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쿠팡이츠·배민서 주문한 개고기, 합법? 불법?
개고기, 법률상 식품원료 아니어서 취급식당 위법이나 식약처 "관습 고려해야"
배달앱의 '개고기 배달', 식품위생법 적용대상 아냐..법적책임 물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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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최근 한 동물보호단체가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개고기 판매 식당이 입점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해묵은 '개고기 찬반'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동물자유연대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위 '개고기'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 식품으로, 이를 판매하는 업체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셈"이라며 "불법 식품 유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3월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에 개고기 판매 식당이 입점한 사실을 공론화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들 앱에서 개고기 판매 식당과 메뉴는 12일 현재 일부 삭제됐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불법 음식 재료를 가지고 장사하는 식당을 등록시켜 준 것은 잘못"이라며 동물자유연대의 주장에 동조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소, 돼지, 닭은 되는데 왜 보신탕은 배달하면 안 되느냐"며 반발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연합뉴스는 '개고기는 불법 식품이며, 이를 판매하는 업체도 불법'이라는 동물자유연대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 배달 앱들의 개고기 음식 배달이 위법한지 여부 등을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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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판매되고 있는 영양탕 [출처: 동물자유연대 제공]
개고기, 식약처 분류 '식품원료' 아니고 현행법상 '식용 가축'도 아냐
우선 '개고기는 불법 식품'이라는 동물자유연대의 주장은 현행법과 행정 규칙에 비춰 대체로 사실이다.
개고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식품원료가 아니다. 식약처 기준에 맞지 않는 식품은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국내에서 섭취 가능한 식품원료에 대한 규정은 식약처 행정규칙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는 '식품원료 분류'에 등재돼 있거나, 이 규칙상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혹은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에 포함돼야 하나 개고기는 이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식품원료 분류에서 동물성 원료 중 축산물 식육류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토끼고기, 말고기, 사슴고기, 닭고기, 꿩고기, 오리고기, 거위고기, 칠면조고기, 메추리고기 등이 제시돼 있다.
식품 원료가 아닌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에 관해 규정한 이 법 제7조 4항에는 "(제조·가공·사용·조리·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과 (성분에 관한) 규격이 정하여진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그 기준에 따라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보존하여야 하며, 그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보존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나와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허가·등록 취소, 영업정지, 영업소 폐쇄 등의 행정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 넘겨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동시 처벌 가능)에 처해질 수도 있다.
또한 식용을 전제로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 및 검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도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이 법은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그 밖에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을 '가축'으로 분류하나, 개는 포함되지 않는다.
단, '축산법'에서는 개가 '가축'에 포함되는데 이 법은 "가축의 개량·증식, 축산환경 개선, 축산업의 구조개선,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가격안정 및 유통개선 등에 관한 사항" 등 축산업 전반에 대한 것으로 식용 가축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식약처 "관습 고려할 때 법적제재 어려워…위생기준 위반은 행정처분 가능"
결국 '영양탕', '보신탕' 등의 간판이나 메뉴를 내걸고 개고기 요리를 판매하는 행위는 법 조문을 엄밀히 적용하자면 합법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보신탕집 주인이 단순히 개고기를 식용으로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관할 당국인 식약처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식당에 대해 행정조치나 고발을 할 수 있으나 개고기를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조처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개고기 식용판매가 원칙적으로 합법이 아니나 '관습'을 고려할 때 실제로 처벌을 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고기는 식품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국내에서 예전부터 먹어온 음식이기 때문에 법으로 제재를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다만, 개고기 식당이 위생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 점검해 비위생적인 부분이 드러나면 행정 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개고기 식용 판매가 엄밀히 따지면 위법임에도 법 집행은 사실상 보류되고 있고, 식용 가축의 도살을 규정한 법에서도 개고기 관련 내용은 빠져 있기에 도축과정에서의 동물 학대 단속, 위생 단속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 식용을 둘러싼 이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는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사항이다.
배달 플랫폼은 식품위생법 적용대상 아냐…보신탕 배달 처벌하기 어려워
또, 배민이나 쿠팡이츠, 요기요와 같은 음식 배달 앱에 개고기 판매 식당이 입점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앱에 법적으로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들 앱은 배달대행업을 하는 통신판매중개업체로 식품위생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즉, 이들 앱 업체가 개고기를 비롯해 '식품원료'가 아닌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배달했더라도 음식을 조리한 식당의 책임이지, 배달 대행업체를 탓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다만 일부 배달업체는 입점 식당이나 메뉴와 관련해 '혐오 식품'이나 '사회 윤리적 논란이 있는 메뉴' 등을 걸러 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내부 지침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개 식용 금지를 보다 명확하고 강하게 규제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통과 전망 및 시기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개 식용업을 폐업하거나 업종전환을 하는 이들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금 지급 등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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