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이어 FT, 도이체벨레까지… 해외 유수 언론의 ‘오징어 게임’ 찬사
주요 외신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비중 있게 다루며 관련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한국적 소재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고 평가한 데 이어, ‘한류 열풍’을 넘어 해외 유수 언론이 ‘오징어 게임’의 주제 의식에 주목하며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 시각) “우리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말해야 한다(We need to talk about Squid Game)”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FT는 미국, 영국, 방글라데시, 브라질 등 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 90국을 강타한 ‘오징어 게임’의 흥행 비결로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한 면(complexity of human nature)을 다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FT는 ‘오징어 게임’이 ‘호러 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신뢰(trust)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오징어 게임’의 문제의식을 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1954)’과 비교하기도 했다. ‘파리 대왕’은 스무명 남짓한 소년들이 태평양 한 무인도에 불시착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립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잔혹한 원시적 본능을 드러내는 소년들의 모습을 그려 인간 내면의 악한 본성을 폭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FT는 ‘오징어 게임’도 같은 맥락에서 “폭력을 향한 인간의 선천적 경향을 잘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라면서 “절박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암흑 속에 숨겨져 있다”고 했다.
이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도 “‘오징어 게임’이 다른 생존 스릴러와 다른 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DW는 “박진감 넘치고 영리한 작품”이라면서 “앞선 생존 스릴러와는 다른 문법을 따른다”고 했다.
DW는 ‘오징어 게임’이 ‘파리 대왕’, 일본 영화 ‘배틀로얄(1999)’, 미국 소설 ‘헝거게임(2008)’의 계보를 따르는 동시에, 리얼리티 쇼 형식을 활용했다고 짚었다. 한편 드라마 후반부에는 “부조리와 기괴함을 부각하는 연출로 해외 관객이 익숙한 한국 영화의 느낌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또 “인간 심연을 들여다보는 대담함도 엿보인다”고 했다.
DW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의 참여자들은 고립된 섬이나 독재 치하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생존 스릴러 장르의 계보에서 비껴간다. 이들은 원한다면 언제든 게임을 그만둘 수 있다. 이 점에서 DW는 ‘오징어 게임’이 자본주의 사회 속 개인의 종속과 폭력의 문제를 다룬 ‘반(反) 자본주의적 우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