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적의 두산
미라클 두산!!!
두산베어스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때가 올해이고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2. 2016년도의 두산 베어스
두산베어스가 가장 강했던 2016년도에는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라는 걸출한 투수 4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팀으로 간, 양의지, 민병헌, 오재일, 최주환, 이용찬, 최재훈 선수가 있었고, 홍성흔도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규시즌 승률이 6할5푼이었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NC를 맞아 4:0으로 압도적으로 이겼습니다.
3. 2021년도의 두산 베어스
2016년도에 비해 2021년도는 너무도 약했습니다.
최주환이 신세계로, 오재일이 삼성으로 갔고, 그 자리를 강승호와 양석환이 메웠고, 이용찬도 NC로 가버렸으며, 유희관은 어느 팀과 붙어도 두들겨 맞았으며, 믿었던 이영하는 선발에서 죽을 쑤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투수 미란다와 로켓, 그리고 최원준이 근근이 버텨 주고 있었으나 로켓은 부상으로 빠지는 날이 길어졌습니다.
한 때 8위까지 떨어졌으나 9월의 대 반격으로 4위까지 치고 올라 왔으나 힘에 부쳐 4-5위전을 끝까지 해야 할 정도로 허약했습니다.
정규시즌 4위를 한 것만 해도 잘 한 것이었습니다.
4. 2021년 포스트시즌의 기적들
2021년 11월10일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2차전 경기에서 두산이 이기리라고 장담한 전문가나 국민들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플레이오프가 벌어지기 전, 자신이 야구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만장일치로 삼성의 승리를 장담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LG 트윈스의 승리라고 말은 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로 문화일보 정세영 야구기자가 올린 유튜브를 링크합니다.
저 또한 백정현과 원태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 2차전에서는 어렵겠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백정현 공략법을 찾아낸 두산이 바깥쪽 공을 밀어치면서 1회말에 바로 2점을 만들고 백정현을 강판시켜버렸습니다.
이어서 나온 최지광과 원태인조차도 두산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4회말에 이미 1:9로 벌어져 버렸고 경기는 사실상 끝나버렸습니다.
28승을 한 듀오 선발을 격파한 것입니다.
1차전에서 어이 없이 져 버린 삼성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구자욱이 2회말에 김재호의 안타를 단타로 막을 수 있었던 걸 3루타로 만들어 주는 수비를 하는 걸 볼 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삼성 선수들이 서두르고 있구나.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구나."
페르난데스와 강승호가 귀중한 타점을 만들어 낸 것이 결정적이었으나 삼성의 공격을 막아낸 이영하의 투혼과 정수빈, 김재환, 김재호, 박세혁, 허경민 등 모든 선수들의 선전 덕분에 이겼습니다.
박건우와 양석환이 조금 부진한 것은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11월9일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최원준이 피곤을 이기고 잘 던졌고, 이어서 나온 홍건희가 혼신의 힘으로 버텨 주었습니다.
9회초 2아웃에서 나온 오승환의 직구를 통타해 홈런을 친 박세혁도 대단했고 그 후 내리 3안타로 다시 1점을 더 내어 이길 수 있었습니다.
한국시리즈를 향한 곰의 한걸음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4로 승리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LG와의 준플레이 오프 경기에서도 외국인 투수 2명이 빠진 상태에서 최원준, 곽빈, 김민규, 이 세명의 어린 선수들로만으로 막강한 투수력을 지닌 LG도 이겼습니다.
지나온 과정을 돌아 보면 그 과정에서 타자들도 잘 했지만 이영하와 홍건희가 가장 헌신적으로 잘했고, 이현승도 위기를 잘 틀어 막아주었습니다.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수비를 무실점으로 마친 두산 이영하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11.10
실점 위기 넘긴 홍건희. [연합뉴스]
“내가 해냈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 2번 타자 페르난데스가 3-0으로 앞선 2회말 1사 1, 3루 기회에 투수 최지광을 상대로 왼쪽 담장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2루 베이스에 도착해 양팔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두산은 삼성에 2연승을 거두며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뉴스1
5.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
FA로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떠나 보낸 감독의 마음이 어떨 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만 저는 김태형 감독이 한 번도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말을 한 걸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저 묵묵히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구단에서 투수 함덕주를 양석환과 트레이드 한 것이 지혜로웠습니다.
양석환은 떠난 오재일보다 더 나은 성적을 냈습니다.
오재일 보상선수로 데려온 박계범, 최주환 보상선수로 데려 온 강승호가 제 역할을 하는 점도 구단 관계자의 혜안 덕분입니다.
이와 같은 구단의 지혜와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초를 바탕으로 2021년도의 기적들은 김태형 감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감독이 경기에서 어느 시기에 어떤 선수를 투입하고 어떤 전략을 구사하며 작전을 쓰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감독 한 사람의 영향은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변수가 많은 야구라는 경기에서는 더욱 더 그러합니다.
김태형 감독은 스포츠 경기가 어떠한지, 아니 어떠해야 하는 지를 잘 이해하는 걸로 보입니다.
리스크를 질 때는 과감하게 질 줄 알며 실패할 수도 있는 두려움을 잘 이겨냅니다.
한 마디로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3년도 한국시리즈에서 적지인 대구에서 2승을 하고 3승1패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도 내리 3연패하며 준우승에 그치게 해서 승부사 기질이 부족하다고 경질되었던 김진욱 감독과 비교됩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의 헌신을 잘 이끌어 내어 개개인의 능력을 팀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줄도 압니다.
김태형 감독,
그는 2021년도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입니다.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두산 김태형 감독이 선수교체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11.10
5. 코치진과 프론트, 그리고 2군 선수단
김태형 감독이 명장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만 그가 그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코치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투수 기용과 교체에 대해 적절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투수코치 정재훈과 공격의 활로를 트기 위해 애쓰는 이정훈 타격코치, 그리고 수비코치, 배터리 코치, 베이스 코치 들이 각각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팀 선수들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투수와 타자들을 잘 분석하여 데이터를 제공하는 프론트의 역할도 중요하며 2군에서 땀을 흘리는 2군 선수단도 샘물과 같습니다.
나무의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가 튼실하여 좋은 꽃을 피우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요.
코치진과 프론트, 그리고 2군 선수단은 나무의 뿌리와 같습니다.
6. 한국시리즈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잘 했습니다만, KT와의 한국시리즈에서의 경기도 기대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두산 베어스 프론트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과 선수단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와일드카드 경기부터 한국시리즈 경기까지 많은 경기로 힘들겠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프로야구 선수로서 온 힘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결과는 하늘에 맡깁시다.
두산 베어스 화이팅!!!
7. 첨언
KBS Sports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장정석 위원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후반기에 5강 후보를 꼽을 때 두산 베어스를 넣지 않은 해설위원으로서 한국시리즈에 7년 연속진출한 두산 베어스 경기를 중계할 때 어떤 마음일지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