 만연한 세대”라면서 “몰아서 보려니 당연히 분량이 많다. 그러니 건너뛰며 보거나 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보는 행태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사전제작 콘텐츠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청 도구의 만남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려는 이들이 줄어든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유명 영화나 드라마 등의 본편을 아예 안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주변 이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오징어 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콘텐츠를 봐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유튜브 채널을 통한 ‘요약본’ 시청이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우리는 ‘요약본’으로 본다
유명 영화나 드라마 등의 본편을 아예 안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주변 이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오징어 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콘텐츠를 봐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유튜브 채널을 통한 ‘요약본’ 시청이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콘텐츠 채널이 있다.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리뷰하는 전문 유튜버들의 채널에는 과거 인기작부터 최근 유행작까지 하이라이트 영상이 즐비하다.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요즘은 오히려 콘텐츠 제작이나 유통 업체에서 이런 유튜브 채널에 비용을 주고 하이라이트 영상 제작을 맡기기도 한다. ‘유료 광고’ 자막이 붙은 콘텐츠는 대부분 그렇다. 왜 그럴까.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재미있다”고 느낀 이들이 자연스럽게 본편을 즐기러 유입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 콘텐츠도 점차 길이가 길어지는 추세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던 초창기 작품인 ‘킹덤’은 6부작 정도였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는 12부작이다. 러닝타임만 해도 12시간에 이른다. 6부작인 ‘지옥’을 다 보기 위해서도 5시간 넘게 할애해야 한다. 그 분량을 소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 이들은 주저 없이 요약본을 택한다. 대다수 전문 유튜버들이 만든 하이라이트 영상의 길이는 1시간이 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가뿐히 소화할 수준이다. 게다가 이런 채널을 보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짧은 유튜브 광고 몇 초 정도 보면 된다.
한 중견 영화사 대표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나 SBS ‘접속 무비월드’를 통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노출하며 관객들을 유혹하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 매개체가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콘텐츠 전문 유튜브 채널로 넘어간 것일 뿐이다. 요약본을 보고 매력을 느낀 이들이 전체 콘텐츠를 보기 위해 월정액을 결제하는 걸 기대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요약본은 재미있는 장면 위주로 보여주고 정말 궁금한 비밀이나 결말은 숨기기 때문에 대중의 시청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결국 많은 시청 시간을 할애할 여력은 없지만 트렌드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요약본은 더 없이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유명 영화나 드라마 등의 본편을 아예 안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주변 이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오징어 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콘텐츠를 봐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유튜브 채널을 통한 ‘요약본’ 시청이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콘텐츠 채널이 있다.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리뷰하는 전문 유튜버들의 채널에는 과거 인기작부터 최근 유행작까지 하이라이트 영상이 즐비하다.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요즘은 오히려 콘텐츠 제작이나 유통 업체에서 이런 유튜브 채널에 비용을 주고 하이라이트 영상 제작을 맡기기도 한다. ‘유료 광고’ 자막이 붙은 콘텐츠는 대부분 그렇다. 왜 그럴까.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재미있다”고 느낀 이들이 자연스럽게 본편을 즐기러 유입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 콘텐츠도 점차 길이가 길어지는 추세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던 초창기 작품인 ‘킹덤’은 6부작 정도였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는 12부작이다. 러닝타임만 해도 12시간에 이른다. 6부작인 ‘지옥’을 다 보기 위해서도 5시간 넘게 할애해야 한다. 그 분량을 소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 이들은 주저 없이 요약본을 택한다. 대다수 전문 유튜버들이 만든 하이라이트 영상의 길이는 1시간이 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가뿐히 소화할 수준이다. 게다가 이런 채널을 보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짧은 유튜브 광고 몇 초 정도 보면 된다.
한 중견 영화사 대표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나 SBS ‘접속 무비월드’를 통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노출하며 관객들을 유혹하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 매개체가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콘텐츠 전문 유튜브 채널로 넘어간 것일 뿐이다. 요약본을 보고 매력을 느낀 이들이 전체 콘텐츠를 보기 위해 월정액을 결제하는 걸 기대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요약본은 재미있는 장면 위주로 보여주고 정말 궁금한 비밀이나 결말은 숨기기 때문에 대중의 시청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결국 많은 시청 시간을 할애할 여력은 없지만 트렌드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요약본은 더 없이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