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만원으로 내 방구석 영화관 만들었다"…LG 시네빔 써보니 [다IT소]
4K 선명한 화질, 120인치까지 화면 확장 가능
공간 활용에 좋지만 빛 받으면 선명도 떨어져
영화 한편 1만4000원시대. 둘이서 팝콘과 음료까지 구입하면 3만~4만원은 쉽게 깨진다. 시국이 이러니 개봉 영화도 많지 않다. 마땅히 보고싶은 영화가 없다는 얘기다.
원하는 영화를 내 시간에 맞춰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집안을 영화관처럼 꾸며보자고 작심했다. 요즘 워낙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잘 나오다보니 콘텐츠 걱정은 없었다. 문제는 영화관처럼 초대형·고화질 스크린을 구하는 일이었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LG 시네빔 신제품을 열흘간 써봤다. 가격은 369만원. 영화관 260번 갈 돈이다. 다소 부담스런 가격대지만 사용하면서 확실히 느낀 건 홈시네마로 가꾸는데 더할나위 없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스크린이나 벽 등 화면이 나올 공간 바로 아래 한 뼘만 띄워 설치하면 화면은 최대 120인치까지 확장됐다. 여기에 4K UHD 해상도까지 지원되다보니 마치 영화관에서 보는 듯한 화질이 재현됐다.
LG 시네빔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 = 김승한 기자]
이번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초단초점' 기술이 채택됐다는 거다. 초단초점이란 쉽게 말해 기기와 스크린를 가까운 거리에 설치해도 100인치 이상의 큰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실제 LG 시네빔은 스크린에서 21.7cm만 떨어뜨려 설치해도 1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었다. 100인치는 가로로 250cm 정도로, 거실 한쪽 벽면이 다 찰 정도였다. 스펙상 LG 시네빔의 구현 화면은 최대 120인치지만 그 이상 늘리는 것도 가능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LG 올레드 TV의 최대 크기가 88인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화면인지 가늠할 수 있다.
공간활용도 탁월했다. 일반 빔프로젝터는 100인치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스크린과 거리를 최소 2m가량 떨어뜨려야 한다. 단초점의 경우도 최소 1m 뒤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LG 시네빔은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 정도만 벌리기만 하면 100인치대 대화면 연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람이 지나갈 때 화면을 가리는 일반 프로젝터의 불편함이 해소됐다.
LG 시네빔은 정면이 아닌 기기 아래에서 위로 빔을 쏘는 방식으로 작동되며, 스크린에서 21.7cm만 떨어뜨려 설치해도 1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사진 = 김승한 기자]
또 일반 프로젝터는 거실 한복판에 제품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영상을 볼 때마다 설치와 분해를 반복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사용자들은 천장 공사를 통해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전월세인들은 꿈도 못꾸는 일이다. 반면 LG 시네빔은 스크린 아래 밀착해 설치되는 만큼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LG 시네빔에는 내부스피커도 탑재돼 있다. 별도의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스피커 성능은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단 훌륭했다. 내부스피커 자체만으로도 사운드 입체감이 꽤 느껴졌다. 물론 더욱 퀄리티 높은 사운드를 원하는 고객은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외부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다. 참고로 내부 스피커와 외부 스피커가 동시에 송출되는 것도 가능했다.
LG 시네빔은 다양한 편의기능도 갖추고 있다. LG전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웹OS 6.0을 탑재해 주변 기기 연결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해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 거의 모든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요즘 OTT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겐 제격인 제품으로 보인다. 다만 전작과 달리 RF안테나가 빠져 공중파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밤에 불을 다 끈 상태에서 LG 시네빔(왼쪽)과 LG 올레드 TV를 비교한 모습. 화질과 선명도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다. [사진 = 김승한 기자]
반면 단점도 곳곳에 존재했다. 빔프로젝트의 영원한 숙적 '빛' 앞에서 LG 시네빔은 무기력 했다. 한밤 중 실내 불을 끄고 작동할 땐 틀림없는 생생한 고화질이었지만, 불을 켜면 다소 시청이 어려울 정도로 흐릿했다. 특히 낮에 암막 커튼 없이 LG 시네빔을 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G 시네빔에는 주변 환경에 따라 최적의 화면 밝기를 잡아주는 '자동 화면 밝기 조정' 기능이 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체감할 수 없었다. 거실 불을 켜고 집에 있는 LG 올레드 TV와 동시 비교해보면 화질 차이는 극심할 정도였다.
밤에 불을 다 켠 상태에서 LG 시네빔(왼쪽)과 LG 올레드 TV를 비교한 모습. 빛에 노출되니 시청이 불편할 정도로 선명도가 크게 줄었다. [사진 = 김승한 기자]
또 롤업스크린을 사용할 때 스크린이 조그만 굴곡이 생겨도 화면 왜곡이 상당히 심했다. 리뷰를 위해 시중에 판되는 4만원짜리 롤업 스크린을 구매했는데, 스크린에 굴곡이 있는 부분은 영상을 시청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바람이 불어 스크린이 구겨지거나 흔들리는 야외에서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어보인다. 적정 거리에서 빔을 쏘는 일반 프로젝터와 달리 아래에서 빔을 쏘는 초단초점의 가장 큰 단점이다.
화면으로 벽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구태여 스크린을 이용할 사용자가 있다면 고정력이 좋은 족자형 스크린이나 고가의 롤업 스크린을 추천한다. 오로지 가정용으로 사용할 목적이라면 벽을 향해 빔을 쏘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다.
족자형 스크린을 이용해 LG 시네빔 전원을 켠 모습. 약간의 굴곡만 생겨도 상당한 왜곡이 발생했다. [사진 = 김승한 기자]
마지막으로 비싼 가격도 어쩔 수 없는 단점으로 느껴졌다. 전작(589만원)보다는 220만원 저렴한 369만원에 출시됐지만, 이 가격 역시 소비자가 선뜻 구매하기에 만만한 가격대가 아니다. 279만원짜리 65인치 LG 올레드 TV를 구매하고도 90만원이 남는 가격이다.
물론 성능과 기능을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LG 시네빔은 혁신적이고 활용성이 좋은 제품인 것은 틀림 없지만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이 대세라지만 300만원이 훌쩍 넘는 TV는 일반 소비자에겐 여전히 부담이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