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오징어게임, 우리 아이는 몰랐으면"
학교서도 '오징어게임' 인기…"모르면 아싸 취급"
작년 초등생 33.8% 성인용 영상물
넷플리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포스터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엄마, 오징어 게임이 뭐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연일 화제를 몰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지만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선정적이고 잔혹한 장면이 일부 포함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오징어 게임을 유튜브 등으로 보고 따라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오징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아이가 "오징어 게임 하자"라고 부르니 세네명 정도의 아이들이 한데 모였다. 무슨 놀이를 하는지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아이들 입에서 "탈락하면 죽인다" "쏴 죽이겠다" "더 많이 죽여" 등이 말이 쏟아졌다. 오징어 게임을 실제 본 적이 있는지 묻자 아이들은 "봤다" "재밌다" 고 입을 모았다.
오징어 게임은 청불 등급이다. 미성년자로 시청이 불가한 아이들이 어떻게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까.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원을 받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북미지역 시청순위 1위,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 등의 기록을 세웠다.
높아지는 인기만큼 관심도 치솟았다. 많은 유튜버와 누리꾼들은 유튜브, 틱톡, 블로그, 카페 등에 오징어 게임 관련 영상, 사진 등을 올렸다. 넷플릭스에선 성인 인증을 해야 오징어 게임을 볼 수 있지만 온라인의 다른 공간에선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리뷰 형식으로 요약해 만든 짧은 영상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차 생산물인 이런 영상은 청불 영역에 들어가지 않아 게임에서 진 참가자들이 잔인하게 죽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된다.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아이들은 매체 속 이미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요즘 학교 내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가장 인기라고.
초등학교 6학년생인 한 아이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오징어게임이 유행이다"라며 "안 봤다고 하면 '아싸(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는 "초등생인데 오징어 게임 봐도 되나" "친구들이 학교에서 오징어 게임 얘기만 한다" "학원 친구들이 오징어 게임 얘기만 해서 안 본 저는 낄 틈이 없다. 볼 수 있게 엄마 설득시킬 방법 좀" 등의 질문이 잇따랐다.
네이버 지식인(왼쪽)에 올라온 초등생 질문과 부모들 반응. 사진=네이버 지식인·인스타그램 캡처 오징어 게임의 인기만큼 부모들의 근심도 깊어졌다.
초등생 두 자녀를 둔 김정은(39)씨는 "며칠 전 5학년인 큰아이가 오징어 게임이 뭔지 묻더라. 친구들도 다 봤다고 하는데 걱정"이라면서 "드라마가 인기라지만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만큼 우리 아이는 계속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수경(38)씨도 "초등 2학년인 아이가 며칠 전 호기심에 오징어게임 관련 영상을 몰래 유튜브에서 봤다고 한다"라며 "그 뒤로 자꾸 잔인한 장면이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쇼핑몰의 경우 아이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홍보하며 참가자 운동복을 판매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비슷한 고민은 온라인에서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SNS에 "학교에서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방식을 흉내 내며 놀이한다더라"라며 "여기저기서 하도 오징어 오징어 하니까 아이들이 궁금해할 수 있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최대한 설명하고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이 게시글은 현재 2000여개의 좋아요를 받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많은 학부모들의 공감을 받았다.
또 다른 누리꾼도 SNS에 "초등 5학년 수업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 얘기밖에 안하더라. 충격먹고 그런 거 보지 말라고 잘 설득했는데 다음 초등 2학년 수업에 들어가니 또 오징어 게임 얘기 밖에 안한다"라면서 "(아이들에) 대체 어디서 봤냐고 물어보니 틱톡에 올라왔다고 한다. 어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Ⅰ:초등학생' 캡처
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Ⅰ:초등학생'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초등생 중 87.7%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90.3%가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한다. 초등생 10명 중 9명이 유튜브를 한다는 것. 이 조사에는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 2723명과 학부모 2530명이 참여했다.
성인 대상의 영상물을 보는 아이들도 많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청소년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37.4%로 나타났다. 이중 초등생 이용률은 2018년 19.6%에서 2020년 33.8%로 대폭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아직 성격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못해 외부 자극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자극적인 영상 등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적 인지-정서 신경과학지'가 과거 발표한 '청소년의 미디어 폭력 노출의 전두정 조절: 다중 방법 연구'에 따르면 폭력적인 영화, TV 프로그램 또는 비디오 게임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감정적으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도 이같은 행위나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뇌의 능률을 측정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미디어에 오래 노출되는 동안 뇌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때문에 자녀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보호자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의 절반가량만이 특정 앱이나 프로그램을 통한 자녀의 스마트폰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자녀의 유튜브 이용을 제한모드 등으로 관리하는 경우는 46%에 불과했다. 무관심으로 방치하는 경우도 10% 내외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초등생 자녀의 미디어 이용은 부모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초등생 미디어 이용과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부모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가정지도 등 적절한 개입과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ihye@kukinews.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연일 화제를 몰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지만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선정적이고 잔혹한 장면이 일부 포함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오징어 게임을 유튜브 등으로 보고 따라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오징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아이가 "오징어 게임 하자"라고 부르니 세네명 정도의 아이들이 한데 모였다. 무슨 놀이를 하는지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아이들 입에서 "탈락하면 죽인다" "쏴 죽이겠다" "더 많이 죽여" 등이 말이 쏟아졌다. 오징어 게임을 실제 본 적이 있는지 묻자 아이들은 "봤다" "재밌다" 고 입을 모았다.
오징어 게임은 청불 등급이다. 미성년자로 시청이 불가한 아이들이 어떻게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까.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원을 받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북미지역 시청순위 1위,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 등의 기록을 세웠다.
높아지는 인기만큼 관심도 치솟았다. 많은 유튜버와 누리꾼들은 유튜브, 틱톡, 블로그, 카페 등에 오징어 게임 관련 영상, 사진 등을 올렸다. 넷플릭스에선 성인 인증을 해야 오징어 게임을 볼 수 있지만 온라인의 다른 공간에선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리뷰 형식으로 요약해 만든 짧은 영상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차 생산물인 이런 영상은 청불 영역에 들어가지 않아 게임에서 진 참가자들이 잔인하게 죽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된다.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아이들은 매체 속 이미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요즘 학교 내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가장 인기라고.
초등학교 6학년생인 한 아이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오징어게임이 유행이다"라며 "안 봤다고 하면 '아싸(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는 "초등생인데 오징어 게임 봐도 되나" "친구들이 학교에서 오징어 게임 얘기만 한다" "학원 친구들이 오징어 게임 얘기만 해서 안 본 저는 낄 틈이 없다. 볼 수 있게 엄마 설득시킬 방법 좀" 등의 질문이 잇따랐다.
네이버 지식인(왼쪽)에 올라온 초등생 질문과 부모들 반응. 사진=네이버 지식인·인스타그램 캡처 오징어 게임의 인기만큼 부모들의 근심도 깊어졌다.
초등생 두 자녀를 둔 김정은(39)씨는 "며칠 전 5학년인 큰아이가 오징어 게임이 뭔지 묻더라. 친구들도 다 봤다고 하는데 걱정"이라면서 "드라마가 인기라지만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만큼 우리 아이는 계속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수경(38)씨도 "초등 2학년인 아이가 며칠 전 호기심에 오징어게임 관련 영상을 몰래 유튜브에서 봤다고 한다"라며 "그 뒤로 자꾸 잔인한 장면이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쇼핑몰의 경우 아이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홍보하며 참가자 운동복을 판매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비슷한 고민은 온라인에서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SNS에 "학교에서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방식을 흉내 내며 놀이한다더라"라며 "여기저기서 하도 오징어 오징어 하니까 아이들이 궁금해할 수 있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최대한 설명하고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이 게시글은 현재 2000여개의 좋아요를 받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많은 학부모들의 공감을 받았다.
또 다른 누리꾼도 SNS에 "초등 5학년 수업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 얘기밖에 안하더라. 충격먹고 그런 거 보지 말라고 잘 설득했는데 다음 초등 2학년 수업에 들어가니 또 오징어 게임 얘기 밖에 안한다"라면서 "(아이들에) 대체 어디서 봤냐고 물어보니 틱톡에 올라왔다고 한다. 어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Ⅰ:초등학생' 캡처
실제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이들의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부쩍 늘었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Ⅰ:초등학생'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초등생 중 87.7%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90.3%가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한다. 초등생 10명 중 9명이 유튜브를 한다는 것. 이 조사에는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 2723명과 학부모 2530명이 참여했다.
성인 대상의 영상물을 보는 아이들도 많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청소년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37.4%로 나타났다. 이중 초등생 이용률은 2018년 19.6%에서 2020년 33.8%로 대폭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아직 성격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못해 외부 자극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자극적인 영상 등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적 인지-정서 신경과학지'가 과거 발표한 '청소년의 미디어 폭력 노출의 전두정 조절: 다중 방법 연구'에 따르면 폭력적인 영화, TV 프로그램 또는 비디오 게임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감정적으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도 이같은 행위나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뇌의 능률을 측정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미디어에 오래 노출되는 동안 뇌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때문에 자녀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보호자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의 절반가량만이 특정 앱이나 프로그램을 통한 자녀의 스마트폰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자녀의 유튜브 이용을 제한모드 등으로 관리하는 경우는 46%에 불과했다. 무관심으로 방치하는 경우도 10% 내외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초등생 자녀의 미디어 이용은 부모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초등생 미디어 이용과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부모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가정지도 등 적절한 개입과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