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대립·극한경쟁 풍자… 고교생 K좀비 세계 휩쓸다
입력 : 2022-02-07 20:38:46 수정 : 2022-02-07 20:38:44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열광
개봉과 동시 9일간 TV쇼 부문 1위
1주차 누적 시청만 1억2470만시간
6300만시간 ‘오징어게임’ 기록 넘어
사회계층화 등 국가별 재해석 공감
외신 “강당 질주 장면 특별한 스릴감”
비평사이트에선 지옥보다 평점 높아
“오징어 게임과 함께 한국 드라마의 원투펀치.”(미국 영화 전문매체 ‘데드라인’)
“한국이 엔터테인먼트에서 메가 파워를 지니게 됐고 이에 저항할 수 없다.”(미국 ‘스크린랜트’)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지우학)’의 인기가 ‘지옥’보다는 ‘오징어 게임’으로 가는 분위기다. 세 드라마는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지옥은 11일간, 오징어 게임은 53일간 1위를 유지했다. 지우학은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9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TOP10에 오른 것도 90개국에 이른다. 1주차 누적 시청 시간도 1억2470만시간을 기록해 오징어 게임의 이전 기록(6300만시간)을 뛰어넘었다.
◆넘치는 사회적 메시지… 해외에서도 통한다
지우학은 한 아버지의 비뚤어진 부성애로 좀비 바이러스가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지역 전체에 급속도로 퍼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좀비물 중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 무리와 싸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영화 ‘부산행’을 연상시킨다. 마치 부산행에 탔던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을 학교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드라마는 좀비에 대항한 ‘생존게임’을 기반으로 각종 사회적 메시지를 포진시켰다. 좀비 바이러스의 유발 과정을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와 연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좀비 바이러스 팬데믹과 이에 대한 대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서 경험하는 사회 정책적 시행착오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와 같은 ‘세월호’ 기억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기생수’라고 부르거나, 임대 아파트와 고급 아파트를 극명하게 대조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극대화된 계층화를 보여준다. “인간으로 죽느니, 괴물로라도 살아남으라” 등 우리 사회의 치열해진 생존 경쟁을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서도 꼬집는다.
사실 이런 사회적 메시지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그럼에도 지우학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 메시지가 각 사회가 저마다 가진 다양한 기억으로 재해석됐기 때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우학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잘 담았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세월호를 떠올리지만, 해외의 경우는 학교 내 총기 난사사건 등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특색으로 사회적 함의를 만들었지만 글로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은유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우학은 특히 생존게임의 주인공으로 성인이 아닌 고등학생을 선택해 관점의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랑 고백’, 친구를 위한 희생 등 그 시기의 순수함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개성이 이야기 전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점도 드라마의 개연성을 높였다.
◆한정된 공간 활용도 뛰어난 ‘K좀비’
사실 좀비물은 우리나라보다 서양에서 더욱 각광받는 장르다. 국내에서도 ‘부산행’과 ‘킹덤’이 흥행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좀비물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부산행과 킹덤, 지우학으로 이어지는 ‘K좀비 계보’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킹덤이 한복을 입고 성벽 사이 액션신을 벌인 것처럼, 지우학이 교복을 입고 음악실, 방송실, 과학실, 도서관 등 학교라는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액션을 선보이는 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정 평론가는 “지우학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액션신이 많다. 도서관 책장 사이를 다니면서 공격· 방어하는 모습이나, 급식실에서 도망치면서 좀비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장면을 원테이크로 찍은 것이 특히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역시 “복도를 따라 팽팽하게 내달리는 미션, 강당을 미친 듯이 질주하는 장면들이 특별한 스릴감을 선사한다”고 호평했다.
이미 ‘지옥’ 등을 통해 충분히 증명된 국내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도 빛을 발했다. 좀비에 물리고 심정지 이후 좀비로 변해 일어서는 장면과 관절을 꺾는 장면, 적나라한 상처 등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대표적인 비평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와 IMDb에서는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로튼 토마토에서는 18명의 비평가가 참여해 신선도 지수 84%를 기록했다. “맹렬한 속도와 스타일리시한 액션”, “K좀비 장르에 걸맞은 복잡하고도 인간적인 창작물” 등의 호평을 받았다. IMDb의 경우 평균 평점 7.7점을 기록 중이다. 오징어 게임(8점)보다는 낮지만, 지옥(6.7점)과 고요의 바다(6.9점)보다는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