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HBO맥스, 악재 겹친 넷플릭스 아성 위협
입력2022-01-27 15:44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계의 최강자 ‘넷플릭스 왕국’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구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시작했음에도 구독료 인상을 단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 주가가 최근 무려 20%나 폭락해 지난 2012년 이후 최대 하락율을 기록한 것은 넷플릭스의 초고속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음을 알려주는 신호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밖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 2020년 5월 출범한 후발 OTT 업체 HBO맥스의 거센 추격으로 업계 선두 자리가 위협당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구독자 증가 둔화
넷플릭스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새로 가입한 넷플릭스 구독자는 약 830만명 수준.
문제는 이 수치가 당초에 목표했던 85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뿐 아니라 전년 동기에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됐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이 지난해 4분기 OTT 업계를 통틀어 최고의 인기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구독자가 기대만큼 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연간 실적으로 본 성적표는 더 우울하다. 지난 2020년 신규 구독자는 3700만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800만명 증가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에 후발주자인 HBO맥스의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신규 가입자는 74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지난 26일 있었던 실적발표에서 확인됐다. HBO맥스 구독자는 지난 한해 동안에만 530만명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로만 따지면 두 회사의 신규 구독자 규모가 100만명 미만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1위 업체와 미국 내 4위를 기록하고 있는 HBO맥스의 격차가 그만큼 크게 좁아졌다는 뜻이다.
HBO맥스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타임워너 소속이고 타임워너는 미국 최대 통신업체 AT&T의 계열사다.
이와 관련, HBO맥스의 실적발표 뒤 제임스 킬라 타임워너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말은 후발주자 HBO맥스가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라 업계 최강자 넷플릭스의 자리를 넘보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킬라 CEO가 트윗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 2년간 HBC맥스의 구독자 증가율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벗어난 35%에 달했다”고 했고 CNBC와 인터뷰에서는 “HBO맥스가 지난해부터 넷플릭스의 구독자 증가율을 따라잡기 시작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HBO맥스보다 요금 비싸진 넷플릭스
구독자 증가 둔화세에도 독료 인상을 강행한 것도 넷플릭스에는 악재로, HBO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요금을 인상한 덕에 HBO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경쟁사들보다 비싼 요금을 받아 논란을 빚었으나 이젠 가격 경쟁력에서도 넷플릭스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
그 사이 요금이 조정된 끝에 지난달 현재 미국 기준으로 HBO맥스의 스탠더드 요금은 월 14.99달러(약 1만8000원)로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요금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넷플릭스가 지난 14일 요금을 인상하면서 현재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은 19.99달러(약 2만4000원)로 크게 뛰었다.
가장 많은 구독자가 이용하는 넷플릭스 스탠더드 요금을 봐도 지난 2020년 10월까지는 13.99달러(약 1만6800원)였으나 이번 인상으로 15.49달러(약 1만8600원)로 올라 미국 OTT 업계에서 가장 비싼 요금이 됐다.
◇HBO맥스가 가장 위협적인 이유
HBO맥스가 넷플릭스를 추격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미국 OTT 업계 2위는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3위는 디즈니플러스와 훌루가 함께 기록하고 있다. 이 세 업체가 아직은 넷플릭스와 HBO맥스 사이에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저스트워치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OTT 시장 점유율 집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점유율 25%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후발업체들의 맹추격이 거세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가 19%, 디즈니플러스와 훌루가 각각 13%를 차지해 넷플릭스과 차이를 좁혀오고 있어서다.
주목할 대목은 HBO맥스의 행보다. 점유율 자체로는 디즈니플러스와 훌루보다 적은 1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가율은 어느 업체보다 가빠른 상승곡선을 그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HBO맥스의 점유율 상승세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HBO맥스가 넷플릭스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