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여진족 영웅 만들기? '킹덤: 아신전' 전지현이 남긴 찜찜함[TEN리뷰]

월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여과 없이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입체적인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냅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탑이 모래위에 지어졌다면 틀린 얘기가 된다.개미구멍 하나에 석공의 정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전지현을 앞세운 넷플릭스의 야심작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은 공이 많이 들어간 대작이다.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킹덤'. 시즌1과 2의 시각적 명성을 잇는 프리퀄이라 할 만 작품. '아신전'은 킹덤 세계관의 기본이 되는 생사초와 역병의 기원을 알려주는 프리퀄이다. 장르물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은 여전히 시청자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시즌 1,2의 탄탄했던 구성과 개연성을 찾아보긴 어렵다. 캐릭터의 붕괴 등은 본편의 매력적인 서사를 흐려놨다. 흐트러진 구성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서사의 바탕이 되는 기초격인 역사적 배경이다.

'아신전'은 생사초의 시작이 여진족 아신(전지현 분)의 한에서 시작된다는 스토리다. 아신은 여진족에도 조선에도 속하지 못하는 성저야인. 아신의 아버지는 조선의 관직을 요구하며 여진족의 밀정 노릇을 하다 여진족 파저위(구교환 분)에게 몰살 당한다. 아신은 민치록(박병은 분)에게 복수를 간청하지만, 거절당하자 조선 군영으로 들어가 생사역을 만들어 복수에 성공한다.

통쾌한 복수에 성공하는 스토리지만, 보는 내내 마음 속 한 구석엔 묘한 찝찝함이 남는다. 핍박 당하던 아신이 복수에 성공했음에도 쾌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신이 여진족이기 때문. 중국의 전신인 청나라를 건국한 바로 그 여진의 아니던가. 수도 한양까지 침입해 조선 민중을 유린했던 병자호란을 일으킨 여진의 히로인에 환호하지 못하는 건 필자의 속이 좁아서 일께다.

사실 역사 속 여진족은 조선의 국경을 자주 침범해 북쪽에 살던 백성을 괴롭혔다. 하지만, '아신전'에서는 반대다. 조선인은 나쁘고 여진족은 불쌍하게 그렸다. '킹덤'을 위해 대동여지도까지 봤다던 김은희 작가는 굳이 왜 여진족을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여진족의 공격과 조선군의 방치에서 고통 당했다는 설정의 조선인, 차별을 받던 백정이나 노비 등 서사를 위한 캐릭터는 많은데 말이다.물론 조선이 언제나 절대선(善)일 수는 없다. 조선 역시 역사의 굴곡에서 여러 민족과 국가에 핍박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더불어 설익은 민족주의가 작가의 창작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찝찝함은 '킹덤'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인이 보는 콘텐츠라는 점이다. 실제로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아신전은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의 영화 가운데 시청 순위 2위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선 1위를 프랑스에서도 2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영화 시청 순위가 계산되는 83개국 가운데 야신전은 68개국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 안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 속 세상이 시청자에게 이미지화 되어 남기 때문.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명분을 들어 한복이나 김치 등 한국의 문화를 자신의 문화로 흡수하려는 이유이기도 한다.'아신전'을 본 외국인들 머리속에 '조선은 나쁘다'라는 이미지가 심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킹덤을 사랑하는 전세계 68개국 시청자 가운데 정확한 역사를 고증하기 위해 책장을 넘기는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찝찝함을 차치하고서도 캐릭터의 붕괴, 개연성 떨어지는 아신의 스토리 등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널렸다.

아신 조선 군영의 돼지 우리에서 살던 여진족 여아다. 그런 아신이 어느덧 문무를 겸비한 성인으로 자라있다. 혼자 활을 쏘며 무예를 익힌 건 백번 양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은 어떻게 배웠을까. 허드렛일만 하는 아신이 한자로 된 공문서를 척척 읽어내지만, 이 실력을 뒷받침할 장면은 하나도 없다.

킹덤2'에서는 조선의 충신이자 정의를 위한 열혈 무인이었던 민치록은 '아신전'에선 그저 잔혹한 군인일 뿐이었다. 강직함을 대표하던 민치록은 사라지고 멍청하고 잔인한 인물만 남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도 있다. 어린 아신이 부락민 시체를 직접 손으로 묻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엔딩에서 아신은 생사역이 된 부락민을 끌고 온다. 부락민을 모두 생사역으로 만든 아신이 자신이 다 클 때까지 계속 같이 있었다는 말이다. 생사역을 이끌고 군영을 덮쳤으면 아신은 지옥에 살지 않아도 됐다. 특출났던 아신은 무엇을 위해 긴 시간 모욕과 핍박을 참았을까.

'아신전'이 아신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짜깁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시즌 3에 예정된 배두나와 전지현의 만남을 위한 무리한 복선일 수 있겠다. 시즌3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 같았던 '아신전'은 '킹덤'이 쌓은 탑의 개미구멍이 된 듯하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