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 ‘코인 부자’ 명함 내밀려면 1조는 있어야… 상위 12명, 재산 합쳐 48조원
순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인 부자를 억만장자(billionaire)라고 한다.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는 글로벌 경제와 산업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억만장자들이 속한 산업의 종류와 구성을 통해 세계 경제의 발전 경로를, 새롭게 등장한 억만장자들을 통해 떠오르는 미래 산업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새로운 산업군에서 억만장자가 대거 등장, 부의 지각변동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가상 화폐(Cryptocurrency)’ 산업이다.
◇평균 연령 45세 코인 부자들
가상 화폐 억만장자 12명의 평균 나이는 44.9세다. 포브스가 집계한 억만장자 전체의 평균 연령 63세보다 18세가량 어리다. 그만큼 일찍 부자가 된 셈이다. 12명 중 9명(75%)이 20~40대다. 가상 화폐 전문 자산 운용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설립자 겸 CEO(최고경영자) 샘 뱅크맨 프라이드(29)가 가장 어리다. 13일 기준 그의 순자산은 87억달러(약 9조8310억원)로, 포브스 억만장자 리스트에 오르자마자 28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큰돈을 벌었다는 넷플릭스 창업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60)보다도 순위가 높다. 헤이스팅스는 순자산 49억달러로 포브스 순위 595위다.
프라이드가 억만장자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년이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3년간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사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에서 ETF(상장지수펀드) 트레이더로 일했다. 큰돈을 벌기 시작한 건 증권사를 그만두고 알라메다 리서치를 설립한 2017년이다. 이 회사는 가상 화폐 장외 거래(OTC)와 거래소 간 차익 거래 등 다양한 금융거래로 수익을 내기 시작, 2019년 11월엔 전 세계 가상 화폐 시장 거래량의 5%를 차지할 만큼 커졌다. 프라이드는 연이어 가상 화폐 전문 파생 상품 거래소 FTX를 설립, 사업을 확장해왔다.
한국도 가상 화폐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만, 아직 억만장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 창업주인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지난 2018년 2월 포브스의 ‘전 세계 가상 화폐 부자 순위’에서 19위로 꼽힌 적이 있지만, 두나무 측은 “이해 충돌 방지 차원에서 임직원의 코인 투자를 금지하고 있으며, 송 의장 역시 그만한 가상 화폐 자산이 없다”고 했다. 당시 포브스가 추정한 송 의장의 보유 자산은 최대 5억달러(약 5600억원)였다.
◇코인 부자가 되는 세 갈래 길
코인 부자들이 돈을 번 방식은 크게 세 갈래다. 코인 개발, 초기 투자, 그리고 거래소다. 가장 성과가 좋은 건 가상 화폐 거래소였다. 가상 화폐 억만장자 12명 중 절반(6명)이 가상 화폐 거래소 설립자다. 초기 투자자는 4명이고, 코인 개발자는 국제 송금에 많이 쓰이는 ‘리플’ 코인을 개발한 크리스 라슨과 제프 매케일럽 등 2명뿐이다.
12명 중 가장 순위가 높은 브라이언 암스트롱(38)은 미국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설립자다. 그는 창업 전 숙박 공유 기업 에어비앤비의 IT 개발자였다. 현재 암스트롱의 순자산은 105억달러(약 11조8780억원)로, 억만장자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 8%(214위)에 든다. 작년 4월 10억달러에 불과했던 자산이 1년 새 10배 넘게 불어났다. 올해 4월 14일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이 회사 지분 19%를 보유한 암스트롱에게 막대한 부를 안겼다. 13일 기준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은 565억달러에 달한다.
초기 투자로 거액을 번 억만장자로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가인 팀 드레이퍼 DFJ펀드 회장이 있다. 드레이퍼 회장은 가상 화폐에 대한 개념도 생소하던 2014년 비트코인 2만9656개를 1870만달러(약 212억원)에 사들였다. 미국 정부가 마약 밀거래에 쓰이던 비트코인을 압수해 경매에 내놓은 걸 드레이퍼 회장이 쓸어 갔다. 당시 사들인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로 약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드레이퍼 회장은 작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2023년까지 25만달러(현재 4만달러 내외)에 이를 것”이라며 가상 화폐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전망을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