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대 통신사도 “넷플릭스 망이용료 내라”
한국 사례 보고 적극적으로 요구
국내 통신업체들이 넷플릭스에 통신망 이용료 지불을 요구하며 빚은 갈등이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이치텔레콤(독일)·오렌지(프랑스)·텔레포니카(스페인)·보다폰(영국) 등 유럽 4대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동영상 스트리밍, 게임,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수십억유로가 투입된 인터넷 인프라에 편승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통신망) 개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트래픽이 폭증한 빅테크 서비스로 인해 인터넷망 증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만큼 서비스 제공자들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유럽 통신사들의 탄원은 최근 한국에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빚은 법정 분쟁에 호응하는(echoes) 성격”이라고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럽 통신사들이 한국 사례를 보고 본격적으로 빅테크와의 싸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이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 1심 판결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것이 기폭제가 됐다”고 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통신 3사 CEO들은 지난달 말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에 망 이용 대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도 이달 초 대선 후보자들에게 보내는 정책 제안문에서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 지불을 강제하는 정책 입안을 요구했다.
오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에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GSMA는 SK텔레콤, KT를 비롯한 세계 220여 국 750개 통신 사업자가 참여한 모임이다.
통신사들의 조직적인 망 이용료 부담 요구가 이어지면 빅테크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통신업체들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넷플릭스 등 빅테크는 전송의 품질 유지는 통신업체 책임이고, 일본과 홍콩에 한국 사용자가 자주 찾는 콘텐츠를 모아둔 별도 서버(캐시서버) 구축 등으로 인터넷 과부하 현상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