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행복한 인생인데… 그는 왜 삶을 놓았을까
넷플릭스 다큐 '로드러너: 앤서니 보데인에 대하여'
입력
2022.08.06 10:00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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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50일 정도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다. 딱히 부럽지 않은 인생이다. 하지만 세계 각지 별미를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는 게 일이라면. 그 일로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시기할 만하다. 미국 유명 요리사였던 앤서니 보데인(1956~2018)은 만인의 질투를 부를 만한 삶을 살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하나로 보였던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버렸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①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진 남자
보데인은 미국 뉴욕 한 레스토랑의 요리사였다. 어려서부터 음식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했던 그는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요리학교를 나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1995년 마흔을 눈앞에 두고 삶이 급변했다.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던 그는 여러 감상을 담은 글을 친구에게 이메일로 전했다. 친구는 출판업자인 아내에게 보데인의 글재주를 보여줬다. 친구의 아내는 보데인과 요리 관련 책을 기획한다. 레스토랑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한 ‘키친 컨피덴셜’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보데인은 명사로 급부상한다.
보데인은 두 번째 책을 기획한다. 요리사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의외의 음식과 마주하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 상품성 있다 생각한 방송 제작자들이 따라붙는다. 도전적인 보데인은 해외 여행 경험은 일천하고 외국 음식에 대한 지식은 적으나 촬영에 동의한다. 보데인은 우여곡절 끝에 방송계에서 더욱 빛나는 별이 된다.
②화려했으나 공허했던 삶
보데인의 활동 범위는 넓어진다. 누구나 가볼 만한 여행지를 넘어서 오지까지 탐방한다. 태국에서 맥박 뛰는 코브라 심장을 생으로 먹기도 하고, 사막으로 출장을 떠나기도 한다. 일에 중독된 보데인은 업무에서 쉬 헤어나오지 못한다. 출장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장 잔고는 급증하고 지명도는 높아지나 가족과는 소원해진다. 예정된 순서처럼 파경이 그를 기다린다.
음식과 장소에 대한 보데인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모른다. 보데인은 일하다 우연히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아기를 낳아 새삼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일은 그의 삶을 다시 잠식한다.
③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
보데인은 관광지만 찾아 나서지 않았다. 이스라엘 공군이 공습 중이던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전쟁의 참상을 목도했고,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에서 음식을 둘러싼 아귀다툼과 마주하기도 했다. 그는 일을 즐겼으나 일은 매번 즐겁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지독한 외로움에 잠식 당했다. 길거리에서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돈 걱정 없이 세상을 주유하는 삶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으나 그의 영혼은 점점 빈한해졌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외로움을 부채질했다. 유명 영화배우와 사랑에 빠져 외로움을 견뎌내려 했으나 그의 죽음을 재촉하는 방아쇠가 됐다.
※뷰+포인트
보데인이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담배 피우며 글쓰기였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을 사랑하고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미식가들 사이에서나 이름이 가끔 오르내릴 평범한 요리사에 불과했다. 자신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재능으로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후 예상치 못한 삶을 살게 됐다. 보데인의 인생은 현대인의 일반적 삶을 대변한다.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삶은 고독하다. 약물중독까지 이겨냈던 보데인의 최후가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1%, 관객 94%
***한국일보 권장 지수: ★★★☆ (★ 5개 만점, ☆ 반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