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꽃가루가 날리면서 콧물ㆍ재채기ㆍ기침 등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9년)에 따르면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529만9,651명이었다. 계절별로는 봄ㆍ가을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월별로는 5월이 290만4,517명으로 가장 많았다.
봄철 꽃가루와 함께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한 날씨로 인해 알레르기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ㆍ가을에 주로 많이 생긴다. 봄철 알레르기는 자작나무ㆍ오리나무ㆍ참나무 등 수목 화분(花粉)이 주요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이다. 3~5월에 걸쳐 날리면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가을철 알레르기는 돼지풀ㆍ쑥ㆍ환삼덩굴과 잡초 화분이 주원인이며 8~10월 초에 날린다. 최근에는 황사ㆍ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 물질이 꽃가루 성분과 결합해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물질로 바뀌어 알레르기 반응을 훨씬 잘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안진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최근 심해지는 대기 오염, 미세먼지 농도 증가 등의 환경 및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며 “이런 인자가 알레르기 질환 발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질환 관리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알레르기 질환의 주증상은 눈이 가렵거나, 붓고 충혈되는 결막염, 코 증상으로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비염 증상이 생긴다. 보통 오전에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심하면 전신에 열감, 피로감, 전신 통증 같은 전신 감기, 몸살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를 건초열이라고 부른다. 기관지 증상으로는 기침, 가래, 가슴 답답함, 심하면 쌕쌕거림, 호흡곤란까지 생길 수 있다. 밤이나 새벽에 심해지며 찬 공기, 건조한 공기, 담배, 운동 등에 의해 악화할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는 원인 물질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안진 교수는 “원인 알레르겐을 확인하는 검사로는 피부반응 검사와 혈청 항원 특이 IgE 검사 등이 있다”며 “최근에는 식품 및 약물 알레르기 원인 규명을 위해 알레르겐을 직접 투여하여 증상을 재현함으로써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규명하는 경구 및 주사 유발 검사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검사에서 나온 양성 알레르겐과 임상 증상의 인과관계를 확인해 원인 알레르겐을 규명한다.
원인 알레르겐을 확인했다면 회피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꽃가루ㆍ곰팡이 등에 노출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권유되는 것이 바로 면역 치료다. 면역 치료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알레르겐을 몸에 투여해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면역 치료를 하면 꽃가루ㆍ곰팡이 등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백신과 비슷한 개념이다. 눈ㆍ코뿐만 아니라 전신 증상이 심하거나 기관지 증상까지 있다면 면역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면역 치료는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 면역 치료와 혀 밑에 약물을 투여하는 설하 면역 치료가 있다. 설하 면역 치료는 주로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인 통년성 알레르기 환자에게 사용한다. 계절성 알레르기일 때는 보통 피하 면역 치료를 한다.
원인 알레르겐을 단독 또는 혼합해 피하 주사하는 방법으로 초기 단계는 적절히 희석된 알레르겐을 매주 1회씩 피하 주사하며, 주사 시 용량을 2배씩 늘려 최고 농도의 알레르겐 용량(유지 용량)까지 올린다. 유지 단계는 유지 용량을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주사해 치료 효과를 얻는다. 면역 치료는 대개 3~5년간 시행해야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치료 기간이 다소 길지만, 치료 후 알레르기 증상이 없는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