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지만 괜찮아…술독 빠져 사는 집콕女의 탐정수사 [왓칭]
넷플릭스 드라마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지금 내가 보는 이 드라마는 스릴러인가, 코미디인가.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드라마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는 보는 내내 장르를 종 잡을 수 없는, 꽤 신선한 작품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열풍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OTT 흥행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도 시청 순위 10위권 안에 들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 편당 러닝타임이 30분을 넘지 않아, 한 시즌(8화)을 모두 보는데 4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기자는 별 다른 기대나 사전 정보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재생 버튼을 눌렀고,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가’를 확인하려다 끝까지 정주행을 마쳤다. 엄청난 감동이나 스케일이 느껴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킬링 타임’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아이를 잃고, 남편과도 별거 중인 알코올 중독자 애나. 그런 애나의 건넛집에 딸을 홀로 키우는 남자가 이사 온다. 비참한 현실을 견딜 수 없어 온 종일 와인과 우울증 약을 달고 살던 애나는 서글서글한 이웃 남자에게 호기심을 품게 된다. 이런 기본 설정 자체는 영화 ‘우먼 인 윈도’와 매우 흡사하지만,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애나는 이웃 남자 역시 부인을 비극적 사고로 잃었다는 얘기에 연민을 품고, 남자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훔쳐보기 시작한다. 남자가 초대한 저녁 식사에서 묘한 감정을 주고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남자에겐 빼어난 미모의 승무원 여자친구가 있다. 애나는 여자친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감시하고, 하루 종일 창가에서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한다. 그리고 얼마 뒤 애나는 남자 집에서 여자친구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건 꿈일까, 현실일까. 술과 약물 때문에 정신이 흐릿해진 애나는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치광이 취급을 받을 뿐이다. 설마 남자가 부인과 여자친구를 모두 죽인 것은 아닐까. 술과 약에 취해 애나 자신이 건너편 집으로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닐까. 그녀가 목격한 장면은 실제 상황이 맞을까. 진실이 무엇인지 정신없이 조ㅊ다보면, 금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이 드라마는 오묘하다.극 초반부를 지배하던 음울하고 음산한 분위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코믹함과 광기로 뒤범벅 된다. 애나가 와인 한 병이 들어가는 커다란 잔에 술을 가득 따라 마시는 장면은 매우 우스꽝스럽다. 그녀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도 어딘가 모자라고, 미심쩍고, 괴상하다. 집 밖을 나오지 않고 하루 16시간 술만 마시는 주인공은 단단히 미쳐있지만, 밉지 않다.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는 인물인데도 귀여운 매력이 언뜻 언뜻 보인다. 그런 애나 역할은 넷플릭스 시리즈 ‘굿 플레이스’의 크리스틴 벨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치열한 심리전으로 출발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뒤, 코믹 스릴러로 끝나는 결말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내가 고른 콘텐츠가 망작이어도 크게 분노하지 않는 편인 기자로서는 느닷없고 갑작스런 전개 역시 나쁘지 않았고, 독특함과 개성이 오히려 좋게 다가왔다.
개요 드라마 l 미국 l 2022 l 시즌1(8화·각 22~29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스릴러로 시작해, 코미디로 끝나는 범죄 드라마
⭐평점 IMDb 6.4/10 ?로튼토마토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