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승인 2022.02.03 16:09
파트1을 마치고 베이징 올림픽 이후 돌아오는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저런 새끼들 인간 아니야. 인간 아닌 새끼들은 매질이 제일 빠르고 쉬워.” SBS 금토드라마<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박대웅 강력반 반장(정만식)의 이 말은 당대의 수사가 어땠는가를 잘 드러낸다.
잔혹한 강력 사건의 경우 대부분 면식범에 의한 ‘원한’을 이유로 단정 짓고 그래서 주변인 탐문수사를 통해 범인을 특정하던 시대의 수사 풍경.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도 등장하듯 범인을 못 잡으면 범인을 ‘만들기도 했던’ 시대의 비극이 그 대사로부터 그려진다.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가던 시점부터 먹고 살기 힘들어 혹은 원한 관계로 인해 벌어진 사건만이 아닌, 도저히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연쇄살인사건이 등장하면서 ‘야만적’이기까지 했던 수사방식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일면식도 없는 생면부지의 살인자가 아무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러 사람들을 연달아 죽이는 사건을 어떻게 과거의 ‘발로만 뛰는’ 수사방식으로 해결할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바로 이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온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의 경험이 녹아있는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그만큼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동시에 국내에서 개념조차 없었던 프로파일러가 탄생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개된다.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프로파일링을 통한 접근방식으로 연쇄살인을 해결해가는 첫 번째 소재의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약한 여성들이 집에 있을 시간인 대낮에 집안으로 들어가 잔혹하게 연쇄살인을 함으로써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사건. 이 사건은 영화 <추격자>의 소재가 되기도 했고, 넷플릭스에서는 <레인코트 킬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중계로 오는 2월 25일 방송 재개하는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건논리와 데이터들에 근거해 수사해가는 프로파일러들의 진심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범죄행동분석팀에 대한 의구심과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시절에, 끝까지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범죄의 진실에 다가가는 이들의 절절한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분노만큼, 진심으로 접근하는 이들 프로파일러들의 수사를 힘겹게 만드는 편견 가득한 내부 빌런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도 적지 않다.
그 첫 번째 빌런이 강압수사로 애먼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 심지어 감옥살이를 하게 만든 박대웅 반장이라면, 두 번째 빌런은 과거 성차별적인 말과 행동은 물론이고 사건 해결보다 자신의 공에 더 관심이 있는 김봉식(서동갑) 계장이다. 과거 송하영(김남길)에게 물을 먹어 범죄행동분석팀 자체에 사적인 감정이 있는 김봉식은 팀이 하는 이야기에 무조건 반대의견을 내놓고, 과거 팀원이었던 윤태구(김소진)에게는 동료가 아닌 ‘여자’ 운운하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인물이다.
이러한 경찰 내부의 빌런들은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하나같이 시대착오적인 편견과 선입견 덩어리들이다. 그래서 이들과 대적하는 송하영과 국영수(진선규) 같은 인물들과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진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국내에서 프로파일러가 처음 탄생하는 지점을 그리면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제시되고 있다. 과거의 관행에 젖어 범인의 마음을 분석하는 일들을 무가치하게 보고 심지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편견의 시대’를 넘어 어떻게 이들이 프로파일링 수사라는 ‘이성의 시대’를 열고 있는가가 담겨 있는 것. 이것은 잔혹한 살해와 이들을 추격하는 형사들이 등장하는 여타의 범죄 스릴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출처 : PD저널(http://www.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