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저선량 (low-dose) 방사선이 중증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베이크레스트 센터 로트먼 연구소(RRI: Rotman Research Institute)의 모리스 프리드먼 박사는 저선량의 방사선 치료가 중증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각성도(alertness), 가족의 인지, 사회성, 반응, 운동 기능, 기분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소규모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서니브룩 보건과학 센터(Sunnybrook Health Sciences Centre)에서 신경과학 전문의 샌드라 블랙 박사와 방사선 치료 실장 숀 사이먼스 박사의 감독 아래 중증 치매 환자 4명에게 CT 스캔을 통해 저선량의 방사선 치료를 2주 간격으로 모두 3차례 진행했다.
4명 중 3명은 방사선 치료 하루 만에 소통(communication)과 반응이 개선되는 변화를 보였다.
환자 가족들은 각성도, 반응, 가족의 인지, 운동성, 사회성, 기분이 좋아졌다고 보고했다.
치료 이틀 후 한 여성 치매 환자는 아들이 "Hello"라고 인사하자 그를 쳐다보면서 "Hello, dear"라고 대답했다. 아들은 "이 말을 들은 것이 몇 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치매 환자의 딸은 치매 아버지가 자기를 보자 반갑게 말을 걸면서 몇 년 전에 하던 것처럼 키스를 퍼부었다고 했다. 또 음악을 들으면서 손뼉을 치기도 했다. 딸은 말했다. "모두 깜짝 놀랐어요."
전에 호스피스 병동에 있던 여성 치매 환자가 뇌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몇 번 받은 뒤 인지, 언어, 운동 기능과 식욕이 개선돼 장기 요양원으로 옮겨간 사례가 있어 이러한 실험을 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몇 안 되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 결과인 만큼 해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더군다나 이 실험은 비교를 위한 대조군(placebo group)이 없는 등 제한된 조건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보다 많은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다 규모가 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고선량의 방사선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지만, CT 스캔에 사용되는 것 같은 저선량 방사선은 신체 보호와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캐나다 원자력청에서 방사선 과학자로 일하면서 25년 넘게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제리 커틀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치매를 포함, 많은 신경정신 질환의 부분적 원인은 뇌와 체내의 모든 세포에 손상을 가하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이러한 손상을 회복시키는 자연 보호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이 시스템은 나이를 먹을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방사선은 이러한 자연 보호 시스템을 자극, 항산화 물질을 더 만들게 함으로써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손상을 막고 손상된 DNA를 수리하며 변이된 세포들을 죽인다."
이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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