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다가구 주택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A씨는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최근 집주인에게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재계약을 하려면 보증금의 5%인상과 별도로 관리비를 월 15만원까지 올려 받겠다는 내용이다.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월세를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되자 관리비를 5배가량 올리는 꼼수를 선택한 것이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임대인이 합의를 원하지 않으면 조정위원회에서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애초 기대했던 효과보다는 부작용만 두드러지고 있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전셋값 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전월세 상한제를 피해 관리비를 대폭 올리는 등 꼼수가 난무하면서 시장에선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은 지난해 8월 이후 지난 3월까지 월평균 7644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까지(5298건)와 비교하면 1.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임대보증금·차임 증감 관련 상담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월평균 221건으로 임대차법 시행전 6개월(79건) 대비 3배가량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집주인이 이면계약을 요구하거나 관리비 인상을 요구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특히 소상공인·영세업자뿐만 아니라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세입자들도 주로 꼼수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처럼 임대보증금을 둘러싼 임대인-임차인 간의 갈등은 늘어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임대인-임차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없어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 6월부터 임대차 3법의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지만 여전히 관리비는 신고 대상이 아니다. 관리비를 임대 건물 관리 및 유지비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정규모 이상 건물은 관리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매년 회계감사를 진행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